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07

1999.11.04

‘국희’로 부활한 윤태현 회장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7-02-01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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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희’ 김혜수의 모델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MBC-TV 기업드라마 ‘국희’가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최고의 인기를 끌자 ‘국희’의 모델이 된 것으로 알려진 윤태현 크라운제과 창업주의 삶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히 10월18일 방영된 11회분에서 김혜수가 몇번의 실패와 연구 끝에 샌드 비스킷을 만드는 장면은 ‘산도’를 개발한 윤창업주의 에피소드와 그대로 일치하는 부분이다. ‘국희’의 작가 정성희씨는 “특정 기업의 간접광고가 될까봐”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이윤만 추구하는 보통 기업인들과는 달리 장인정신을 가진 윤회장의 일대기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1919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난 고 윤태현회장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양복수선, 만두가게 등을 거친 뒤 1947년 남대문 근처에 영일당이라는 빵집을 냈다. 윤회장이 처음으로 식용 글리세린을 발라 윤기있고 잘 쉬지 않는 팥빵을 만들자 이를 사기 위해 도매상들이 서울역까지 줄을 섰다든지, 윤회장이 미군에서 흘러나온 비스킷을 보고 힌트를 얻어 샌드 비스킷과 크림을 넣는 샌드 기계를 고안해낸 것 등은 ‘국희’에서도 그대로 방송된다. 윤회장은 자신의 삶의 흔적이 배어 있는 ‘국희’가 인기 정상에 오른 9월24일 작고했다. 크라운제과 기획팀 기종표과장은 “회장님이 작고하시기 두달 전부터 직원들을 집으로 불러 50년간 간직했던 설비와 제품개발의 비법을 구술해 기록하셨다”고 말한다. 이는 국희의 스승이 세상을 떠나면서 국희에게 제과 기술을 적은 공책을 넘겨주던 장면과 흡사하다.

    적잖은 에피소드들이 실존 인물의 삶에서 따온 것이긴 하지만 주인공이 여성이라는 점, 아버지의 죽음과도 관련된 경쟁 기업의 존재, 국희가 ‘주먹’의 도움을 받는다는 점 등은 윤회장과는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희’ 김혜수는 회를 거듭하면서 점점 더 살이 붙고 피가 흘러 실재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우선 이는 어린시절의 국희와 닮기 위해 “아역탤런트의 표정까지 매일 연습했다”는 김혜수의 열연 덕분이다. 물을 펌프로 뿜어 올리고 무거운 빵틀을 나르는 김혜수는,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는 다른 여배우들과 달리 건강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어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드라마를 실존인물의 자서전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당시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50년대를 재현한 거리, 차관을 유용하는 기업, 부패한 정부 관리, 그래도 의리있는 주먹 등의 묘사를 통해 ‘모두가 독하게 살았던 시대’가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이다.

    원래 기획은 국희의 노년을 보여준다는 것이었지만 국희가 성공한 기업인으로 절정에 오른 1960년대 초까지를 조명하는 것으로 ‘국희’는 11월 둘째주에 막을 내릴 예정이다.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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