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3

2008.07.08

화려한 이력과 인맥 ‘소통 국정’ 의 조타수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8-06-30 11: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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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이력과 인맥 ‘소통 국정’ 의 조타수
    정정길(66·사진) 대통령실장은 그동안 정치권에 이름을 올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를 잘 아는 정치권 인사를 찾기가 힘들 정도다.

    그는 학자다. 경북대와 서울대에서 20년 넘게 교수로 일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장을 거쳐 5년간 울산대 총장을 지냈다. 그런데 단순히 학자라고 하기엔 그의 이력이 무척 화려하다. “왜 이제야 정치권에 얼굴을 내밀었을까”라는 의문마저 든다.

    일단 경북고와 서울대를 나온 그의 전공은 대통령학이다. 그가 쓴 ‘정책학 원론’ ‘대통령의 경제 리더십’은 행정학 분야의 필독서일 만큼 그는 행정이론가로서도 일가(一家)를 이뤘다. 교수가 되기 전 행정고시를 거쳐 농수산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한 이력 때문에 행정실무 경험을 갖췄다는 평가도 받는다. 서울시 시정개혁위원, 중앙인사위원회 자문위원 등은 그의 경력에 살을 붙인다.

    그를 대통령실장에 앉힌 ‘보이지 않는 손’으로는 정몽준 의원이 1순위로 꼽힌다. 정 실장이 총장을 지낸 울산대의 이사장이 정 의원이기에 나온 당연한 추측이다.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이 서울대 교수 시절의 인연으로 추천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1964년 한일회담 반대시위 당시 서울대 법대 학생회장이던 그가 고려대 상대 학생회장이던 이명박 대통령(MB)과 함께 옥고를 치르며 친분을 쌓았고, 그것이 인연이 됐다는 얘기도 있다. 당시 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이던 이경숙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자주 면회를 왔다는 점을 들어 또 다른 ‘손’을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뭐 하나 정확한 것은 없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가 이 대통령은 물론 MB 정부의 실세들과 두루두루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 한 사람의 추천이 아닌, 공천(公薦)으로 보는 게 맞다’는 논리가 그래서 더 자연스럽다.

    취임 이후 그는 전임자인 류 전 실장과는 다른 행보로 화제를 뿌리고 있다. 야당의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국정운영에 협조를 구하는 모습, 청와대 직원들을 향해 ‘대민접촉 강화’를 지시하는 모습은 변화된 청와대를 잘 대변한다. ‘얼리 버드’를 강조하던 MB 정부 1기 비서실과는 분명히 결이 다르다. 임명 첫날 불교계를 방문해 국정협조를 구한 것도 변화라면 변화다. 정 실장은 이 대통령처럼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정 실장은 2003년 울산대 총장으로 부임한 이후 이 대학을 국내 최우수 대학에 올려놓으며 행정가로서의 능력을 입증해 보였다. 대통령실장 기용만 아니었다면 그의 총장임기는 2011년까지 보장된 상태였다.

    윤여준 전 의원, 윤진식 전 장관 등 쟁쟁한 정치인들을 물리치고 대통령실장에 오른, 이 대통령이 삼고초려 심정으로 모셔왔다는 그가 보여줄 MB 정부 2기 비서실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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