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7

2011.12.19

안 봐도 비디오 인사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1-12-16 16: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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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 4년 차 주요 공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면면을 살펴봤습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로 확인됐습니다. TK 출신 대통령 밑에 TK 출신 공기업 CEO가 유난히 많았습니다(관련 기사 26쪽).

    대통령과 공기업 CEO의 ‘출신지 일원화 인사’가 비단 이명박 정부에서만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정도 차이가 있을 뿐이지 역대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많이 희석됐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가 여전히 지역갈등이라는 고질적 병폐를 안고 있는 이유가 이 같은 지역 편중 인사와 무관치 않을 것입니다. 어느 지역 출신이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장차관은 물론 공기업 CEO 임명, 심지어 기업 임원 승진 때도 대통령과 출신지를 맞추려는 현상이 빚어지기 때문입니다.

    지역 쏠림 인사 병폐를 고치려면 무엇보다 인사권자가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거나 친소관계를 고려한 인사안(案)이 올라왔을 때 ‘불편부당한 인사원칙’을 단호히 하지 않으면 그다음 인사는 ‘안 봐도 비디오’식이 되고 맙니다.

    중국 고서 ‘서경’에서는 임금이 지켜야 할 법도이자 정치의 기본 준칙으로 ‘왕도탕탕(王道蕩蕩) 왕도평평(王道平平)’을 강조했습니다. ‘임금은 치우침 없이 공평무사해야 한다’는 탕평(蕩平)이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지역 쏠림 인사가 계속될 경우 본능적으로 ‘정권에서 소외되면 인사 불이익을 받는다’는 피해의식이 싹터 자신과 출신 지역이 같은 지도자를 선호하려는 현상으로 이어집니다. 그렇기에 대통령에 오르는 과정이야 어찌 됐건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들에게 욕먹을 각오하고 ‘모든 인사는 공평하게 한다’는 확신을 국민에게 심어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 쏠림 인사 병폐를 고칠 수 없습니다.



    안 봐도 비디오 인사
    정치는 철저하게 내수에 충실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습니다. 내수 지향성이 큰 정치에 국민적 에너지가 몰릴수록 국력이 분산돼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소지가 큽니다. 끼리끼리 문화로는 대기업이 국경과 인종을 넘나드는 무한경쟁 시대를 헤쳐 나가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1년 후면 5년 임기의 대통령을 다시 선출합니다. 대선 주자를 고르는 제1원칙이 공정한 인사를 할 수 있는 사람, 선언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줄 사람을 찾는 것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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