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5

2009.03.03

흔들리는 경찰, ‘통합 리더십’ 보여줄까?

강희락 경찰청장 내정자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9-02-25 19: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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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 반 걱정 반’. 공석 중인 경찰청장에 강희락(57·사진) 해양경찰청 청장이 내정되자 경찰청 내부에서 흘러나온 반응이다. ‘기대 반’은 공석이던 경찰청장 자리가 채워지면서 경찰조직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고, ‘걱정 반’은 후속 인사에서 한바탕 회오리가 칠 것에 대한 우려다.

    지난해 3월 인사 때 강 내정자가 어청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전 경찰청장)에게 밀리자 뒷말이 무성했다. 당시 경찰청 차장이던 강 내정자는 유력한 경찰청장 후보로 꼽혔다. 경북 성주 출신으로 경북사대부고를 나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정통 대구·경북(TK)-고려대 라인이기 때문. 더욱이 어 전 청장보다 나이도 세 살이나 위였다.

    다만 어 전 청장이 경찰간부 28기로 정통 경찰 출신인 데 비해 강 내정자는 사법시험 출신이라는 게 약점으로 지적됐다. 경찰조직을 확실히 장악하려면 요직을 쥔 경찰간부 출신이 적임자라는 평가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강 내정자가 어 전 청장에게 밀렸다고 보는 사람은 드물다.

    당시 경찰청 내부에서는 “김성호 국정원장과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부산·경남(PK) 출신이기 때문에 같은 PK 출신인 어 청장을 임명한 것은 지역안배로 보기도 어려워 강 차장이 왜 밀려났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현재 경찰청 안팎에는 어 전 청장이 경찰청장 취임 이후 인사에서 평소 강 내정자와 가깝던 TK 출신을 요직에서 소외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무관급인 경찰청 C, K, 또 다른 K씨 등이 그 대상으로 거론된다. 그래서 강 내정자가 취임하면 후속 인사에서 이들이 중용되는 대신, 어 전 청장이 신임한 PK-진주고 출신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으리라는 소문이 돈다. 때문에 PK-진주고 출신은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전언.



    강 내정자는 경찰의 대표적인 수사통이다. 수사 부서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았고 경찰청 수사국장 시절에는 수사경과(警科)제 도입을 주도했다. 그는 선이 굵고 보스 기질이 다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친화력도 뛰어나 후배들로부터 신망도 두텁다고 한다. 폭탄주를 즐기는 그는 회식 때면 술잔을 가득 채우는 ‘희락주’를 만들어 돌리면서 분위기를 돋우는 것으로 유명하다.

    해양경찰청장 1년 만에 경찰조직의 보스로 화려하게 복귀한 강 내정자. 과연 칼을 휘두를 것인지, 그의 후속 인사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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