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2

2012.01.30

北 권부 이름의 순서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입력2012-01-27 17: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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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연휴를 보내고 출근한 아침, 얼마 전 한 탈북관료가 창간한 대북 인터넷 신문 ‘뉴포커스’의 기사 하나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1월 22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된 김정은 북한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군부대 지휘부 방문 소식을 분석한 내용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매체가 시찰을 수행한 인물 가운데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이름을 가장 먼저 거론했다는 점입니다. 장 부위원장의 이름 앞에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이며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직함까지 꼼꼼히 병기했지만, 뒤이어 나오는 김명국 총참모부 작전국장, 김원홍 총정치국 조직담당 부국장 등 다른 수행원은 ‘조선인민군 대장들’이라고 뭉뚱그려 언급한 것 역시 특이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장 부위원장이 대장 군복을 입고 공식석상에 나타난 모습이 확인된 바 있긴 해도, 당 행정부장을 맡은 그가 인민군 내에서 의미 있는 인물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군부대 시찰 소식에서 김명국이나 김원홍 같은 쟁쟁한 군부 실력자들을 제쳐두고 그를 가장 먼저 거론한 것을 심상하게 넘길 수 없는 이유입니다. ‘노동신문’은 이튿날인 1월 23일자에서도 김정은의 기계공장 시찰 소식을 전하며 수행원 가운데 장성택의 이름을 맨 먼저 거론했습니다. 공식석상에서의 ‘의전’만 놓고 봐도 장 부위원장이 김정은 체제의 여타 권력 엘리트와 근본적으로 다른 위상을 차지해 간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징후라고 판단할 만합니다.

    北 권부 이름의 순서
    ‘주간동아’ 819호 기사에서 장성택이 인민군 대장 직함을 갖게 된 것을 군부 원로가 과연 쉽게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군 관련 사안에서도 그의 행보가 형식상의 직함을 유지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면 앞으로의 상황 전개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군 경력이 일천한 김정은과 장성택이 유니폼과 계급장으로 상징되는 군인 특유의 ‘직역 전문주의’를 너무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닌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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