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4

2011.02.14

“외롭지 않다” 조금 떨리는 큰소리

참 괜찮은 싱글의 속내는?

  • 정의선 광고평론가·(주)웰콤 기획국장 euisun@welcomm.co.kr

    입력2011-02-14 11: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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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롭지 않다” 조금 떨리는 큰소리
    2010년 1인 가구 비율은 23.3%. 이제 싱글족은 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다. 더구나 이들이 단순히 혼기를 놓쳐 싱글이 됐다는 생각은 금물. 어쩌면 노처녀, 노총각이라는 호칭이 이젠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할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남자든 여자든 서른을 훌쩍 넘기고도 자발적 싱글로서 여유롭고 화려하게 혼자만의 삶을 즐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모든 싱글이 겉보기처럼 즐겁게만 사는 것일까. 사연 없는 사람 없듯, 마음 깊숙이 외로움 없는 싱글은 없을 것이다. 여기 그들의 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두 편의 광고가 있다.

    주진모, 김강우, 송승헌. 멋진 세 남자의 시선을 뺏은 건 마치 영화라도 찍듯 바닷가 모래사장에 ‘평생 사랑한다’고 쓰며 애정 행각을 벌이는 한 커플. 세 남자의 부러운 시선과 시니컬한 멘트가 교차한다. “유치하다” “지금이 70년대냐. 저게 얼마나 가겠냐?” 그러고는 이내 씁쓸해진 표정으로 “맥주 맛도 모르면서”라고 한마디 외친다. 차마 입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부러움과 외로움을 달래듯 맥주를 들이켜며 말한다. “깊은 맛에 빠지다. 맥스”라고.

    제아무리 화려해 보여도 싱글이란 불현듯 이렇게 외로운 순간을 맞닥뜨리게 마련이다. 그 정도 씁쓸함을 겪어본 사람이라야 맥주의 깊은 맛을 안다는 것. ‘카스를 마실 법한 애들은 가라. 인생의 깊이를 아는 사람을 위한 깊고 풍부한 맛’, 맥주 맥스(Max) 광고 시리즈다. 고현정과 소지섭이 등장한 시리즈에서는 아이돌 스타에게 밀리지 않는 ‘중견’ 배우의 빈티지 매력과 삶의 연륜을 주장하더니만, 이번엔 화려한 싱글의 속내를 살짝 보여주며 맥주의 깊은 맛에 대한 공통점을 찾아내고 있다.

    “외롭지 않다” 조금 떨리는 큰소리
    평화로운 배경에 참 단아하게 생긴 여성이 보인다. “참 괜찮은 당신인데, 왜 혼자일까요?”라는 멘트가 흐른다. 잔인하리만치 정곡을 찌르는 한마디다. 실제 대부분의 싱글은 ‘참 괜찮은 사람인데, 혼자’이기 때문. 이들은 자신이 왜 혼자인지 설명하지 못한다. 그저 ‘눈이 높은 것도 아닌데, 왜 적당한 사람을 만나지 못할까’ ‘왜 내게 맞는 사람은 없을까’라고 생각할 뿐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는 그럴싸한 답변을 내놓는다. “그건 신이 세상을 너무 크게 만들어서”라고.

    싱글이 매우 흔해져서 이제 위기의식도 느끼지 않는 청춘남녀에게 이 광고는 슬며시 경고를 보낸다. ‘이 정도면 난 꽤 괜찮은 사람이니까 언젠가 누군가를 만나겠지’라고 여긴다면, 그 생각은 빨리 접으라는 얘기. ‘세상은 너무 크고 당신의 인연은 멀리 있을지 모르니 마냥 기다리다간 오래오래 혹은 영원히 싱글로 지내야 할 것’이라는 경고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차분히 전한다. 하지만 싱글들의 불안감을 짚어냈기에, 그만큼 설득력 있게 들린다.



    자유를 추구하는 자발적 싱글이라 해도 그들의 삶이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나 ‘프렌즈’처럼 즐겁고 재미있으며 화려한 에피소드만 있는 건 아니다. 싱글의 삶을 ‘진솔쌉쌀하게’ 그린 이 두 편의 광고를 통해 이 땅의 싱글들은 더 큰 위로를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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