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4

2007.05.08

휴대폰 숨통 죄는 ‘중국 부메랑’

경쟁력 저하로 중소업체 설 자리 상실 … 원가절감 공장 이전 되레 발목 잡아

  • 정지연 전자신문 퍼스널팀 기자 jyjung@etnews.co.kr

    입력2007-05-02 16: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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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 숨통 죄는 ‘중국 부메랑’

    팬택 계열의 휴대전화 생산 공장.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정보기술(IT) 산업의 대표주자들이 중국의 추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와 함께 3대 산업으로 평가받아온 휴대전화도 마찬가지다. 전체 수출액의 8%를 차지할 만큼 효자 상품이었지만 수출액과 비중이 점차 줄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들이 생산기반의 상당부분을 중국으로 옮긴 데다 이 과정에서 중국 현지업체들이 자체 기술력을 확보, 그간 우리 중소업체들의 밥벌이였던 글로벌 기업의 제조자개발생산(ODM) 물량을 상당수 가져갔기 때문이다.

    최근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 길에 들어선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의 미래를 두고 안팎에서 걱정스러운 시선이 느껴진다.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도 있지만 세원텔레콤, 텔슨전자, 스탠다드텔레콤, 맥슨텔레콤 등 앞서 사라져간 중소 휴대전화 업체들의 전철을 밟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더 큰 것이 사실.

    좀더 근본적인 걱정은 위기의 원인이 제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카이(SK텔레텍)를 인수하기 위해 대규모 차입금을 동원한 것이 부실의 표면적인 원인이었다면, 근원적인 문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저하에 있었다. 그동안 팬택은 글로벌 이동통신·제조업체들에 ODM 형태로 물량을 공급하면서 성장해 왔으나 중국이나 대만의 경쟁 업체들이 이를 빼앗아가 버렸다. 팬택 못지않은 제품을 저가에 공급하니 시장논리상 어쩔 수 없다. 이 과정에서 팬택은 재빨리 자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물론 프리미엄 제품까지 개발해 직접 마케팅에 나섰으나 고객들은 더 싼 제품을 원했다.

    안타까운 점은 중국, 대만 경쟁사들의 급속한 성장에 바로 우리 업체들과 기술진이 큰 도움을 줬다는 점이다. 경쟁이 격화되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고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앞다퉈 택한 중국행이 우리 업체들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중소 휴대전화 업체들이 중국으로 생산기반을 옮기는 과정에서 무리한 투자를 한 데다 현지 협력업체들이 상당부분 기술을 이전받으며 기술독립을 시도한 것이다. 결국 노키아·모토롤라 등에 공급할 주요 거래처를 중국 업체에 빼앗겼고, 생산라인도 그대로 둔 채 중국에서 쫓겨나다시피 되돌아왔다. 함께 간 우리 엔지니어들의 고용주가 중국인으로 바뀐 것은 물론이다.



    파트너가 어느 순간 고용주 행세

    테크페이스, 심콤, 아모이 등이 바로 현재 전 세계에 저가폰을 대량공급하는 중국의 휴대전화 생산 전문업체들이다. 정확한 생산량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중국 발표에 따르면 연간 1억 대에 이르는 자국 수요의 15%를 중국산으로 해결하고 있다니, 전 세계로 나가는 수출 물량까지 합하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소 휴대전화 업체에 종사한 전·현직 관계자들은 이들 회사 이름만 들으면 표정이 어두워진다. 파트너였다 경쟁자가 됐고, 이제는 되레 고용주 행세를 하려는 얼굴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벤처기업의 대표격인 벨웨이브의 양기곤 사장은 “100여 개가 넘었던 중소 휴대전화 업체가 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몇 개 남지 않았다”면서 “먹고살 길이 막막해 중국이나 대만 등지를 떠돌고 있는 한국 기술진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사업 전환을 고려한다는 양 사장은 중소업체들이 어려움에 처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기업 하청에만 익숙해져 기술력과 마케팅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다가 낭패를 본 것”이라고 설명한다.

    비단 휴대전화 산업 얘기만은 아니겠지만 중국 업체들과의 한판승부는 대한민국호의 미래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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