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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욱의 술기로운 생활

백종원 가세한 ‘막걸리 산업’에 아쉬운 한 가지

사케는 온라인 판매 활성화…우리도 규제 풀어 인터넷 판로 열어줘야

  • 주류 문화 칼럼니스트 blog.naver.com/vegan_life

백종원 가세한 ‘막걸리 산업’에 아쉬운 한 가지

백종원 씨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오픈한 막걸리 펍 ‘막이오름’. [사진 제공·명욱]

백종원 씨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오픈한 막걸리 펍 ‘막이오름’. [사진 제공·명욱]

막걸리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막걸리는 최근 수년 동안 대일(對日) 수출이 급락하면서 ‘거품이 꺼졌다’는 오명을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시장의 바닥을 두드리며 다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화와 체험이 결합한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 고급 한식과 전통주를 함께 선보이는 한식주점, 온라인 쇼핑몰 판매 등 전에 없던 판로가 새로 생긴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런 흐름을 타고 10년 만에 매출이 2억 원에서 230억 원으로 껑충 뛰어오른 지평막걸리도 등장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막걸리시장 자체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술문화가 ‘마시고 취하고’에서 벗어나면서 막걸리도 골라 마시는 시대가 됐다. 밀레니얼 세대는 새롭고 트렌디한 막걸리를 즐겨 마시며 이를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업로드한다.


생맥주처럼 따라 주는 생막걸리

급기야 백종원 씨도 막걸리 사업에 가세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막이오름’을 오픈한 것. ‘막걸리가 올라간다’, 그리고 극장에서 ‘막이 오른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직접 가본 매장은 ‘새마을식당’의 7080 레트로 감성보다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을 공략하려는 듯 트렌디하게 꾸며졌다. 

백종원 씨는 경기 가평의 ㈜우리술과 계약을 맺고 전용 생막걸리를 만들었다. 호프집에서 생맥주를 따르듯 서버에서 생막걸리를 따라 주는데, 백씨답게 한 잔에 1500원에 불과하다. 안주도 1만 원대로 비교적 저렴한 편. ‘골목 막걸리’라는 새로운 막걸리도 선보이는데, TV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등장한 대전의 막걸리 전문가 박유덕 씨와 제휴해 만든 제품이다. 100% 국산 쌀을 사용해 마일드한 맛과 톡 쏘는 청량감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막걸리 전문점의 가장 중요한 콘텐츠는 단연 막걸리다. 보통은 10종에서 200종의 다양한 막걸리와 전통주를 구비한다. 물론 막걸리만 가지고 200종을 채울 순 없다. 약주, 청주, 증류식 소주에 한국 와인까지 다양한 우리 술을 함께 취급한다. ‘막이오름’도 10여 종의 막걸리를 취급한다.




다양한 막걸리 제품들. 지평막걸리, 국순당 유산균 막걸리, 서울탁주 인생막걸리(왼쪽부터). [사진 제공·각 업체]

다양한 막걸리 제품들. 지평막걸리, 국순당 유산균 막걸리, 서울탁주 인생막걸리(왼쪽부터). [사진 제공·각 업체]

백종원 씨가 막걸리 사업에 뛰어든 것은 막걸리업계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가 요식업계의 큰손이자 대중으로부터 신뢰받는 사업가이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골목식당의 매출을 크게 일으키는 모습도 자주 보여줬다. 그러나 한 사람의 활약이 산업 전체를 활성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영업을 잘해도 제품 자체의 품질이 떨어지면 결국에는 고객으로부터 외면받는다. 막걸리 역시 질적으로 발전해야 빛나는 앞날을 기대할 수 있다. 

막걸리의 질적 발전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성이다. 안정적인 맛과 유통도 중요하지만, 다양성을 확보해야 소비자로부터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다. 그리고 다양성을 유지, 발전시키려면 신제품이 많아져야 한다. 

와인이 오래도록 명성을 날리며 산업이 발전해가는 이유도 여기 있다. 새로운 제품이 쉼 없이 등장해 화제를 낳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좋은 브랜드와 제품이라도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똑같다면 소비자는 물릴 수밖에 없다. 생산지, 계절, 음용 방식, 식전주 혹은 식후주 등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야 하고, 여러 조건에 특화된 제품이 지속적으로 나와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온라인 판매 규제에 관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

충북 괴산군 목도양조장의 술항아리(왼쪽)와 경기 오산양조의 전통주 빚기 체험. [동아일보DB, 경기관광공사]

충북 괴산군 목도양조장의 술항아리(왼쪽)와 경기 오산양조의 전통주 빚기 체험. [동아일보DB, 경기관광공사]

양조장 스스로도 마케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10년 전만 해도 막걸리 양조장의 마케팅 활동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유통업체가 막걸리를 가져가면 알아서 팔려나갔다. 안 팔려도 어쩔 수 없었다. 유일한 판로가 ‘대리점’이라 부르는 유통업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매출처가 다양해졌다. 특히 지역특산주 면허를 취득하면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다.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직판’의 기회도 많아졌다. 따라서 양조장 스스로 적극적인 SNS 활동을 벌이면서 때로는 직접 이슈를 만들어내야 한다. 디자이너, 화가, 뮤지션 등 예술가와 협업하는 것은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는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또 지역특산주 면허를 취득하면 주세를 50% 감면받을 수 있다. 다만 해당 지역 농산물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지역특산주 면허를 취득한 소규모 양조장이 지역 농산물을 활용, 트렌디한 막걸리를 생산하는 양조장이 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지역특산주 제도에 세금 감면 한도액이 있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이 어렵다는 점이다. 연간 발효주(막걸리, 약주, 청주, 과실주 등)는 200㎘, 증류주는 100㎘만 세금을 감면해준다. 가격이 비싼 술은 이러한 한도에도 상당한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저렴한 막걸리는 사정이 곤란해진다. 막걸리의 ℓ당 가격이 1000원이라고 가정하면 연간 2억 원의 매출까지만 세금 감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 많이 팔면 제품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벌이기도 애매하다.

지역특산주 외에도 무형문화재, 식품명인이 빚는 정통 전통주 역시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물론 일반 막걸리 양조장은 인터넷 판매를 아예 할 수 없다. 갈수록 SNS 등을 통해 콘텐츠가 확산하는 시기에 인터넷 판매가 원천 차단된 것은 마케팅이라는 거대한 자전거에 바퀴 하나가 빠진 것과 같다. 인터넷 판매 규제에 관한 재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반면 일본은 사케는 물론, 지역 술까지 인터넷으로 적극 홍보하면서 온라인 판매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고, 도시와 농촌의 소통을 도모하는 것이다. 최근 포착된 막걸리 부활 움직임이 좀 더 큰 성과로 이어지려면 사회 각계의 관심과 더불어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주간동아 2020.02.21 1227호 (p5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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