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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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는 자본주의, NFL은 사회주의

  • 최성욱/ 스포츠 칼럼니스트 sungwook@kr.yahoo-inc.com

    입력2006-03-22 17: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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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FL(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 슈퍼볼 최우수선수(MVP)인 한국계 스타 하인스 워드(30·피츠버그 스틸러스)가 4월3일 한국을 방문한다. 그는 피츠버그가 26년 만에 슈퍼볼을 탈환하는 데 견인차 구실을 했다.

    피츠버그가 26년 동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것은 NFL의 운영 방식과도 관련이 있다. NFL은 MLB(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첼시처럼 ‘절대 강자’가 등장할 수 없는 구조다.

    미국의 4대 ‘빅 스포츠(야구·미식축구·농구·아이스하키)’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야구와 미식축구다. 야구는 ‘미국의 놀이’라고 불릴 만큼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스포츠이고, 미식축구는 최근 야구를 능가할 만큼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NBA(미국프로농구),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도 미국인들을 열광시키고 있지만 MLB와 NFL의 인기에 필적하지 못한다.

    MLB와 NFL의 리그 운영 방식은 매우 다르다. MLB가 ‘자본주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 NFL은 ‘사회주의식’으로 꾸려진다. 도대체 무슨 얘기냐고? 미식축구는 ‘분배’를 중요시하고, 야구는 ‘성장’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MLB에선 ‘잘나가는’ 팀은 돈을 많이 벌고, 실력이 떨어지는 팀은 가난하다. ‘우승-수익 증대-투자-재우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강팀은 슈퍼스타를 싹쓸이하면서 수익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나간다. 가난한 구단이 ‘도깨비 팀’이라고 불리며 돌풍을 일으키는 예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MLB 실력 따라 수익 차등, NFL 실력 무관 공평 분배

    반면 NFL은 함께 벌어 똑같이 나눠 갖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NFL은 관중 입장 및 TV 중계권 수익을 사무국에서 일괄적으로 거둬들인 뒤 총액을 팀 수로 나눠 각 팀에 똑같이 나눠준다. 이러다 보니 각 팀들의 연간 수입은 거의 차이가 없고, ‘부자 구단’과 ‘가난한 구단’의 구별이 없어 전력이 평준화돼 있다. 따라서 NFL 경기는 대부분 긴장감이 넘치는 박빙의 승부를 펼친다. NFL에도 댈러스 카우보이, 잉글랜드 패트리어트 등 명문 팀이 있지만 이들이 전력에서 크게 우위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최성욱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졸업
    ●1995~2003년 스포츠조선, 스포츠투데이를 거치며 스포츠 전문기자로 활동
    ●미국 포틀랜드주립대학 매스미디어 및 스포츠커뮤니케이션 석사
    ●현재 야후코리아 스포츠팀장


    MLB도 최근 “나눠 먹자”는 가난한 팀들의 요구로 ‘분배’를 조금씩 늘리고 있다. 2003년 팀 간 재정 격차를 줄이기 위해 ‘통합세일(collective bargain)’ 제도를 도입, 각 팀이 수익의 34%씩을 내놓아 이를 균등하게 배분하기 시작한 것. 그러나 수익의 100%를 ‘균등분배’하는 NFL과는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MLB는 강팀/약팀, 부자 구단/가난한 구단의 구조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공동생산 균등분배’의 NFL의 사회주의 모델과 승자 독식의 자본주의를 따르는 MLB 중 어느 시스템이 낫다고 할 수 있을까? 필자는 경기를 보는 재미에서만큼은 ‘사회주의’가 낫다고 얘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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