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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로 500주기, 베토벤 250주년, 류관순 100주기, 전태일 50주기

2020년 꼭 기억해야 할 인물들

  •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라파엘로 500주기, 베토벤 250주년, 류관순 100주기, 전태일 50주기

[이탈리아 우피치미술관, GettyImages, 동아DB]

[이탈리아 우피치미술관, GettyImages, 동아DB]

지난해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 500주기였다면 올해는 라파엘로 500주기다. 미켈란젤로와 더불어 이탈리아 르네상스 3대 화가로 꼽히는 라파엘로는 트로이카 가운데 가장 젊었다. 레오나르도보다 서른한 살, 미켈란젤로보다 여덟 살 어렸다. 두 선배의 장점을 흡수하면서 구김살 없는 성정으로 타고난 천재성을 맘껏 꽃피웠다. 레오나르도의 인물묘사법을 발전시킨 수많은 성모자화와 미켈란젤로의 스토리텔링 기법을 계승한 ‘아테네 학당’ ‘갈라테이아의 승리’가 대표작이다. 

‘어머니 자연이 그에게 정복될까 봐 두려워 떨게 만든 라파엘로의 무덤. 그의 죽음으로 자연마저 죽을까 봐 두려움에 떨게 만들다.’ 서른여덟 살에 요절해 로마 판테온에 묻힌 그의 묘지명이다. 공교롭게도 자신의 생일인 4월 6일이 제삿날이 됐다. 

같은 이탈리아가 배출한 최고의 영화감독으로 꼽히는 페데리코 펠리니(1월 20일)는 탄생 100주년을 맞는다. ‘길’(1954)과 ‘카비리아의 밤’(1956), ‘달콤한 인생’(1960), ‘8과 1/2’(1963), ‘아마코드’(1974)를 감독한 그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통해 한국 영화 첫 수상의 기대감이 높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최다 수상(5차례)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4명의 독일인과 1명의 러시아인

[GettyImages]

[GettyImages]

독일이 배출한 걸출한 인물들의 기념일이 유독 많다. 우선 독일 근대철학의 최고봉이자 변증법 철학자 헤겔(8월 27일)과 고전파 음악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 악성(樂聖) 베토벤(12월 17일)이 나란히 탄생 250주년을 맞는다. 헤겔 앞에 칸트가 있었다면 베토벤 앞에는 모차르트가 있었다. 이 둘은 칸트와 모차르트라는 찬란한 성취를 극복하기 위한 지난한 노력으로 각각 철학사와 음악사에서 전인미답의 경지를 개척했다. 

두 사람은 젊은 시절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건과 인물이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이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헤겔은 1806년 나폴레옹을 보고 “세계정신을 봤다”고 했으며 매년 바스티유 감옥이 함락된 날이 되면 와인으로 자축했다. 베토벤이 가장 아꼈던 3번 교향곡은 원래 나폴레옹을 염두에 두고 작곡한 것이었으나 1804년 나폴레옹이 황제가 됐다는 얘기를 듣고 ‘에로이카(영웅)’로 제목을 바꿨다. 



세 번째 독일인은 올해 서거 100주기(6월 14일)를 맞는 사회학자 막스 베버다. 역사학자로 출발해 사회학자가 된 베버는 사회학을 역사학으로부터 독립시켰고, 객관적 과학과 주관적 가치 판단의 구별을 강조했다. 그가 극복하려 한 대상은 카를 마르크스였다. 베버는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유물론에 맞서 생산력과 생산관계라는 하부구조 못지않게 상부구조를 형성하는 신념과 가치관을 중시했다. 그의 대표작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1904~1905)은 근대 산업자본주의를 추동한 것은 마르크스가 말한 이윤 동기보다 근면성실을 통한 세속적 성공을 중시한 칼뱅주의에 있음을 설파했다. 

네 번째 독일인은 마르크스주의의 공동창시자 프리드리히 엥겔스다. 올해 탄생 100주년(11월 28일)을 맞는 엥겔스는 두 살 연상의 마르크스와 ‘공산당선언’을 공동집필했다. 또 영국 맨체스터에 있던 아버지의 방직공장을 물려받아 운영하면서 마르크스의 영국 망명생활을 도와 마르크스의 최후 저작 ‘자본론’이 빛을 보게 했다. 그런 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폴 앨런, 애플의 스티븐 워즈니악에 비견될 인물이다. 그와 관련해 기억해야 할 한 명의 러시아인도 있다. 20세기에는 엥겔스를 제치고 마르크스 다음으로 유명했던 마르크스주의자 블라디미르 레닌이 탄생 150주년(4월 22일)을 맞는다.


불굴의 여장부들

[GettyImages, Shochiku Eiga]

[GettyImages, Shochiku Eiga]

올해 꼭 기억해야 할 여성도 많다. 그들에게 붙은 여성적 호칭에 상관없이 불굴의 의지로 기억됨이 마땅한 여성들이다. 5월 12일 탄생 200주년을 맞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백의의 천사’로만 기억해선 안 된다. 크림전쟁 기간 악명 높은 영국군 관료주의에 맞서 싸우며 군 의료체계를 완전히 뜯어고쳤고 영국으로 돌아온 후에는 전문 간호학교와 여성의과대를 세운 탁월한 조직가이자 행정가였다. 또 입원 중인 영국군의 사망률을 46%에서 2%로 떨어뜨리는 데 수학교과서에서 배운 통계를 적용한 현대적 통계학자이기도 했다. 

9월 28일 순국 100주기를 맞는 류관순은 1919년 3·1만세운동의 단순 가담자가 아니었다. 3월 1일 만세운동 행렬에 이화학당 학우를 이끌고 동참했던 그는 고향으로 내려가 4월 1일 3000명 이상이 참여한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을 직접 조직했다. 이를 진압하던 일본군의 총검에 부모를 모두 잃고 고아가 된 열일곱 살 소녀는 끝까지 자신이 주동자라 밝혀 징역 3년형을 언도받았다. 그가 복역 도중 숨진 것 역시 1920년 3월 1일 옥중 만세운동을 주도하며 끝까지 항거했기 때문이다. 

6월 17일 탄생 100주년을 맞는 ‘일본의 그레타 가르보’ 하라 세쓰코는 지조 높은 여배우의 대명사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페르소나로 ‘만춘’(1949), ‘맥추’(1951), ‘동경 이야기’(1953)를 통해 전통적 일본 여인의 대명사가 된 그는 1963년 오즈 감독이 숨지자 마흔셋에 바로 은퇴했다. 결혼도 하지 않고 철저히 은둔의 삶을 산 이유가 불멸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음이 알려지면서 ‘그레타 위의 하라’로 불리게 됐다(공교롭게도 4월 15일은 가르보의 30주기다). 

7월 23일 탄생 100주년을 맞는 ‘파두의 여왕’ 아말리아 호드리게스는 포르투갈 빈민가에서 태어나 부두에서 노래를 부르며 오렌지를 팔아 연명하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54년 프랑스 영화 ‘테주강의 연인들’에서 검은 드레스에 검은 숄을 걸치고 ‘검은 돛배’를 불렀다. 이 장면 하나로 포르투갈의 애절한 전통가요인 파두를 세계화시키며 1999년 숨질 때까지 포르투갈의 문화적 자부심으로 추앙받았다.


비운의 가수들과 애절한 이름들

라파엘로 500주기, 베토벤 250주년, 류관순 100주기, 전태일 50주기
30주기를 맞는 비운의 가수들도 눈에 띈다. 1975년 ‘현이와 덕이’라는 듀엣으로 데뷔해 ‘소녀와 가로등’ ‘작은 소녀의 사랑이야기’ ‘뒤늦은 후회’ 등의 히트곡을 남긴 천재 싱어송라이터 남매 장현·장덕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장덕은 최연소(14세)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해 진미령, 이은하, 김범룡 등 무수한 가수들의 작사·작곡가로 각광받았다. 1990년 2월 4일 설암에 걸린 오빠 장현을 병간호하다 집에서 약물을 잘못 복용한 탓에 스물아홉 살에 요절했고 6개월 뒤인 8월 16일엔 오빠 장현이 서른넷으로 그 뒤를 따랐다. 

한국계 러시아 록가수 빅토르 최도 있다. 1962년 고려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퇴폐적 서구문화의 산물이라는 이유로 금기시되던 록 선율에 전체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적 가사를 실어 고발했다. 1981년 키노라는 밴드를 이끌고 데뷔해 5장의 앨범을 내면서 청춘스타로 떠올랐으나 1990년 8월 15일 의문의 교통사고로 스물여덟 살에 숨졌다. 바로 그날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에 ‘오늘 초이가 죽었다’는 문구가 적혔고, 그 아래 ‘초이는 살아 있다’라고 쓰인 ‘초이 벽’이 생기면서 러시아 청년정신의 상징이 됐다. 

한국 문학평론계를 이끈 김현의 30주기(6월 27일)도 기다리고 있다. 김현은 현실 참여를 강조한 ‘창작과 비평’을 이끈 백낙청, 문학적 완성도를 중시한 ‘세계의 문학’을 이끈 김우창과 더불어 3대 문예지로 꼽혔던 ‘문학과 지성’을 이끌었다. 수많은 시인과 소설가의 감춰진 진가를 드러낸 평론으로 수많은 문청의 사랑을 받았으나 4·19세대 평론가 가운데 가장 젊은 나이인 마흔여덟에 숨을 거두며 웬만한 작가 이상의 팬을 거느리게 됐다. 

마지막으로 올해는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자살해 한국 노동운동사에 횃불이 된 노동자 전태일의 50주기(11월 13일)와 ‘전태일 평전’을 남기고 한국 사회에서 드물게 좌우를 넘나들며 존경받았던 조영래 변호사의 30주기(12월 12일)다.






주간동아 2019.12.27 1220호 (p4~6)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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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26호

2020.02.14

오스카야, 너는 계획이 다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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