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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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차 큰 스릴!

  • < 허시명 / 여행작가 > storyf@yahoo.co.kr

    입력2004-10-19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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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차 큰 스릴!
    우리 집에는 바퀴 달린 것이면 무조건 좋아하는 애가 하나 있다. 한번은 녀석이 아빠 차를 탐이 나는 듯 쳐다보더니 손뼉을 치며 외쳤다. “아빠 죽으면 이 차도 내 거지? 와!” 물론 죽음이 뭔지도 모르는 어렸을 때 얘기다. 며칠 전 녀석이 신문 한 귀퉁이를 오려가지고 왔다. 자동차 경주 사진인데, 꼬마들이 핸들을 잡고 있었다. 자기도 그 차를 타고 싶다고 했다. 그것이 바로 카트(kart)였다.

    카트는 덮개가 없고 네 바퀴가 통째로 드러나며 차체가 바닥에 붙다시피 한, 일반 경주용 자동차(Fomular car)의 축소판이다. 그래서 ‘미니 포뮬러’라고도 부르는데, 포뮬러 무게의 3분의 1 정도 된다. 그렇다고 해서 카트가 아이들용 차냐 하면 그렇지 않다. 연봉 500억원이 넘는, 카레이서들의 우상인 독일의 슈마허(Michael Schumacher) 선수도 카트부터 타기 시작했고, 지금도 카트를 즐기고 있다.

    카트의 차체는 바닥에서 3~4cm 떨어져 있다. 울퉁불퉁한 도로에서는 헛바퀴만 돌 뿐 달릴 수가 없다. 카트를 타려면 전용 경기장으로 가야 한다. 서울 근교에서는 자유로 통일동산, 용인 에버랜드, 경기도 화성에 경기장이 있고, 강원도 원주시 문막에도 경기장이 있다. 그중 국제 규격에 맞는 카트전용 경기장인 화성카트빌로 향했다.

    작은 차 큰 스릴!
    화성카트빌은 경기도 발안에서 43번 국도를 타고 수원 방향으로 3.5km쯤 올라가면 왼쪽으로 보이는 덕우공단 안쪽에 자리잡고 있다. 경기장은 U턴 하는 곡선주로를 5개 끼고 있는데 전체 길이가 700m다. 도로 폭은 8m, 직선도로는 110m까지 나온다.

    인터넷 자동차 동호회원들이 떼로 몰려와 카트를 타고 있었다. 엔진음이 요란해 옆사람과 대화를 나누기도 어려울 정도다. 처음 타보는 사람도 많다. 주로 20, 30대였고 여성 회원도 꽤 된다. 단체로 오면 대개 시간 단위(1시간에 30만원 정도)로 경기장과 차 5대 정도를 임대해 쓰는데, 혼자나 가족끼리 오면 1만5000원을 내고 10분을 타게 된다. 10분이면 700m 경기장을 10바퀴 정도 돈다.



    사실 10분은 짧다. 게다가 1만5000원에 10분이라면 더더욱 짧게 느껴진다. 그런데 카트를 10분 타고 나면, 팔목이 아프고 두 팔에 쇠기둥이라도 박힌 듯이 뻣뻣해지고 온몸에 후끈 땀이 밴다. 경기 연습을 하는 선수들도 10분 정도 타면 헬멧을 벗고 쉬어야 한다. 그리고 차체를 닦고 조이고 점검해야 한다.

    작은 차 큰 스릴!
    카트는 속도를 즐기거나 겨루기 위한 동체여서, 달리고 멈추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들로 구성된다. 접지력을 높이기 위한 홈이 없는 네 바퀴, 바퀴의 축과 연결된 차체, 의자와 핸들, 그리고 엔진과 기름통이 눈에 띄는 요소다. 의자에는 안전벨트가 따로 없다. 두 손으로 핸들을 잡으면 절대 놓아서는 안 되는데, 꼭 잡은 핸들과 꽉 낀 의자가 안전벨트 구실을 한다.

    카트는 쉽게 레저용과 경주용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인들이 쉽게 빌려 탈 수 있는 카트는 레저용이다. 레저용은 안전성을, 경주용은 속도를 중점으로 제작된다.

    카트는 운전면허 없이도 탈 수 있다. 말귀를 알아듣고, 두 손과 두 발을 움직일 수만 있으면 누구라도 탈 수 있다. 만 네 살짜리 운전자도 있는데, 그만큼 조작이 쉽다. 다만 승용차보다는 핸들을 움직이는 데 힘이 더 들어간다. 의자에 앉아 두 발을 땅과 수평이 되게 쭉 뻗는데 왼발은 브레이크 페달, 오른발은 가속페달에 걸리게 된다. 어떤 경우라도 두 손을 핸들에서 떼지 않고, 발끝으로 페달을 밟으면서 질주하면 된다. 그게 전부다.

    작은 차 큰 스릴!
    조작을 잘못하면 차가 회전할지언정 뒤집어지지는 않는다. 레저용과 주니어용은 최고 속도가 시속 50km 정도로 조종되어 있다. 하지만 같은 속도라도 체감 속도는 승용차의 3배라고 한다. 그런데 막상 타서 가속페달을 밟아보니, 소리는 요란하고 맞바람은 세차고 아스팔트는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해서, 승용차로 150km를 달릴 때보다 훨씬 맹렬하고 무자비하다. 게다가 직선주로는 짧고 곡선주로는 잦아 박진감 넘치게 질주할 수 있다.

    카트 지도를 하는 오훈교씨는, 숙련된 조종자는 레저용 카트를 탈 경우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가속페달 조작만으로도 무리 없이 질주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도 처음 타보는 처지에서는 자꾸 브레이크에 발이 간다.

    체감 스피드 시속 150km

    굽은 길을 돌 때 조작을 잘못하면 차가 돌게 된다. 그러면서 방어벽을 칠 수 있고, 완충지대인 잔디밭으로 올라앉을 수 있다. 이때 뒤따르는 차가 조심 운전을 해야 한다. 사고는 주로 앞에서 발생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파악할 겨를이 없을 때 생긴다. 그래도 차체가 가볍고 보호대 구실을 하기 때문에 심한 사고는 나지 않는다고 한다.

    레저용에 익숙해지면 경주용을 빌려 탈 수 있다. 경주용은 시속 100km까지 달린다. 실제 이날 초등학교 4학년생이 경주용 차를 몰고 나서는데, 곡선 많은 경기장을 작은 차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빠르게 휘젓고 다닌다.

    작은 차 큰 스릴!
    그렇다면 카트를 타는 데는 어떤 차림을 해야 할까. 반바지 차림에 슬리퍼나 샌들을 신은 사람은 탈 수 없다. 최소한의 장비는 헬멧과 장갑이다. 제대로 갖춰 입으려면 머리와 쇄골 보호대, 가슴보호대에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상하의가 붙은 전용 복장을 입어야 한다. 옷은 자동차 화재에 대비한 방화용 소재가 들어 있어 땀복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

    카트 값은 400만원대다. 다른 레포츠 장비에 비하면 비싸지는 않다. 다만 유지비와 관리비가 좀 더 들어간다. 카트의 부품들은 속도를 내는 데 중점을 두다 보니 내구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잠깐 타고 나서도 닦고 조이고 기름칠해야 한다. 당연히 장비를 잘 아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구입한 카트를 위탁해 놓고 한 달에 두번 정도 타면 30만원 가량 든다.

    카트는 카레이서가 되려는 이들의 전용물이 아니다. 자동차를 좋아하고 질주의 본능을 만끽하고 싶은 합법적인 폭주족이 즐길 수 있는 레포츠다.

    아쉽게도 그날 큰애는 카트를 타지 못하고 말았다. 의자에 방석 두 개를 끼워 넣었건만 성인용은 다리가 짧아 페달이 닿지 않고, 주니어용은 미처 준비가 안 돼 있었다.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와 가까워지려면 함께 할 수 있는 놀이가 최고다. 같이 땀 흘리고 씩씩 몰아쉬는 숨소리를 들으며 같이 웃고 떠들 수 있는 놀이가 좋다. 인간의 질주 본능을 충족시켜 주는 카트야말로 그런 가교 구실을 해줄 수 있는 훌륭한 레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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