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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의 21세기 키워드|지능물질

‘생각하는’ 콘크리트?

  • 이인식 / 과학문화연구소 소장

‘생각하는’ 콘크리트?



금속 전선이 온도에 따라 여러 모양으로 바뀐다. 등산용 로프가 위험한 수준으로 당겨질 때 색깔이 달라진다. 콘크리트가 금이 가면 스스로 수리한다. 이와 같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고, 위험을 사전에 예견하며, 자력으로 보수하는 물질을 통틀어 ‘지능물질’(intelligent material) 또는 ‘스마트 물질’ 이라 한다.

지능물질은 생물체처럼 신경계, 뇌, 근육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자신의 내부 또는 주변의 정보를 감지하는 신경계 역할은 센서가 한다. 센서가 입수한 정보를 해석해 반응 계획을 수립하는 뇌기능은 컴퓨터가 수행한다. 컴퓨터의 지시에 따라 행동에 옮기는 근육은 액추에이터(actuator)라 한다.

지능물질의 센서로는 광섬유와 압전(壓電)물질이 가장 많이 연구된다. 광섬유를 지나가는 빛은 거의 모든 환경변화에 따라 그 특성이 바뀌기 때문에 광섬유는 센서로 안성맞춤이다. 두번째로 인기있는 센서 재료는 빛 대신 전기를 이용하는 압전물질이다. 중합체나 세라믹은 압력과 같은 기계적 힘을 가하면 전기신호가 발생하므로 센서 재료로 기대를 모은다.



지능물질의 액추에이터로는 형상기억합금과 압전세라믹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형상기억합금은 특정 온도에서 형태를 기억하여 그 온도가 되면 본래의 형상대로 되돌아가는 금속이다. 본래 형상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합금이 큰 힘을 발생하기 때문에 액추에이터로 사용된다. 압전물질은 센서뿐 아니라 액추에이터로 작용한다. 세라믹은 전기 자극을 기계적 힘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지능물질의 핵심은 뇌에 해당하는 컴퓨터가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다. 지능물질은 적어도 생물체처럼 환경에 관해 학습하고 환경 안에서 생존하는 지능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지능을 부여하기 위해 연구되는 컴퓨터 구조는 신경망(neural network)이다. 뇌의 신경세포들이 정보를 처리하는 메커니즘을 본뜬 신경망은 여느 컴퓨터 구조보다 학습능력이 뛰어나고 환경에 잘 적응하므로 지능물질의 뇌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지능물질을 연구하는 목적은 무엇보다 재난 방지에 있다. 가령 압전물질로 지은 건물이나 다리는 지속적으로 지진의 낌새를 감지할 수 있다. 스스로 추리하는 능력이 있는 콘크리트를 사용하면 지진이 발생하는 동안에 건물이 산산조각나지 않을 터이므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지능물질은 경제적 측면에서 이득이 많다. 건설 부문만 보더라도 지능물질을 사용하면 다리나 댐에 소요되는 강철 등 원자재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다. 고층건물을 저렴한 비용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서 환경 친화적으로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지능물질로 개발된 제품은 흥미롭기 짝이 없다. 비행기 날개에서 화장실 변기까지 응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비행기의 스마트 날개는 균열이나 부식이 생기면 조종사에게 미리 알려준다. 압전 세라믹으로는 곤충처럼 날개를 퍼덕거리는 비행물체, 수중 음파신호를 탐지하는 스마트 잠수함의 선체를 개발할 수 있다. 사용자의 소변에 질병과 관련된 물질이 섞여 있으면 즉시 의사에게 경보를 발하는 스마트 변기도 개발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가까운 장래에 스마트 빌딩에 이어 스마트 도로가 개발되면 도시 전체가 생물처럼 생각하고 반응하게 될 터이다.

2006년이면 먼저 스마트 건설자재와 스마트 옷이 출현할 것 같다. 스마트 건설자재는 붕괴 가능성을 사전에 탐지하고, 스마트 옷은 날씨에 따라 발열이 조절되는 기능을 갖게 될 것이다.

지능물질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는 21세기에는 새로운 연금술이 쏟아놓는 신소재로 인류의 생활에 혁명적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주간동아 211호 (p88~88)

이인식 / 과학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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