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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조 ‘오일머니’ 앞세운 LIV 출현… PGA투어 독점구도 깨질까

[김종석의 인사이드 그린] LIV 첫 대회 수준 이하 경기력에 ‘돈 잔치’ 비판 거세

  •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 (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600조 ‘오일머니’ 앞세운 LIV 출현… PGA투어 독점구도 깨질까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도 좋았더란 말이냐.”

악극 ‘이수일과 심순애’에서 수일은 돈에 눈이 먼 순애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그러면서 “놓아라, 더러운 손”이라고 매몰찬 한마디를 날린다.

갑자기 옛날 신파극을 떠올린 건 최근 세계 골프계에서 거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와 신생 리브(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의 갈등 때문이다. PGA투어(수일)는 오일 머니를 앞세운 LIV(김중배)에 합류한 선수(순애)에게 원색적 비난을 날리며 날 선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양상이다.

영국 센추리온GC에서 열린 LIV 첫 대회에서 우승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샬 슈워츨. [뉴시스]

영국 센추리온GC에서 열린 LIV 첫 대회에서 우승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샬 슈워츨. [뉴시스]

첫 대회 우승 상금 61억 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LIV는 6월 12일 개막전을 마무리하며 일단 첫발을 내디뎠다. 영국 런던 근교 세인트올번스의 센추리온GC(파70)에서 끝난 LIV 첫 대회에서 샬 슈워츨(남아프리카공화국)은 3라운드 합계 7언더파 203타로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우승 상금 400만 달러에 단체전 상금 75만 달러를 더해 475만 달러(약 61억3000만 원)에 이르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 금액은 슈워츨이 PGA투어에서 우승 없이 지난 4년 동안 벌어들인 상금 394만7195달러(약 50억9000만 원)보다 10억 원 이상 많다. 호박이 한 바퀴 구르는 게 콩이 1000바퀴 구르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하다. 최하위인 48위로 마친 앤디 오글트리(미국)는 24오버파의 민망한 성적을 남기고도 국내 프로대회 우승 상금 정도인 12만 달러(약 1억5000만 원)를 벌었다.

LIV와 같은 날 개막한 PGA투어 RBC 캐나디안 오픈에서 2연패를 달성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슈워츨의 24% 수준인 115만 달러(약 14억8500만 원)를 상금으로 받았다. 슈워츨보다 한 라운드를 더 뛰고도.



LIV 개막전 총상금은 2500만 달러(약 322억7500만 원)였고, 캐나디안 오픈은 3분의 1 정도인 870만 달러(약 112억3170만 원). LIV를 주최하는 LIV 골프인베스트먼트의 그레그 노먼 대표는 “상금이 나뉘는 날 세계 골프계는 새로운 변화를 맞을 것”이라고 큰소리 쳤다.

‘돈 놓고 돈 먹기’라는 평가를 듣는 LIV의 가장 큰 후원사는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 국부펀드(PIF)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약 600조 원에 이르는 PIF를 앞세워 전 세계에 투자하고 있는 큰손이다. 하지만 2018년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피살한 배후로 지목되는 인물이다. 사우디는 여성, 성수자에 대한 인권 탄압으로 국제사회에서 지탄을 받았으며, 미국과 관계도 껄끄럽다. LIV를 통해 대외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스포츠 워싱(Sports Washing)’을 시도했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따가운 시선 속에서 LIV는 기존 PGA투어와 차별화된 이벤트를 강조하고자 새로운 시도를 쏟아냈다. 대회 방식은 나흘 동안 72홀을 겨루지 않고 사흘 동안 컷 탈락 없이 54홀 승부를 치른다. 그래서 로마 숫자로 ‘54’를 뜻하는 ‘LIV’를 내세웠다. 또 파72 코스에서 매 홀 버디를 하면 54타가 된다는 뜻도 있다.

보통 선수 144명이 출전하는 기존 골프대회와 달리 48명만이 참가해 18개 홀에서 동시에 티샷을 날리는 ‘전 홀 샷건’ 방식으로 진행됐다. 또 기존 대회는 대체로 12시간 넘게 걸리는 데 반해 LIV 개막전은 4시간 30분 만에 경기가 종료됐다.

타이거 우즈, 10억 달러 러브콜 거절

골프뿐 아니라 프로 스포츠는 대부분 스피드 업을 강조한다.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다양한 규칙과 제도가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경기를 반길 팬은 없다. 선수들도 환영할 만하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싶은 건 직장인뿐 아니라 프로골퍼도 마찬가지다.

빠른 진행은 방송 중계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도 3개 방송 채널이 LIV 개막전을 생중계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중계권 계약도 없이 현지에서 제작한 화면을 공짜로 제공했다. 소정의 망 사용료 정도만 치렀을 뿐이다. 홍보 차원에서 선심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LIV 첫 대회에 출전한 PGA 챔피언십 우승자 미국 필 미컬슨. [뉴시스]

LIV 첫 대회에 출전한 PGA 챔피언십 우승자 미국 필 미컬슨. [뉴시스]

2020년 마스터스 우승자 미국 더스틴 존슨. [뉴시스]

2020년 마스터스 우승자 미국 더스틴 존슨. [뉴시스]

LIV가 PGA투어를 위협할 거대한 무대로 성장할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필 미컬슨, 더스틴 존슨 등이 LIV로 빠져나가긴 했어도 PGA투어와 유럽, 아시아의 거물들은 관망하는 분위기다. 타이거 우즈는 LIV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금액으로 ‘러브콜’을 받았지만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LIV에는 세계 랭킹 포인트가 부여되지 않는다. 랭킹에 따라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라이더컵, 프레지던츠컵 등에 출전할 수 없으며 올림픽에도 나가기 어려워진다. 랭킹 산정 방식이 LIV 진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프로 스포츠=돈’이라는 등식이 있듯,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돈 잔치’에 골프 스타들의 의리와 명분만 기대하는 건 순진한 접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PGA 측은 LIV 개막전 1라운드 시작 후 약 30분 만에 LIV에 출전한 17명의 투어 소속 선수에게 PGA 주관 대회 출전을 금지했다. 이런 조치가 선수 유출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브라이슨 디섐보와 패트릭 리드(미국)는 PGA 징계 조치 발표 이후 LIV 합류를 선언했다. 디섐보는 LIV 출전 조건으로 1억 달러, 리드는 50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류파 선수들은 “대회 수가 적어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 것 같다”며 워라벨을 강조하기도 했다.

PGA 역시 결국 거액의 베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흥행카드가 되는 톱스타를 붙잡으려면 상금 규모를 늘리거나 초청료 증액, 인센티브 등 ‘맞불 당근’이 필요해 보인다. ‘고래 싸움’에 선수들만 꽃놀이패를 쥐고 흔들 수도 있다.

PGA투어를 떠나는 선수들을 비난하며 “돈만 쫓은 결정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없다”는 말을 남긴 매킬로이는 캐나디안 오픈에 출전하며 350만 달러(약 45억2025만 원) 초청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6월 16일 US오픈 개막에 앞서 “개인적으로 아무도 떠나지 않기를 바랐으나 여기에 있는 모두는 성인이고 각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추가 이탈을 예상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PGA투어도 거액 베팅할 듯

최준서 한양대 교수(스포츠산업)는 “LIV의 출현으로 PGA투어 독점시대가 마감될 수도 있다. 그들(PGA)도 최대 위기로 인식하니까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모른다. 개인사업자에게서 직업 선택의 자유를 박탈하는 건 반합법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열 SBS 골프 해설위원은 “LIV가 세계 골프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48명, 3라운드가 선수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 앞으로 한물간 선수가 아니라 젊은 선수들이 들어가면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LIV 선수들도 PGA 챔피언십을 제외한 나머지 메이저대회 출전이 가능하다면 더 큰 타격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시 이수일과 심순애. 이 신파극은 갈등을 거듭하다 수일과 순애가 재결합해 새 출발하면서 막을 내린다. LIV와 PGA투어는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LIV 2차 대회는 6월 30일 미국 포틀랜드에서 개막한다.





주간동아 1344호 (p54~56)

김종석 채널A 성장동력센터 부장 (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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