주간동아 890

2013.06.03

면접용-출근용 옷 두 벌 성공 날개를 달아주다

여성 성공 돕는 헤드헌터 낸시 루블린

  • 고영 소셜컨설팅그룹 대표 purist0@empas.com

    입력2013-06-03 1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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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접용-출근용 옷 두 벌 성공 날개를 달아주다
    여성이 면접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옷차림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여성이 주의해야 할 점은 화장 톤과 옷 색깔의 조화, 면접 장소와 기관의 특징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선지 면접에 임하기 전 옷차림에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경제 형편이 좋지 않은 여성은 면접에 입고 갈 옷을 사는 것조차 버겁다. 그런 여성에게 낸시 루블린을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 헤드헌터인 그는 여성의 고민을 주의 깊게 듣고, 당사자가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옷을 제공한다.

    루블린은 회사 인사채용 담당자로 일하면서 이 문제로 많이 고민했다. 실력은 있지만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취업에 실패하는 사람을 수없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옷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생각지 않는다. 길어야 5분이고, 짧으면 30초에 불과한 면접에서 실력을 드러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이미지가 그 사람의 생각, 마인드, 의도를 결정하는데, 이 사실을 사람들이 잘 모른다.”

    ‘성공을 위한 옷’ 사회적기업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취업을 원하는 여성이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그는 고심을 거듭한 끝에 자신이 직접 이러한 여성을 돕기로 결심했다. 그가 꼽은 성공 키워드는 옷. 옷차림이 바뀌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여성에게 옷을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수중에 있는 돈이라곤 단 5000달러(약 550만 원). 그는 1996년 직장을 그만두고 뉴욕에 ‘성공을 위한 옷(Dress for Success)’이란 사회적기업을 만든다.

    처음 그를 찾아온 여성들은 하나같이 자존감이 낮았다. 단지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루블린은 여성들을 상담하면서 그들의 관심, 적성, 경험, 잠재력을 파악했고, 이를 바탕으로 그들이 원하는 직종에서 선호하는 옷차림을 알려줬다. 그러곤 그들에게 적합한 옷을 두 벌씩 줬다. 한 벌은 면접용, 다른 한 벌은 첫 출근용.

    한편 루블린은 면접을 앞둔 여성에게 면접에 관한 정보도 제공했다. 즉 면접관들을 상상하며 거울 앞에서 연습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물론, 면접에 임할 때 어떤 눈빛을 해야 하는지,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하는지, 어떤 제스처를 취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

    그렇게 몇 차례 교육받자 여성들의 표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축 처져 있던 눈에 생기가 돌았다. 그리고 실제로 그의 면접 정보를 활용해 입사에 성공한 여성이 점점 늘어났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이 사무실에서 나갈 때는 모든 여성이 잘난 척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자긍심을 갖게 해야 해. 자신이 원하는 모습, 그 모습을 아는 것이 중요해.”

    면접용-출근용 옷 두 벌 성공 날개를 달아주다

    ‘성공을 위한 옷’의 도움을 받은 여성들, 여성들이 활용할 수 있는 의상과 신발(왼쪽부터).

    이후 루블린은 여러 기업으로부터 옷을 기부받았으며, 제화점부터 화장품 소매상까지 두루 참여할 수 있는 기증행사도 열었다. 그와 동시에 취업에 성공한 여성이 회사 내에서 빠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취업 후 관리 프로그램’도 신설했다. 직장생활을 할 때 어떤 옷을 입고, 직장 선후배와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조언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루블린이 이렇듯 열정적으로 일하자 많은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팔을 걷어붙이고 그를 도왔다. 특히 기증행사에서 루블린의 연설을 들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바비 브라운은 나눔에 동참하겠다고 약속했다. 평상 시 화장품을 만들면서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 일하는 엄마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길 원했던 브라운은 옷 두 벌로 성공한 여성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다. 실제로 브라운의 회사에는 루블린의 도움을 받아 취업한 사람이 많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교육 담당자로 일한다.

    뉴욕을 넘어 전 세계로

    면접용-출근용 옷 두 벌 성공 날개를 달아주다

    낸시 루블린.

    옷을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로 여긴 루블린. 그는 수많은 저소득 계층의 여성과 미취업 여성을 도우며 창업 16년 만에 미국, 영국, 네덜란드, 호주, 뉴질랜드, 폴란드, 인도 등에 지부 110개를 둔 거대한 사회적기업의 CEO가 됐다.

    이들 지부는 자발적 재능기부자들이 운영해 인건비가 거의 들지 않으며, 불필요한 보고나 비능률적인 업무체계도 없다. 루블린이 “비영리단체들은 비효율적으로 운영된다”는 비난 목소리에 화를 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는 ‘비영리’라는 말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비영리단체라는 말은 제너럴모터스처럼 손실만 내는 회사에 적합하다. 우리는 초영리단체다. 막대한 이익을 내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오히려 꿈을 이뤄줄 뿐이다. 그들의 꿈을 위해 내가, 그리고 우리 단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늘 생각한다.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이 사회에서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여성이 가난에서 벗어나 다른 여성들을 돕게 하는 것이 우리가 일하는 본질적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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