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5

2007.03.06

“사계절 雪 雪… 부산에 눈의 나라 탄생”

駐부산 슬로바키아 명예영사 겸 스포츠랜드부산㈜ 회장하성희

  • 양병하 프리랜서 md5945@naver.com

    입력2007-02-28 16: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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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계절 雪 雪… 부산에 눈의 나라 탄생”
    요즘 부산 도심에선 국내 최초의 ‘스키돔’을 비롯한 스포츠 테마공원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5월 개장을 앞둔 ‘스노우캐슬’이 바로 그것. 따뜻한 남쪽지방의 ‘한계’를 극복해 사계절 내내 다양한 동계 스포츠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포부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이 사업을 성공시킴으로써 부산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새롭고 특별한 관광명소를 제공하는 것이 사업 목표입니다. 스키장과 스노보드장, 눈썰매장, 사우나, 엔터테인먼트장, 게임장 등을 통해 다양한 계층의 만남과 휴식, 오락, 교육, 문화의 장으로 조성할 예정입니다.”

    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스포츠랜드부산㈜ 하성희 회장은 ‘주(駐)부산 슬로바키아 명예영사’도 겸하고 있다. 10여 년 전, 부산에 스키돔을 조성하겠다는 발상 역시 동유럽 최고의 스키 코스를 가진 슬로바키아에서 연유했다는 게 그의 설명. 부산 명예영사단(단장·왕상은 주부산 영국 명예영사) 탐방의 두 번째 순서로 주부산 슬로바키아 명예영사관을 찾았다.

    스키장·눈썰매장 등 갖춘 종합 레저파크 5월 개장

    “사실 제가 운영하는 사업체도 슬로바키아와의 인연이 큰 밑거름이 됐습니다. 처음 슬로바키아를 방문했을 때 스키는 물론 하이킹과 래프팅, 산악자전거 등을 생활 속에서 즐기는 현지인들을 보며 깊은 인상을 받았거든요.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1999년부터 시작된 스키돔 사업을 통해 부산을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에서도 손꼽히는 ‘사계절 레저파크’로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그는 또 5월 개장과 동시에 슬로바키아에서 전문 강사와 프로 선수들을 대거 초청해 명예영사로서의 ‘체면’도 세워 보일 것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전형적인 도심지 산(山)인 황령산 일원에 총 3만 평 규모를 갖춘 스노우캐슬은 지하 1층, 지상 4층 형태로 스키장을 비롯해 야외공연장과 조각공원 등 세계 각국의 이색문화와 먹을거리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될 계획. 특히 노래분수와 야외공연장, 인라인스케이트장, 조각공원, 산책로 등은 무료 개방될 예정이다.

    “부산 시민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수 있는 스키돔을 세워 그동안 보여준 관심에 보답하고자 합니다. 따뜻한 남쪽지방에 사는 불운(?)으로 스키를 자주 접하지 못했던 지역민에게 365일 눈이 내리는 세상을 선사하는 것만큼 큰 선물이 어디 있겠어요?”

    하 명예영사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사계절 눈 체험장을 제공하겠다는 뜻도 함께 전했다. 그는 “경제적 여유가 따르지 못하는 아이들은 스키장이나 동계 스포츠를 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사계절 눈 내리는 풍경을 연출함으로써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국내 최초의 스키돔이기에 주변의 관심도 상당하다.

    “위락 공간으로서만 아니라 부산을 대표하는 해운대나 광안리 등과 연계한 도심형 종합스포츠 시설로 자리매김하고자 합니다. 부산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테마 리조트의 모습을 갖추려면 철저한 경영 마인드부터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계절 雪 雪… 부산에 눈의 나라 탄생”

    스노우캐슬의 음악분수 조감도(왼쪽)와 전경.

    하 명예영사는 과거 영화 수입·배급사업을 했던 경험을 살려 고객중심 경영전략을 펼쳐나갈 것을 강조했다. 그는 “투명경영을 바탕으로 글로벌 마케팅을 펼쳐나가는 것만이 무한경쟁 시대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며 “슬로바키아를 비롯한 레저스포츠 선진국과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국내 레저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국민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한 레저시설을 확보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볼거리가 부족한 국내 레저시장에 큰 획을 긋겠다는 당찬 포부도 덧붙였다.

    워낙 바쁜 하 명예영사를 대신해 행정적인 업무와 내부 살림살이를 도맡다시피 하고 있는 스포츠랜드부산㈜ 이성호 부회장 역시 “부산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사업인 만큼 스노우캐슬이 앞으로 부산 관광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하 명예영사가 인연을 맺은 슬로바키아의 공식 국명은 슬로바키아공화국(Slovak Republic). 우리에겐 낯선 나라인 슬로바키아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는 지금은 지도상에서 사라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비롯됐다. 분리 독립국이 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슬로바키아를 체코와 같은 나라로 혼동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와 슬로바키아의 인적, 물적 교류가 드물다 보니 하 명예영사의 업무도 양국 간 교류가 잦은 다른 나라의 명예영사들과는 크게 다르다. 타국 명예영사들이 소액이나마 영사 업무에 따른 수수료 형식의 보수를 받는 것과 반대로 하 명예영사의 경우 매년 적잖은 비용을 들여가면서 슬로바키아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한때 명예영사직을 그만두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이왕 맡게 된 직함이니 보람된 작품을 완성하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됐어요. 그동안 슬로바키아가 부산이나 우리나라와 직접적인 교류가 적었던 것은 이제 막 탄생한 신생국가였기 때문이지, 외교상 문제가 있거나 오해 또는 잘못된 인식 때문은 아니라는 생각에서 저라도 나서 양국 관계 증진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됐습니다.”

    슬로바키아의 기아차 공장 유치에도 남다른 공헌

    슬로바키아 정부 입장에서 볼 때 하 명예영사는 ‘단순한’ 부산 명예영사가 아니다. 주한 슬로바키아 대사관의 공식·비공식 업무 전반에 걸쳐 그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는 2005년 5월 슬로바키아가 폴란드와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였던 기아차 공장 유치전 당시 결정적인 공헌을 함으로써 슬로바키아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기도 했다.

    “슬로바키아는 우리나라에 대해 지난 10년보다 앞으로 10년이 더 중요하고 소중한 시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이 준비 과정이었다면 향후 10년은 결실을 보는 기간이라는 것이지요.”

    그의 공로로 유치한 기아차 현지 공장은 현재 슬로바키아의 경제부양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2월6일 영국 BBC 인터넷판 특집기사에 따르면, 슬로바키아 북서부 질리나에 설립된 166ha 규모의 기아차 공장에서는 조만간 판매가 시작될 해치백 스타일의 준중형차 ‘시드’가 생산 중이며, 연말부터는 15만 대의 신차가 이곳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한다. 이 방송은 또 “2009년부터 3000명이 생산라인에 투입되면서 매년 3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슬로바키아 처지에서는 해외자본 유치를 통한 경제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 나라가 인구 540만명의 ‘작은 나라’인 점을 감안할 때 기아차 공장의 입성은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 셈. 하 명예영사의 공로와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출마를 선언할 당시 가장 먼저 지지를 표했던 슬로바키아. 하 명예영사는 “앞으로 우리나라와 슬로바키아가 긴밀한 상호협조를 통해 함께 번창하길 기원한다”며 “그 중심에 내가 할 일이 있다면 기꺼이 맡아서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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