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2

2007.04.24

30여 나라에서 꽃피는 와이브로

국내 업체와 제휴 본격 상용화 채비 … 한국이 기술 주도권 확보 장밋빛 미래

  • 최광 서울경제신문 정보산업부 기자chk0112@sed.co.kr

    입력2007-04-18 2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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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여 나라에서 꽃피는 와이브로

    4월3일부터 서울시 전역과 수도권 일부에서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서비스가 개통됐다.

    이동 중 인터넷에 접속해 고속으로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는 와이브로(WiBro·휴대인터넷) 서비스가 4월부터 서울시 전역과 수도권 주요 대학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4월 KT가 서울 일부 지역에서 첫선을 보인 지 꼭 1년 만이다.

    와이브로는 ‘향후 대한민국의 10년을 책임질 먹을거리’라는 장밋빛 전망과 함께 탄생했다. 그러나 이제까지 성적표는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지난 한 해 누적 가입자는 고작 3000여 명. 심지어 또 다른 와이브로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서비스 의지를 의심케 할 만큼 가입자 확보에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서비스를 지원하는 단말기 또한 노트북 PC에 꽂아 쓰는 PCMCIA 카드 한 종류만 운영했기에 반쪽짜리 서비스에 불과했다.

    와이브로의 부진한 성적에 대해 전문가들은 각양각색의 분석을 내놓는다.

    먼저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가 국내에 이미 상당히 보급돼 있다는 점을 꼽는다. 게다가 무선은 아니지만 전국 1만5000여 개 PC방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국내시장에선 고전 거듭



    이동전화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경쟁상대다. 메가바이트급 데이터의 동영상과 음악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화상통화까지 가능한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서비스가 3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와이브로 서비스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도 HSDPA 서비스와 상충할 것을 우려해서라는 해석이 흘러나온다. 마지막으로 전용단말기의 부족도 소비자의 선택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이 같은 우리의 더딘 행보와 반대로 해외에서는 와이브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대형 이동통신사업자 스프린트넥스텔은 최근 와이브로를 차세대 통신서비스 표준으로 채택하고 연말부터 워싱턴DC, 볼티모어, 시카고, 텍사스 등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상용서비스를 시작했다. 2006년 8월 삼성전자와 와이브로 서비스에 대한 제휴협정을 한 이후 발빠르게 상용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브라질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 전 세계 30여 국가도 와이브로 서비스 도입을 검토, 상용화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초고속인터넷 보급이 늦거나 기반이 취약한 곳들로, 투자비가 높은 유선 초고속인터넷보다는 와이브로가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 도입을 검토 중이다. 또 이들 국가는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LG전자, 포스데이타 등이 개발한 와이브로 장비와 단말기를 구매해 통신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와이브로를 초기 성적표만으로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여기서 나온다. 와이브로는 우리 기술진이 개발한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주도권을 쥔 첫 사례다. 장비와 단말기는 물론 관련 핵심부품 수출도 이뤄질 수 있다. 각국이 와이브로 서비스를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우리 기술진의 컨설팅도 필요하다. 또한 와이브로의 근간을 이루는 다중입출력(MIMO), 직교분할다중접속(OFDMA) 기술 등은 4세대(4G) 이동통신 표준화 과정에서도 주요 기술로 채택될 전망이다.

    와이브로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남중수 KT 사장은 4월3일 열린 와이브로 서비스 지역 확대 기념 축하행사에서 “와이브로에 대한 투자는 KT가 장기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지만, 와이브로는 이제 대한민국의 정보기술(IT) 산업이 세계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투자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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