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1

2002.09.12

정수기 물이라고 다 몸에 좋은가

정수방식에 따라 제거 물질·능력 달라… NSF 인증 받아야 믿을 수 있어

  • < 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입력2004-09-30 17: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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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기 물이라고 다 몸에 좋은가
    정수기 시장만큼 빠르게 성장해온 시장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1993년에 이미 1,000억원을 훌쩍 넘겼고 1995년에는 4,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금년에는 약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GDP(국내총생산)를 감안할 때 규모 면에선 단연 세계 최고 수준.

    70년대 중반 국내에 정수기가 처음으로 소개됐을 당시만 해도 단지 상류층의 사치품 정도로만 여겨졌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수기 시장이 이렇게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수돗물에 대한 불신에 힘입은 바 크다.

    국내 정수기 시장 1조원대 육박

    정수기 물이라고 다 몸에 좋은가
    그러나 최근에는 ‘깨끗한 물’ 차원을 넘어 ‘몸에 좋은 물’을 찾는 경향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체의 70~80%를 차지하는 물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수기 업체간의 영업 및 홍보 전쟁 역시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모델료만 수억원에 달하는 최고의 스타들이 정수기 광고모델로 자주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정수기 업체간의 치열한 경쟁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소비자들이 정수기의 핵심인 ‘정수방식’에 대해 과연 얼마나 알고 있느냐는 점이다. 다른 전자제품과 달리 일반인으로서는 그 효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맹점 때문에, 대다수 소비자들이 ‘우리 정수기가 최고’라는 영업사원의 말이나 광고모델의 이미지만으로 정수기를 선택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국내 정수기 시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서 정수기의 효능까지 최고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시판된 지 오래되었고 광고를 많이 하는 정수기라 해서 그것이 완벽한 정수능력의 보증수표가 될 수는 없는 것. 왜냐하면 정수기는 정수방식에 따라 제거물질이나 제거능력이 다른 등 장단점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정수방식은 일단 필터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필터는 탄소(활성탄)·중공사·멤브레인(역삼투압)·맥반석·세라믹 필터 등 종류가 다양하다. 그 밖의 필터들은 각 정수기 회사에서 고유 기능을 더한 것이다.

    정수기 물이라고 다 몸에 좋은가
    현재 국내에 보급된 대부분의 정수기의 정수방식은 멤브레인 필터를 이용한 역삼투압 방식. 역삼투압은 생물의 가장 기본적인 삼투압 현상을 응용한 것으로, 초기에는 과학산업에서 사용되는 정밀부품을 세척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방식이다.

    정수기 물이라고 다 몸에 좋은가
    역삼투막은 막 표면의 기공 크기가 0.001미크론(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0만분의 1)으로 매우 작기 때문에 수돗물 속의 불순물인 박테리아·바이러스·미립자를 걸러낼 수 있지만 인체에 유익한 미네랄까지 제거하는 역기능도 있다. 따라서 역삼투압으로 걸러낸 물은 실험실에서나 사용하는 증류수에 가깝다. 즉 몸에 유익한 성분인 미네랄이 제거돼 몸에 좋은 물은 아니지만, ‘안전한 물’을 마시고자 하는 초기 정수기의 목적에는 충실한 셈이다. 이로 인해 선진국에서는 역삼투압 방식의 정수기가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다.

    역삼투압 방식의 또 다른 단점은 필터에 걸러지는 물질이 많아 막의 기공이 금방 막힌다는 점. 또한 삼투압을 역으로 작동시키기 위한 모터로 인해 소음이 크고, 정수기 크기 자체가 커지며, 정수기 가격이 비싸고, 전력 손실이 크다는 등의 단점도 있다.

    역삼투압 방식이 정수기 시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역삼투압 외의 다른 정수방식을 이용한 정수기 역시 많이 보급된 상태다.

    UF중공사막에 의한 정수방식은 역삼투압 방식보다 필터의 막 크기가 다소 큰 0.01미크론. 수돗물의 불순물인 미립자와 박테리아 등은 제거하나 유익한 미네랄은 제거하지 않는 선택적인 여과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물 속에 녹아 있는 중금속이나 석회성분도 걸러내지 못하므로 공장 지역이나 지하수를 이용하는 지역에선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또한 중공사가 불순물에 의해 막힐 경우 정수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중공사 자체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가 기생하기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물을 끓여 생기는 수증기를 냉각해 순수한 물을 제조하는 증류방식도 있지만, 미네랄 및 용존산소까지 제거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미네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물질도 걸러주는 정수기도 등장했다. 기존 활성탄보다 정수기능이 탁월한 압축 활성탄을 이용해 유기물·무기물·농약·염소·중금속 및 각종 공해물질을 걸러내고, 크기가 작아 활성탄으로 걸러지지 않는 병원균이나 미생물, 박테리아 등은 자외선 램프를 통해 살균하는 ‘더블 트리트먼트 시스템’의 정수기가 바로 그것. 이 경우 정수를 하더라도 미네랄은 제거되지 않는다.

    “수돗물 상태 따라 필터 교환을”

    한편 전기분해 방식을 이용해 산성·강알칼리성·약알칼리성 등 세 가지 성분을 분해하는 방법을 개발해 특허를 받은 정수기도 있다. 이 정수방식도 미네랄이 제거되지 않기는 마찬가지. 이 방식으로 정수된 세 가지 성분의 물은 각각 세안용·식물재배용·음용수로 구분하여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식수로 사용하는 약알칼리성 물은 과학적으로 ‘인체 건강에 가장 적합한 물’로 입증된 바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자체에 전극판을 이용한 청소 시스템이 내장돼 있어 필터를 교환해줄 필요가 없다. 일단 활성탄 방식을 통해 각종 오염물질을 거르고, 전기 에너지를 통해 세균과 바이러스를 죽이는 방식이다. ‘인체에 적합한 물’인 약알칼리수는 세균과 바이러스가 생존하기에 가장 나쁜 물이라는 점도 최대 강점.

    한국소비자보호원 시험검사소 이대훈 소장은 “일단 정수기를 구입했다면 필터를 제대로 관리해야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업체에서 권장하는 필터 교환 주기는 평균적인 개념으로, 무조건 이 주기를 따르는 것은 올바른 관리방법이 아니다. 자신의 집 수돗물 상태에 따라 필터 교환 주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수기를 장기간 사용하지 않았을 때는 처음 2∼3분간 나오는 물을 버리고 나서 사용해야 한다거나 물 탱크가 있는 경우 물 탱크 내부의 청결을 유지해야 하는 것도 올바른 정수기 사용법의 기본이다. 마지막으로 정수기를 선택할 때 NSF인터내셔날의 인증을 받았느냐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NSF인터내셔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음용수 및 정수기에 관한 실험기관으로 공식 지정한 법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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