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7

2006.05.30

아스널 삼총사 동지에서 적으로

앙리, 아데바요르, 센데로스 자국 대표로 격돌 … 박지성과의 프리미어리거 대결도 볼 만

  • 박문성 SBS 해설위원 mspark13@naver.com

    입력2006-05-24 16: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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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널 삼총사 동지에서 적으로

    ‘한국의 에이스’ 박지성

    참 공교롭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국가의 주축 선수들이 약속이나 한 듯 한 팀에 몰려 있으니 말이다. 희한하기까지 하나 한편으론 잘됐다는 생각이다. 옹기종기 모여 있으니 추적하고 파악하기 쉽지 않은가. 더 재미있는 것은 박지성이 그 옆 팀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런던과 맨체스터는 차로 3시간 남짓한 거리다. 2006년 독일월드컵 G조, 한국 축구팬들의 눈과 귀가 온통 쏠려 있는 G조의 판도는 박지성과 아스널 삼총사에 의해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아스널은 런던을 연고로 하는 팀이다. 군수공장 노동자들이 1886년 설립해 포병부대라는 애칭으로 불려온 아스널에는 프랑스의 주포 티에리 앙리를 비롯해 스위스의 든든한 센터백 필립 센데로스, 토고의 희망 에마뉘엘 아데바요르가 활약하고 있다. 앙리가 7년차로 가장 오랜 세월 아스널맨으로 뛰었고 센데로스는 3년차, 아데바요르는 지난겨울 입단해 반년째를 맞고 있다.

    연차와 상관없이 3명 모두 팀 내 입지가 확고하다. 사실 이 하나만으로 이들의 무게감을 짐작할 수 있다. 아스널. 세계 최고의 무대로 꼽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팀 중에서도 최강으로 꼽히는 팀이다. 2년 전에는 한 시즌 동안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는 경이로운 전력을 과시하며 정상에 올랐다. 19세기 말 태동한 잉글랜드리그 역사를 통틀어 무패 우승은 115년 만의 대기록이기도 했다. 이번 시즌엔 유럽 전체에서 가장 잘하는 클럽을 가리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해 있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치르는 결승전은 현지 시각으로 5월17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다. 아스널에서, 그것도 주전으로 뛴다는 자체만으로도 무서운 존재라 평가할 수 있는 배경이다.

    앙리. 독보적인 존재감을 표출하는 경계 인물이다. 사각지대에서도 개의치 않고 골문으로 향하는 믿어지지 않는 슈팅 정확도, 육상 선수 출신으로 수비진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폭발적인 스피드, 동료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주는 발군의 어시스트 솜씨까지 골잡이로서의 모든 능력을 갖췄다는 극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 어렵다는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3차례나 연속해 차지했다는 것만으로도 앙리의 파괴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유벤투스 등 명문 클럽들이 앞 다퉈 수백억원의 이적료를 제시하면서 영입을 시도하고 있는 이유도 다름 아니다.

    앙리, 골 감각 절정 그러나 월드컵 징크스



    토고의 아데바요르는 어떤가. 키가 크면 다소 뻣뻣하기 쉬운데 아데바요르는 다르다. 190cm가 넘는 장신 스트라이커로 탁월한 공중볼 장악 능력을 과시하면서도 유연하고 경쾌한 몸동작으로 골문을 흔든다. 물리적으로 강한 동시에 부드러운 발기술을 지닌 다재다능한 골잡이다. 아데바요르를 가리켜 강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지닌 우아한 스트라이커라 지칭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06년 월드컵 아프리카 지역예선을 치르며 대륙 최다골인 11골을 넣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아데바요르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스위스의 센데로스는 젊고 강하다. 85년생으로 나이는 어리지만 아스널과 대표팀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다. 아스널에서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수비수 숄 캠벨을 밀어내고 주전을 꿰찼을 만큼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터프한 중앙수비수로 높이와 파워 면에서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갖춘 동시에 공격에 가담해 골을 잡아내는 능력도 있다. 프랑스와 유럽 지역예선에서 결정적인 순간 골을 터뜨려 스위스의 본선행을 이끈 주인공이기도 하다.

    아스널 삼총사 동지에서 적으로

    스위스 필립 센데로스(왼쪽), 토고의 에마뉘엘 아데바요르.

    세 선수 모두 강하지만 틈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뚫어낼 수 있는 약점을 모두 갖고 있다.

    앙리의 문제는 대표팀 징크스다. 아스널에서는 폭발적인 골 결정력을 자랑하지만 대표팀에만 오면 작아지는 앙리다. 앙리는 2002년 한일월드컵 무득점을 비롯해 유로2004 본선, 이번 월드컵 유럽 지역예선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프랑스 현지에서는 대표팀 내에서의 호흡, 미드필드진의 패스 문제 등을 거론하지만 뭐 하나 딱히 시원스런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언론들은 최근 앙리의 대표팀 징크스는 ‘의지 없음’에 기인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앙리가 대표팀에서 잘해야 한다는 동기나 의지를 스스로 부여하고 있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아데바요르의 단점은 정신적인 면에 있다. 22세의 아데바요르는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는 반면 심리적으로 성숙치 못해 불화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올 초 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감독과 말다툼 끝에 출전을 거부한 일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불안은 플레이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수비수가 밀착 마크해 괴롭히면 냉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짜증을 내다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센데로스는 순간적인 민첩성이 부족해 골을 허용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파워는 발군이지만 순간 동작이 늦어 2선에서 침투하는 발빠른 공격수를 놓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나이에 비해서는 경험이 적지 않지만 지구촌 최대 축구제전이라고 할 수 있는 월드컵 무대 경험이 전무해 위기상황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목할 수 있다.

    아스널의 삼총사를 상대할 한국의 키플레이어 박지성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후 기량이 부쩍 상승해 결선 토너먼트 진출의 희망으로 꼽히고 있다. 필드 전체를 누비는 강철 체력에 경기를 읽는 시야와 촌철살인의 패스 능력이 업그레이드돼 아드보카트 감독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기분 좋은 징조는 박지성이 프리미어리그를 치르면서 아스널과 만나 맹활약하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대(對)아스널전 무패를 이끌었다는 점이다. 1월3일 원정경기엔 후반 교체 투입돼 0대 0 무승부에 일조했고, 4월9일 홈경기에선 선발 출전해 후반 쐐기골을 작렬시키며 2대 0 완승을 이끌었다. 앙리, 아데바요르, 센데로스는 박지성의 분전을 지켜볼 도리밖에 없었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운동이지만 경기를 풀어주는 키플레이어의 역할이 크다는 점에서 대한민국호의 선장 박지성이 프랑스의 앙리, 토고의 아데바요르, 스위스의 센데로스를 상대로 승리의 기억을 갖고 있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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