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1

1999.12.02

고마운 사람, 서러운 사람

  • 황복희/ 대전시 동구 가양동

    입력2007-03-15 14: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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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F 한파’가 여지없이 우리 가게에도 불어닥쳤다. 2년째 운영중인 가게는 불황의 늪에 빠져 헤어 날 줄을 몰랐다.

    급기야 며칠 전에 가게를 매물로 내놓았다. 그러나 그것도 때가 있나보다. 통 임자가 나타나질 않는다. 가뜩이나 요즘엔 몸까지 아파서 오후나 되어야 셔터문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셔터가 얼마 전 부터 수상(?)하더니 급기야 고장이 나 제대로 작동이 안 된다.

    성치 않은 몸으로 끙끙대며 있는 힘을 다해야 조금 움직일까 말까한다. 매일같이 셔터와 씨름하느라 그 날 장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녹초가 되어버린다.



    주인아저씨는 고장이 난 것을 알고도 모른 체한다. 오히려 가게 임대료를 꼬박꼬박 받아간다. 고쳐주겠 다고 말한 게 언제인데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이 일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 끝에 가게 앞에 있는 자동차공업사 총각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총각, 셔터가 시원찮아서 그러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리자 “아주머니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라 며 궁금하다는 듯 묻는다.

    “다름이 아니라 셔터가 고장이 났는데, 총각한테 연락하면 와서 좀 도와줄 수 있을까 해서….”

    머뭇거리며 말을 꺼내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언제고 연락만 하시면 총알 같이 달려가 도와 드릴게요” 라며 활짝 웃었다.

    일하다가도 연락을 받으면 달려와 셔터문을 올려주는 고마운 사람. 마치 자기 일인 양 두 팔 걷어붙이 고 도와주는 젊은이가 너무 고마워 음료나 담배를 건넬 때마다 “가게 해서 얼마나 남는다고 그걸 주세 요?”라며 한사코 사양한다.

    그 고마운 총각의 별명은 ‘암행어사’다. 왜? 이름이 박문수여서….

    이렇게 고마운 사람이 있는 반면 주인아저씨는 이 어려운 때에 세를 깎아주기는커녕 고장난 셔터를 ‘나 몰라라’한다. 이래서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하는 건가. 주인아저씨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 니지만 왠지 살아가는 것이 더욱 힘들어진다.

    이제 와 ‘IMF 한파’를 탓해 무엇하랴만 아직도 주위에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젊은이가 있다는 것은 크나큰 행복이다. 그 총각을 볼 때마다 이 시대의 ‘희망’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훈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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