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7

2000.01.13

TC는 괴로워!

  • 입력2006-06-12 11: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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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C는 괴로워!
    사례 하나, 23시50분 방콕에 도착한 일행의 짐 체크를 하고 호텔로 이동했다. 그런데 일행 중 한 분이 자기 짐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공항에서부터 역추적, 수색작전은 벌어졌고 혹시 짐이 바뀌지는 않았나 다른 손님방까지 뒤졌지만 이를 우짤꼬….

    나는 그날 손님 방에서 하염없는 ‘꾸중’을 들으며 고개를 떨구어야 했다 (나중에 그 손님 방에서 결국 짐이 나왔다).

    사례 둘, 한국 사모님(?)들의 극성은 외국에서도 예외가 없다. 로마 어느 호텔에서 있었던 일. 취침 전 한 손님 방에 들렀다가 빨래가 온 방에 널려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모님 이 많은 빨래를 어떻게?”

    “가이드 양반, 외국은 화장실에 빨래판이 있어 되게 편리하구먼.”



    “예? 무슨 빨래판요?”

    “보라구(화장실 변기 중 한개를 가리키며) 여기 있잖아, 물도 따뜻해….”

    “으악∼” 난 배꼽을 움켜쥔 채 그대로 방을 뛰쳐나왔다.

    “사모님, 그건 비데라구요.”

    사례 셋, 파리에서의 아침식사. 화려하게 꾸며놓은 갖가지 종류의 치즈에 현혹된 일행 중 한 명이 급기야 일을 냈다.

    모양도 예쁘고 색깔도 근사하고… 손으로 집어 한 입 콱 문 순간 ‘우액∼’.

    “도대체 이게 뭐꼬?” “손님, 그건 양초인데요.”

    TC(Tour Conductor) 생활 8년. 그동안 많은 여행객을 인솔하며 해외를 다녀왔다. 벌써 한 해를 마감하고 새 천년을 맞다보니 지난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손님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는데 인솔을 맡은 난 비행기를 놓쳐 공항에서 애간장을 태우던 일, 현지에서 기차안내를 잘못해 출발 1분전 가방 메고 갈아타기 대이동(?)을 했던 일 등 지금 생각해도 진땀이 난다.

    동료한테 들은 우스갯소리도 생각난다.

    한국 사람이 길을 가는데 외국인이 와서 길을 묻더란다. 영어는 깜깜한데 하도 귀찮게 굴기에 화가 나서 ‘아이 씨팔놈이’(I see. Follow me)했더니 그 외국인이 계속 따라오더란다. 그래서 이번엔 ‘저씨팔놈이’(Just follow me)했더니 그래도 또 따라왔다나?

    이젠 국제화시대다. 외국어 하나쯤은 필수가 됐다. 그것이 곧 경쟁력 아닐까.

    외국에 많이 나가봤지만 한국사람들이 위축될 이유가 없다. ‘이짓 그만둬야지’ 하는 푸념도 많이 했지만 일에 대한 자부심 또한 많이 느꼈다.

    새 천년엔 우리 모두가 ‘세계 속의 한국인, 경쟁력 있는 한국인’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숲속에선 숲을 볼 수 없다’는 말이 있다. 한국을 제대로 알려면 밖으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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