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6

2011.02.28

공감 자극하든지, 교묘히 비틀든지

“나만은 진짜”에 생명 불어넣으려면?

  • 정의선 광고평론가·(주)웰콤 기획국장 euisun@welcomm.co.kr

    입력2011-02-28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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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 자극하든지, 교묘히 비틀든지
    “진짜?”라는 반문은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의 대화에 등장한다. 얼마나 자주 진짜인지, 가짜인지 의심하는가에 대한 방증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점점 더 정교한 가짜가 탄생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면 자연 그대로의 물체보다 인공적인 것이 훨씬 흔해졌다. 성형 의혹을 받는 많은 연예인의 데뷔 전후 사진이 떠돌고 유사 제품이 범람하는 현실. 우리는 수많은 가짜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많은 기업이 “나만은 진짜”라고, “내 이야기는 믿어달라”고 주장한다.

    상품명 자체가 ‘리얼’인 ‘마켓오 리얼 초콜릿’은 “속았다, (하지만 이제는) 속지 않는다”라는 양극의 이야기로 제품의 진실성을 말한다. 백설공주는 “사과에 속았다. 초콜릿엔 속지 않는다”고 말한다. ‘리얼 초콜릿’은 믿고 먹어도 좋다는 메시지인 셈. 또 다른 주인공인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성)도 “남자엔 속았다. 초콜릿엔 속지 않는다”고 말한다. 남자의 사탕발림에 한 번쯤 속았을 여자들의 공감을 은근히 자극하며 배신하지 않는 진짜, ‘리얼 초콜릿’을 권한다.

    공감 자극하든지, 교묘히 비틀든지

    솔로몬 왕의 재판에 빗댄 ‘내추럴 치클’껌 광고.

    반면 ‘내추럴 치클’껌은 진실성에 대해 역으로 질문을 던진다. 여자 주인공이 두 명의 중년 여성 가운데 앉아 있다. 한 명은 ‘내추럴 치클’껌을, 다른 한 명은 초산 비닐수지껌을 여자 주인공에게 줬다. 둘 중 누가 진짜 엄마일까. 이 광고는 솔로몬 왕의 재판에 빗대면서, 내추럴 치클껌이 친엄마의 사랑만큼 진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불편한 진실과 아름다운 허상에 대한 유쾌한 반전을 이용한 광고도 있다. 술에 취한 두 남자가 한 여자를 보며 “완전 예쁘다! 진짜 예쁘다!”라고 감탄한다. 하지만 숙취해소 음료 ‘컨디션’을 마신 뒤 술이 확 깨면 진실이 눈에 들어온다. 아름답던 여자는 허상. 실제 그녀는 통통하고 안 예쁜 캐릭터인 ‘막돼먹은 영애 씨’다. 술 취하면 세상이 다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 CJ ‘헛개 컨디션 파워’ 광고는 ‘컨디션’의 효과를 ‘술이 확 깬다’는 과장된 상황으로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진실은 때론 불편하지만 그래도 누구나 알고 싶어 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진실에 대한 공방은 끝없이 이어졌다. 소비자들은 ‘진짜’라는 얘기를 수많은 광고를 통해 이미 귀가 닳도록 들어왔다.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브랜드의 진정성을 알리고, ‘진짜’라는 식상한 주장에 새로운 관심을 갖게 할 것인가. 광고인들의 영원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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