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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욱의 술기로운 생활

주문은 ‘앱’으로, 수령은 ‘편의점’에서

4월부터 모든 술 온라인 수령 허용…‘혼술 메카’ 편의점, ‘스마트 오더’ 최대 수혜자

  • 주류 문화 칼럼니스트 blog.naver.com/vegan_life

주문은 ‘앱’으로, 수령은 ‘편의점’에서

편의점에 진열된 맥주. [뉴시스]

편의점에 진열된 맥주. [뉴시스]

주류업계에 오랜만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국세청이 4월부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술을 주문하는 ‘스마트 오더’를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기존에는 전통주만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모든 종류의 술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집으로 배송받을 수는 없고, 음식점이나 편의점 같은 소매점에서 수령해야 한다. 

“집으로 배달해주지 않는다면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어쨌든 판로가 넓어지는 것이므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전통주 생산 및 온라인 유통에 주력하는 청산녹수의 송충성 이사는 “전국 편의점 등 어디에서나 술을 수령할 수 있다면 사실상 모든 주류에 대한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셈”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작은 술집’ 일본 편의점 따라갈 듯

4월부터 시행되는 주류 ‘스마트 오더’에 대해 설명하는 국세청 유튜브 화면 캡처. [유튜브 캡처]

4월부터 시행되는 주류 ‘스마트 오더’에 대해 설명하는 국세청 유튜브 화면 캡처. [유튜브 캡처]

스마트 오더 판매자로 허용되는 대상은 ‘음식점이나 슈퍼마켓, 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주류 소매업자’. 하지만 스마트 오더의 수혜자는 편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과 음식점, 슈퍼마켓의 체급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국내 3대 편의점의 전국 매장 수는 3만7000개(GS25 1만3899개, CU 1만3820개, 세븐일레븐 9880개·2019년 12월 기준). 이마트24 등 후발주자까지 합쳐 전국 4만 개에 이르는 편의점을 개인 소매점이 이기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편의점은 이미 각자 온라인 쇼핑몰과 앱을 운영하고도 있다. 지금부터 온라인 판매 채널을 만들어야 하는 개인 소매점을 한참 앞서 있는 셈이다. 

편의점은 이미 ‘혼술’ ‘홈술’의 메카다. 수입맥주 ‘4캔에 1만 원’ 마케팅이 전국적으로 히트한 이래 맥주 외에도 작은 용량의 혼술용 와인, 사케, 위스키, 보드카, 진, 막걸리까지 주종을 넓혀왔다. 무엇보다 편의점은 간단한 안줏거리를 바로 구매할 수 있다는, 혼술족으로서는 외면할 수 없는 매력을 가졌다. 대형마트는 걸어가기에도 멀고 술과 안주를 사려면 매장 안을 한참 돌아다녀야 한다. 반면 편의점은 집 앞, 회사 앞, 지하철역 앞 어디에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편의점 주류 매출을 끌어올렸다. 2월 8일부터 3월 9일까지 CU에서 판매된 소주와 맥주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6%, 7.9% 상승했다. GS25의 주류 판매 역시 10~20% 성장세를 보였다. 술만 많이 팔린 게 아니다. 요리형 안주, 냉동만두, 마른안주 등도 전년 동기 대비 10~30% 매출이 상승했다. 술을 앱으로 주문하고 편의점에서 수령하는 시장이 커진다면 기타 식품 매출 확대로도 이어질 것이다. 


일본 편의점의 주류 코너. [사진 제공·JAPANKURU]

일본 편의점의 주류 코너. [사진 제공·JAPANKURU]

편의점 주류시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장은 일본이다. 2018년 기준 전국 5만6000여 개의 일본 편의점은 한국보다 매장이 넓고 다양한 음식과 잡지 등을 구비해놓아 작은 마트로도 기능한다. 100㎖부터 2ℓ까지 다양한 용량의 술을 종류별로 팔기도 한다. 

특히 2만여 매장을 보유한 1위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2012년부터 홈술·혼술 트렌드에 맞춰 전용 냉장고를 2개에서 3개로 늘리고, 제품 종류도 크게 확대했다. 편의점에서 주류 매출 비중은 5%에 불과하지만, 술을 사는 고객의 30% 이상이 다른 제품을 함께 구매하기 때문이다. 다른 편의점들도 세븐일레븐의 전략을 따랐고, 현재 일본의 주요 편의점이 취급하는 주류는 200여 종에 가깝다.


대형 e커머스와 편의점, 제휴 움직임

주류 스마트 오더 서비스 준비에 나선 업체들. [사진 제공·이마트, 나우버스킹]

주류 스마트 오더 서비스 준비에 나선 업체들. [사진 제공·이마트, 나우버스킹]

우리는 어떤 술을 온라인으로 주문할까. 소주나 맥주는 아닐 것 같다. 그간 편의점에서 자주 보지 못했던 ‘레어템’이 이목을 끌 가능성이 크다. 백화점 주류전문매장, 남대문 주류상가, 주류 전문 소매점에나 가야 겨우 찾을 수 있었던 제품들 말이다. 매장을 찾아가면서 재고가 없을까 봐 걱정하거나 미리 전화해볼 필요가 이제는 없다. 온라인 판매 채널에서 그때그때 재고 여부를 확인하면 되기 때문이다. 각종 기념일이나 연말연시에 특별한 술이 필요하다고 멀리 가는 수고도 덜게 됐다. 퇴근길에 받아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물론 ‘편의점 독식’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 국세청의 스마트 오더 발표 이후 이와 관련한 e커머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주류유통업체 부국상사의 김보성 대표는 “대형 e커머스들은 자사 쇼핑몰에서 주문하고 편의점에서 픽업하는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이미 일본의 e커머스가 이렇게 하고 있다. 도난 및 파손 우려로 집 앞에 택배 물품을 놓아두기 애매한 1인 가구가 많기 때문에 일본 대형 e커머스들은 편의점과 제휴해 집 앞 편의점에서 택배를 받아갈 수 있게 하고 있다.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는 “온라인에서 예약하고 편의점에서 수령하는 서비스가 국내에도 이미 있지만, 고객의 노쇼(no show)가 많아 활성화되지 않았다”며 “온라인상 완전 결제로 이 문제를 해소한다면 e커머스의 주류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도 편의점에 대항해 전국 소매점을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이 새롭게 등장할 수도 있다. 국세청도 이번 방침을 발표하면서 주류 관련 스타트업 창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개인 소매점은 스마트 오더에 뛰어들고 싶어도 온라인 채널이 없고, 소비자에게 이를 알릴 수단이 없으며, 근처 주민만 상대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갖는다. 따라서 개인 소매점과 소규모 양조장, 주류업체 등이 스마트 오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와 함께 활발한 시장의 시도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주간동아 2020.03.20 1231호 (p5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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