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1

2008.01.29

나이 먹고 시대 바뀌어도 어린 여성에 필 꽂히는 男心

  • 입력2008-01-23 17: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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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뚱한 표정이 트레이드마크인 박 과장님이 빙그레 미소 짓는다.

    “과장님,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 “응, 원더걸스 동영상 봤거든.”

    ‘텔미’에 이어 ‘이 바보’가 인기라고 한다. 원더걸스의 얘기다. 1988년부터 92년생까지 5명의 미소녀로 구성된 이 그룹은 남성팬, 그중에서도 아저씨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컴퓨터 모니터 바탕화면에 사진을 깔아놓은 것은 물론 점심시간마다 업데이트된 동영상을 찾아보는 사람까지, 대한민국 아저씨들은 이 ‘놀라운 소녀들’에게 중독돼버린 것이다.

    아저씨들은 젊은, 아니 어린 여성을 좋아한다. 여성이 대부분 자신보다 서너 살 위 오빠들에게 필이 꽂힌다면(20대 비, 30대 배용준, 40대 차인표, 50대 나훈아), 아저씨들의 국민연인, 국민여동생의 나이는 늘 20대 초중반에 머물러 있거나 간혹 내려오기도 한다(79년생 이효리와 81년생 전지현에서 92년생 소희로 남심(男心)이 이동하는 작금의 현상을 보라!).

    왜 아저씨들은 어린 여성만 편애할까? 얼마 전 한 술자리에서는 이 같은 주제가 안줏거리로 등장했다. 누구는 ‘롤리타 콤플렉스’라 했고, 어떤 사람은 “젊을수록 건강한 아이를 다산(多産)할 수 있다”는 식의 종족보존 본능을 주장했다. 그중 한 아저씨에게 들은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옛날엔 ‘쭉빵’한 애들이 좋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작고 어린애들이 눈에 들어온다”는 이 아저씨는 “뭔가 비어 있는 것 같고 불안해 보이는” 그들에게 이제 어느 정도 기반 잡힌 자신이 “뭔가를 채워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은 끊임없는 ‘채우기’의 연속이다. 직업을 갖고, 결혼해 자식을 낳고, 집을 장만하고, 8학군으로 이사를 가고…. 고된 채우기 과정을 거듭하던 가운데 ‘발견’한 것이 어쩌면 ‘채울 것 많아 보이는’ 어린 여성이 아닐는지. 살짝 씁쓸한 일이긴 하다.

    그럼에도 그날 술자리의 결론은 “어찌 됐든 아저씨의 어린 여성 애호는 보기 흉하다”였다. ‘채울 것 많은 애기’에 대해 ‘썰’을 푼 아저씨에겐 “그러다 원조교제 된다”는 식의 비난과 야유가 쏟아졌다. 하기야 “채울 것 많아 보인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아저씨들의 주관적인 해석일 뿐이다. 정작 그 ‘애기’들은 채워주겠다고 다가서는 아저씨에게 극도의 공포감을 느낀다. 가슴 아프겠지만, 당신의 넘치는 애정을 상대의 행복을 위해 자제할 필요가 있겠다. 그 대신 지난한 세월을 함께 견뎌온 주변 또래들과 ‘동변상련’의 정을 나누는 것은 어떨까. 그것도 싫다면 원더걸스 팬클럽에 가입하시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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