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0

2008.11.11

한수 위 기량으로 ‘피겨 퀸’ 재확인

  • 김성규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kimsk@donga.com

    입력2008-11-03 0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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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피겨스케이팅(이하 피겨) 대회가 열리는 겨울 시즌을 ‘김연아 시즌’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10월26일 미국 워싱턴주 에버렛에서 열린 2008~2009 시즌 개막전격인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김연아(18·군포 수리고·사진)는 팬들에게 더욱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선보였다. 그동안 끊임없이 괴롭히던 부상에서도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었다.

    김연아는 이전보다 더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배경음악으로 새롭게 선보인 쇼트프로그램에서는 시즌 첫 대회인데도 역대 2위 점수인 69.50점을 받았다. 시즌 중반으로 갈수록 연기력의 완성도와 기술이 탄탄해지게 마련. 이를 감안한다면 피겨 전문가들로부터 “역사상 가장 완벽한 쇼트프로그램”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역대 최고점(71.95)을 받았던 2007 도쿄 세계선수권 때의 자신의 연기를 올 시즌 뛰어넘을 기세다.

    ‘천일야화’를 소재로 한 발레곡 ‘세헤라자데’에 맞춰 새로 선보인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에서도 123.95점을 받아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김연아가 처음으로 참여해서 선정한 곡이다.

    피겨 그랑프리 시리즈의 첫 대회는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열렸다. 대회 명칭도 ‘스케이트 아메리카’. 피겨에 관한 한 최고라는 미국의 자존심과 자부심이 깃든 대회다. 주최 측은 지난 시즌 주니어 피겨 무대를 평정하고 미국 대회에서도 정상을 다투는 두 신인 레이철 플랫(16)과 미라이 나가수(15)를 초청해 여자 싱글의 부활을 기대했으나 무참히 깨졌다.

    두 선수를 포함한 미국 선수들은 일본의 안도 미키, 나가노 유카리에게도 밀렸다. 김연아는 그런 일본 선수들마저 아마추어로 보이게 할 만큼 우위의 실력을 선보였다. 미국 피겨 팬들 처지에선 경악할 만한 일이다.



    김연아는 스포츠 스타라는 테두리를 넘어 ‘문화 아이콘’이 돼가고 있다. SBS는 김연아가 출전하는 대회를 모두 생중계한다. 지난 시즌엔 출전 장면만 내보냈지만 이번엔 종목 프로그램 전체를 내보낸다. 그것도 모자라 1차 대회는 재방송 편성도 했다.

    이미 김연아는 ‘CF 퀸’의 반열에도 올랐다. 그의 출연을 기다리는 광고는 계속 늘고 있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는 “광고 요청이 많은데 대부분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아가 첫 대회 때 선보인 귀걸이는 품귀현상을 빚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역대로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스포츠 쪽에서 걸출한 스타들이 나타나곤 했다. 이들은 경제 하락기에 큰 아픔을 겪는 서민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골프의 박세리, 야구의 박찬호와 이승엽이 바로 그들이다. 이번에도 한국 사회에 그런 인물이 필요하다면 김연아가 유력하다.

    현재 김연아가 이룬 피겨의 경지는 한국 스포츠 현실에선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100년에 한 번 나올 만한 선수라는 말도 있다. 김연아는 남보다 서너 배의 노력으로 그 자리에 올랐다. 물론 힘들어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 김연아의 얼굴은 환하고 자신감으로 충만하다. 진정한 피겨 여왕의 모습이다. 11월6일 중국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3차 대회 ‘컵 오브 차이나’와 고양시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김연아는 다시 한 번 세계 정상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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