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승경의 on the stage

사랑의 관건은 솔직한 타이밍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 공연칼럼니스트·공연예술학 박사

    lunapiena7@naver.com

    입력2019-01-21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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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Story P]

    [사진 제공 · ㈜Story P]

    사랑은 언제나 타이밍이다. 타이밍을 놓친 사랑을 다시 붙잡기는 쉽지 않다. 서로 주변만 맴돌다 몸도 마음도 지쳐 멀어지기 십상이다. 사랑에 대한 이론으로 중무장해도 실전에서는 서툴기 짝이 없는 이들을 위해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이 다시 찾아왔다. 책임지는 것을 싫어하는 남자와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여자라는 최악의 조합이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친구보다 가깝지만 연인보다는 먼 사이. 둘 사이에 낳은 딸까지 있는 이들은 결혼만 빼고는 다 해봤다. 우리의 보편적 사고방식으로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지만 무대 위 두 사람의 항변을 듣고 있노라면 이들의 유별난 스토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30년 전 운동권 대학생 연옥(김소정 분)은 최루탄 연기를 피해 들어간 도서관에서 ‘범생이’ 정민(왕보인 분)을 만난다. 이들은 시시콜콜한 개인사를 공유하는 ‘절친’이 돼 상대방의 연애사에도 거침없이 왈가왈부한다. 어느 날 두 사람은 친구의 경계선을 넘고 연인도, 친구도 아닌 모호한 관계가 된다. 긴장감이 없는 미지근한 관계가 지속되는 사이, 정민은 다른 불타는 사랑을 만나 연옥과 관계에 선을 그어버린다. 임신 사실을 알릴 타이밍을 놓치고 딸을 낳은 연옥은 정민이 이혼한 후에야 비로소 딸 이경(백수민·정승혜 분)의 존재를 밝힌다. 허나 이미 느슨한 타성에 젖은 이들은 남녀관계로 발전하지 못한 채 50대 중반이 된다. 

    중년의 정민(성기윤·성열석 분)은 저명한 역사학과 교수이고, 연옥(윤유선·우미화 분)은 유명한 국제분쟁 전문기자가 됐지만 여전히 이들의 관계는 바뀐 것이 없다. 그러던 중 안식년을 맞은 정민과 건강 이상으로 집에서 쉬던 연옥은 매주 목요일마다 각기 다른 주제를 두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스스럼없이 속마음을 털어놓는 대화 속에서 연옥은 과거를 되짚어본다. 정민을 향한 연옥의 마음이 열리려던 찰나, 정민은 옛 연인과 재혼을 결정했다며 목요일에 나타나지 않는다. 사랑의 마지막 길모퉁이에서 연옥은 드디어 솔직해진다. 

    무대 연기는 발성 면에서 카메라 연기와 확연히 다르다. 그런데 카메라 연기를 주로 한 탤런트 윤유선은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독보적 존재감을 보여준다.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관객은 각자의 사랑방정식에서 해답을 찾아간다. 상대에게 솔직하지 못해 엇갈린 수많은 시간들로 인해 서로 절절하게 마주할 날도 점점 짧아진다. ‘누가 얼마나 간절하게 사랑하는가’만큼 ‘누가 적절히 타이밍을 맞추는가’에 따라 사랑은 이뤄진다. 사랑의 관건은 솔직한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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