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5

2006.05.16

“운동한다고 연골 닳는 것 아닙니다”

통증 덜어주는 운동법·수술까지 관절염 정보 망라 … “고치기 어렵고 다루기 힘들다는 건 오해”

  • 이윤진 건강전문 라이터 nestra@naver.com

    입력2006-05-10 15: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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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한다고 연골 닳는 것 아닙니다”
    2004년 4월, 경기 부천시의 연세사랑병원 앞에 택시 한 대가 멈춰 섰다. 택시에서 내린 사람들은 50대 부부와 70대 후반의 한 할머니. 할머니는 휠체어로 옮겨진 뒤 병원 안으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사흘 뒤 할머니는 자신의 두 다리로 병원 문을 나섰다.

    전남 구례에 사는 이 할머니는 심옥분(78) 씨. 심 씨는 심한 퇴행성 관절염으로 10년 동안 휠체어 신세를 졌다. 치료 시기를 놓친 게 화근이 되어 장애를 안고 살아야만 했던 것. 그러던 중 연세사랑병원의 소문을 들은 50대 아들이 “연세 더 드시기 전에 편하게 해드리고 싶다”고 해서 멀리 부천까지 찾아오게 됐다. 심 씨는 “무릎 통증만 덜어도 좋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서 찾아왔다가 50대보다 더 튼튼한 무릎을 갖게 됐다”고 자랑했다.

    만성질환 발생률 1위 흔한 병

    관절염이라고 하면 무조건 ‘고치기 힘든 병’ ‘한번 걸리면 크게 고생하는 병’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이 때문에 심 씨처럼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환자조차도 뜻하지 않은 고통 속에서 지내곤 한다. 이에 대해 연세사랑병원(부천시 역곡동, 032-342-0114, www. yonserang.com) 고용곤 원장은 “관절염과 그 치료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서 생기는 오해”라며, 그런 오해를 풀기 위해 ‘관절염’(넥서스 펴냄)이라는 책을 내게 됐다고 말한다.

    고 원장은 지금껏 무릎 인공관절 수술 3000건, 관절경 수술 4000건 등의 풍부한 임상 경험으로 인공관절 수술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의다. 저서 ‘관절염’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다고 하자 “진료실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글로 풀었다. 이 책을 통해 관절염 환자들이 알아야 할 기초적인 정보는 물론 관절을 튼튼히 하는 운동프로그램, 약물치료, 각종 수술 및 수술 후 관리법 등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문을 틔웠다.



    관절염은 뼈와 뼈마디를 연결해 관절을 부드럽게 움직이게 하는 연골이 닳아 없어지거나 울퉁불퉁해진 상태를 말한다. 무릎이나 엉덩이뿐 아니라 관절이 있는 부위면 어디든지 생기며, 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난치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무릎이나 엉덩이 관절에 이상이 생기면 걸을 때마다 통증이 느껴지다가 심하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해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관절염을 방치해뒀다가는 관절 마디가 휘거나 심하게 굳어져 마음대로 쓸 수 없게 되고, 심지어 부분적인 신체장애가 되기도 한다.

    200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국민건강 및 영양조사’에 따르면, 퇴행성 관절염은 인구 1000명당 315명에게서 발생, 만성질환 발생률 1위를 차지할 만큼 발병률이 높다. 55세 이상의 약 80%에서 관절염이 나타나며, 75세 이상의 노인은 거의 모두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특히 노년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초기엔 무릎이 부어오르고 물이 차며, 걸을 때마다 통증을 느끼게 된다. 차츰 증상이 진행되면서 무릎 연골이 완전히 닳아 없어져 뼈와 뼈가 닿게 되는 말기가 되면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다리를 움직일 수 없을 정도가 되며 무릎에서 뼈가 부딪치는 소리가 나기도 하는데, 이때는 정상적인 생활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관절염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퇴행성 관절염 외에도 120여 종이 있는데, 관절 부위에 따라 각기 다른 증상과 통증이 나타난다. 따라서 관절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 원장은 저서에서 수술하지 않고도 운동이나 생활습관 개선으로 고칠 수 있는 초기 증상의 관리법부터 수술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의 환자에게 유용한 정보들을 담아 환자 스스로 관절염을 예방하고 통증을 관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운동한다고 연골 닳는 것 아닙니다”

    네비게이션을 사용한 인공관절 수술(왼쪽)과 사용하지 않은 수술.

    먼저 관절염 환자의 통증 관리에 도움이 되는 마사지나 찜질법을 사진 설명과 함께 자세히 적어 환자들이 집에서도 자가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 눈에 띈다.

    고 원장은 “평상시 생활습관에 주의하면 관절염을 예방할 수 있다. 관절을 보호하는 바른 자세, 운동, 뼈와 관절을 강화하는 식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관절염 환자들이 갖기 쉬운 오해 중 하나가 운동을 하면 연골이 더 빨리 닳아버려 무릎이 상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네비게이션 최소절개술’ 개발

    물론 무릎에 무리를 주는 심한 운동은 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올바른 운동방법에 따라 지속적이고 적당하게만 한다면 관절을 유연하게 만들고 관절 주위의 뼈와 인대를 강화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지속적인 운동은 통증 완화를 위한 필수 과정이다.

    관절염 초기라면 약물치료나 운동, 생활습관 개선 등 비수술적 처치로 고칠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다면 수술을 하는 게 좋다. 분명 관절염 치료에서 수술이 갖는 비중과 중요성은 크다. 그런데도 그에 대한 정보들은 여태껏 환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고 원장은 책의 후반부에서 관절경 수술, 자가연골 배양이식술, 절골술, 인공관절 치환술 등 다양한 수술법과 수술 후 관리법에 대해 설명했다.

    “운동한다고 연골 닳는 것 아닙니다”

    ’관절염’ 책 표지

    “분명 수술이 필요한데도 수술을 하지 않고 약이나 파스로 버텨보겠다고 고집을 피우거나, 수술 자체에 겁을 먹고 차라리 통증을 참으며 살겠다는 환자들이 간혹 있다. 이는 환자들에게 수술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본다.” 고 원장은 관절염 수술이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는 신기술 덕분에 점점 환자의 불편을 덜고 위험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일반인이 알아듣기 쉬운 말들로 설명하고 있다.

    고 원장과 연세사랑병원이 관절염 환자 사이에 회자되고, 전국 각지에서 환자가 찾아오게끔 한 결정적 계기는 인공관절 수술 시 절개 부위를 최소화하는 ‘최소침습 인공관절 수술’과 컴퓨터를 이용한 ‘네비게이션 인공관절 수술’로 수술 후 발생하는 통증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회복기간을 대폭 단축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인공관절에 비해 수명이 긴 세라믹 인공관절을 사용해 50대 중년 환자에도 인공관절 수술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연세사랑병원은 2003년에 네비게이션 인공관절 수술의 본고장인 독일 뮌스터대학으로부터 네비게이션 아시아 지정병원으로 선정되기도 할 만큼 네비게이션 수술 분야에서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유명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의 관절염 전문의들도 고 원장에게 연수를 받아 갈 정도라고 한다. 게다가 연세사랑병원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 중국, 베트남 등지의 관절염 전문의 사이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연수기관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엔 절개 범위가 큰 기존 네비게이션 수술의 단점을 보완한 ‘네비게이션 최소절개술’을 개발했는데, 좁은 절개 부위를 통해 수술을 집도해야 하므로 정확도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힘든 작업이라고 한다.

    고 원장은 “수술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수술 후 관리를 잘해서 환자의 고통을 줄이고 정상적인 사회 복귀가 빨라지는 데 내 책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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