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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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한복판에 멈춰버린 차

‘내 인생의 황당과 감동 사이’

  • 한재영 앤틱리볼리(www.irivoli.com) 대표

    입력2009-02-25 17: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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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앤티크 작품을 찾아다니는 것이 일이다 보니 프랑스 출장길에 오를 때면 보물찾기를 하듯 프랑스 구석구석을 누비게 된다. 자연스레 우리와 프랑스의 장단점을 비교할 기회도 많아진다. 선진국인데 서비스 문화나 공중도덕 면에서 우리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역시 ‘오랫동안 선진국이던 나라는 뭔가 다르구나’ 하고 생각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수개월 전 프랑스 출장길. ‘페리페리크’라 불리는 파리의 순환도로에서 1차선을 달리던 중 차가 멈춰버리고 말았다. 프랑스어도 잘 못하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곳, 게다가 우리나라 운전자 못지않게 험한 드라이빙을 즐기는 프랑스 운전자들 사이에서 갑자기 멈춰버린 차가 야속하기만 했다. 차가 멈췄다는 사실보다도 이방인을 주목하는 파란 눈동자 ‘100만개’(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가 더 부담스러운 순간이었다.

    조언을 줄 지인의 전화만 기다리면서 뒤따라오는 차량을 우회시키려고 팔을 흔들고 있자니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몇 시간처럼 길게 느껴진 5분 후, 도로순찰대 차량 2대가 다가오더니 고장난 차량의 앞뒤에 섰다. 순찰대원은 차분히 상황을 물어보고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시켰다. 차량 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 교통정리를 하고 어딘가에 연락해 견인차를 호출해준 것도 순찰대원이었다.

    파리 한복판에 멈춰버린 차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프랑스에서는 페리페리크 같은 간선도로에 일반 업체가 운영하는 견인차가 들어올 수 없다고 한다. 도로순찰대가 지정한 업체만이 견인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견인 거리에 따른 비용도 가격표에 정직하게 쓰여 있었다. 마치 교통사고가 나기를 기다리듯 도로 곳곳에 대기하고 있는 수많은 견인차, 그리고 사고지점에 모여든 견인차들이 오히려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 우리나라 상황이 오버랩됐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얼추 세계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우리나라가 배워야 할 ‘소프트웨어’적인 공공서비스의 디테일, 그리고 체계적인 질서가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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