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1

2015.08.17

한민족 생존과 투쟁의 역사

뮤지컬 ‘아리랑’

  • 구희언 주간동아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5-08-17 13: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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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민족 생존과 투쟁의 역사
    일제 폭압에 맞선 민족의 끈질긴 투쟁과 생존 역사를 이야기한 조정래 작가의 장편소설 ‘아리랑’. 이 대하소설에 연극 ‘푸르른 날에’ 연출가 고선웅의 색이 덧입혀지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그 해답을 창작뮤지컬 ‘아리랑’에서 찾을 수 있다.

    신시컴퍼니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내놓은 작품은 제작 기간 3년, 제작비 총 50억 원이 투입된 대작 뮤지컬이다. 12권짜리 소설에는 인물 수백 명이 등장하지만 뮤지컬에서는 감골댁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인물 7명을 통해 시대 아픔을 그리는 데 집중했다.

    감골댁(김성녀)의 아들 방영근(박시범)과 딸 수국(윤공주·임혜영), 수국의 연인 차득보(이창희·김병희), 득보의 여동생 옥비(이소연)와 양반 출신으로 의병을 이끌며 독립운동을 하는 송수익(안재욱·서범석), 송수익 집안의 노비 출신으로 일제 앞잡이가 된 양치성(김우형·카이) 등이 등장한다. 주로 선한 배역을 맡아온 김우형과 카이의 연기 변신은 색다른 볼거리. 국립창극단 히로인인 이소연은 장기를 살려 한과 흥의 정서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장편소설이나 드라마와 달리 단시간에 압축해 보여주는 예술인 뮤지컬에서는 인물 감정선 처리에 소홀하기 쉽다. ‘아리랑’은 수국과 득보의 사랑 노래로 막을 열고 수국을 짝사랑하는 치성의 마음을 초반부터 보여주며 극의 이해를 돕는다. 그럼에도 1막은 다소 숨 가쁘다. 주요 인물들을 소개하면서도 아버지가 의병에게 살해당한 양치성의 변절, 감독관에게 유린당하는 수국, 그에 분노해 감독관을 실명케 해 일본 경찰에 잡혀가는 득보, 오빠를 구하려 감찰국장의 첩이 되는 옥비 등 수많은 사건이 펼쳐진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고선웅은 이 작품으로 ‘애이불비(哀而不悲)’를 표현하고자 했다. ‘화선 김홍도’에서 한국적 선율을 들려준 작곡가 김대성은 ‘어떻게든’ ‘진달래와 사랑’ ‘풀이 눕는다’ 등의 노래로 귀를 사로잡는다. 전면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이나 트레블레이터(평면으로 움직이는 보도)는 의외로 이질감 없이 녹아들어 작품에 세련미를 더했다.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보고 톨킨의 원작을 집어든 관객처럼 젊은 층에게는 작품을 보고 나면 소설이 생각나게 할 법한 작품이었다.



    인물들의 굴곡진 삶처럼 뮤지컬 ‘아리랑’도 제작 단계에서 몇 차례 무산될 위기를 겪었다. 장편소설을 뮤지컬로 옮기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가는 창작 초연 뮤지컬의 흥행에도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기 때문. “그동안 접을까 말까 속으로 고민 많이 했다”던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이번 작품에서 그의 ‘뚝심’을 확인할 수 있다.

    9월 5일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로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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