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5

2008.07.22

“타이밍 놓칠까봐 공연 내내 초긴장”

  •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입력2008-07-16 09:4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타이밍 놓칠까봐 공연 내내 초긴장”
    외국어 공연에서 한글 자막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뮤지컬 ‘캣츠’ 오리지널팀의 공연에서 자막 오퍼레이터를 맡고 있는 이는 김고은(23·사진) 씨. 지난해부터 200여 차례 공연에 자막 오퍼레이터로 참여한 그는 이제 ‘캣츠’의 웬만한 노래가사와 동작을 다 외울 정도지만 지금도 “공연이 시작되면 긴장된다”고 말한다.

    -자막 오퍼레이터라는 직업이 따로 있나.

    현재 ‘캣츠’에서 자막과 함께 일부 무대특수효과 설치도 맡고 있다. 해외에선 소속팀 내에 자막만을 담당하는 오퍼레이터가 따로 있는 경우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대부분 무대나 조명팀 소속 스태프가 자막을 맡는다.

    -자막 오퍼레이팅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혹시 실수한 적도 있는가.

    아직까지 큰 실수를 한 적은 없지만, 자막이 나오지 않는 시간을 잘못 계산해서 실제보다 앞질러 자막을 내보낸 적이 있다. 혹시 졸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질까봐 감기에 걸려도 공연 전에는 감기약을 먹지 못한다. 공연 시간 내내 자막과 함께 배우의 움직임과 노래에 집중해야 하는 게 어렵다. 배우와의 호흡도 중요해서 캐스팅이 바뀌면 특히 신경 쓰는 편이다.



    -자막은 자동화하기 어려운가.

    공연 자막은 파워포인트 문서를 빔 프로젝트로 쏘는 방식이다. 자막이 나오지 않는 화면까지 포함해 매 화면을 장면과 맞춰 일일이 넘겨줘야 한다. 공연마다 다르지만 ‘캣츠’의 자막은 800장 정도로 800번 노트북 자판을 눌러야 한다.

    -한 화면에 싣는 글자 수나 모양은 정해져 있나.

    한 화면에 한 문장 정도가 실리는데 보통 20~30자다. 자막 오퍼레이터가 자막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단, 자막이 보여지는 스크린의 크기와 프로젝트와 무대의 거리 등에 맞춰 글자 크기를 조절하는 일은 자막 오퍼레이터의 몫이다. 글자가 너무 크고, 잘 보여도 공연에 집중을 못하기 때문에 관객의 눈높이를 늘 신경 써야 한다.

    -캣츠만의 특징과 공연을 좀더 즐길 수 있는 법을 조언한다면?

    ‘캣츠’ 대사에는 영어로 된 말장난이 많은데 한국어 해석 자막만 집중하면 그러한 재미를 놓칠 수 있다. 또 대사를 하지 않는 조연 고양이들의 움직임도 주목해 보면 재미있다. 공연 관람 전에 등장하는 고양이 캐릭터의 특징을 미리 파악하고 오면 자막에만 의지하지 않고 한결 여유 있게 공연을 볼 수 있을 듯하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