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50

2018.08.08

정민아의 시네똑똑

몰입도를 높여 1편보다 낫네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인과 연’

  • 입력2018-08-07 11: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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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지난해 12월 극장가 겨울 시즌에 ‘신과 함께-죄와 벌’은 ‘강철비’ ‘1987’과 톱3를 형성하며 기세 좋게 1000만 관객 대열에 들어서 속편에 거는 기대감을 높였다. 역대급 제작비를 들여 1, 2편 동시 제작에 호기롭게 도전했다는 점도 한국 영화사에서는 본 적 없는 일이다. 

    8월 여름 시즌의 막이 올랐고 ‘신과 함께-인과 연’이 대중과 만나고 있다. 한국 대작 영화는 한 해 한국 영화 점유율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는 만큼 각 영화사는 여름 시즌 대작에 사활을 건다. 그 결과 전체 스크린 수의 70~80%를 독점하는 기현상이 생겨나곤 한다. 대중의 비아냥거림을 받아도 일단 스크린을 많이 확보해야 1000만 관객이 들고, 손익분기점도 넘을 수 있는 시장 상황에서 피해를 보는 이는 관객과 대작에 뛰어들지 못하는 수많은 영화인이다. 다양한 취향을 무시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크게 투자해 크게 이익을 봐야 하는 대작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체 영화 팬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어 보편적인 눈물과 웃음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 결과 ‘신과 함께-죄와 벌’은 모성애와 효심을 주제로 한 신파성 이야기가 주를 이뤄 다들 보러가면서 좋은 말은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작위적인 이야기의 어설픔에 낯 뜨거워지고 마는 감정의 교란 속에서 2편을 기다리는 심정은 복잡하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그린 판타지 볼거리가 많아 폭염에 제격인 영화지만, 스크린 독과점 상황을 보면 이 대작으로 조용히 사라져갈 많은 영화가 눈에 밟히고, 얄팍하게 눈물과 웃음으로 승부를 보려 하는 상업영화의 가벼움에 맘이 무거워진다. 

    기대작이면서도 불편작인 ‘신과 함께-인과 연’. 한마디로 ‘1편보다 낫네’다. 신파성보다 이야기 구성의 논리성에 공을 들여 대책 없이 눈물을 흘리게 하지는 않는다. 뜬금없는 개그 대사와 축적된 CG 노하우를 자랑하기 위한 난데없는 오마주 장면들로 어리둥절해지고 말지만. 1편이 일곱 지옥의 다양한 공포를 맛보게 했다면 2편은 저승과 이승, 현재와 과거가 맺는 인연으로 얽히는 가련한 인간들의 방대한 이야기가 몰입도를 높인다. 

    1000년 동안 48명의 망자를 환생시킨 저승 삼차사는 원귀인 수홍(김동욱 분) 한 명만 더 환생시키면 새로운 삶을 얻을 수 있다. 환생을 거부하는 수홍에 대해 강림(하정우 분)은 염라대왕(이정재 분)의 조건을 받아들인다. 성주신(마동석 분)이 버티고 있어 저승으로 끌고 가는 데 실패한 허춘삼 노인(남일우 분)을 수홍의 재판 전까지 저승으로 데려오라는 조건을 실행하려고 해원맥(주지훈 분)과 덕춘(김향기 분)은 이승으로 내려간다. 그러던 중 문제의 성주신이 1000년 전 해원맥과 덕춘을 저승으로 데려간 저승차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강림, 해원맥, 덕춘의 얽히고설킨 인연의 실타래가 하나씩 풀린다. 



    사람들은 우월감과 콤플렉스로, 혹은 우연한 일로 각종 죄를 짓는다. 영화는 용서를 구하는 것은 용서를 빌 기회조차 없는 서러움보다 훨씬 낫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여튼 이래저래 화제성 만발한 영화로, 한국에서는 그간 성공하기 어려웠던 판타지 영화가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가 됐다. 한국 판타지 장르영화 발전의 길목에 놓인 중요한 원형적 작품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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