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4

2008.05.06

무력했던 온라인 선거

  • 입력2008-04-30 1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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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호, ○○○ 후보가 네이버에 광고를 하네?”

    갖가지 화제를 불러일으킨 18대 총선을 되짚어볼 때 뉴미디어적 측면에서 가장 신선했던 시도는 IP광고가 아닐까 싶다.

    ‘인터넷 프로토콜(IP)’이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IP광고란 인터넷 유저의 고정 IP주소를 분석해 그 지역에 특화한 일종의 ‘타깃(target) 마케팅’을 뜻한다. 인터넷 초창기부터 머릿속에서만 구상된 최첨단 광고 시나리오였는데, 드디어 10년 만에 국회의원 선거에서 본격적으로 시도된 것이다.

    이론이 아닌 실례를 들어 설명하면 이해하기 쉬울 듯싶다.

    서울 서대문 지역구에 출마한 한나라당 정두언 후보는 누리꾼(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후보자 정치광고를 내보내고 싶다. 그런데 네이버 메인 화면에 광고를 하려면 하루에 수천만원 가까이 지불해야 한다. 실제 광고를 집행했을 때 그 효과도 의문이지만, 후보자의 관심은 전국의 모든 누리꾼이 아니라 바로 ‘서대문구에서 접속한 누리꾼’에 한정되기 때문에 결정은 쉽지 않다.



    이런 고민을 해결한 것이 IP광고다. 요즘 웬만한 초고속 인터넷은 사용자들에게 고정 IP를 제공한다. 고유한 IP주소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정보를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는 서울 강남구에 사는 누리꾼은 강남에 출마한 후보의 광고를, 서대문에 사는 사람은 자기 지역구 후보의 정치광고를 포털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소문 끝에 확인해보니 모 광고대행사는 ‘서대문구 누리꾼들에게 선거기간 중 후보 배너광고를 125만 번 노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단돈 500만원’을 제시했다고 한다. 1회 노출에 4원가량인 셈이다. 물론 정 후보뿐 아니라 전국 100여 명의 후보들이 이 같은 저렴한 가격에 IP광고를 내보내 자신의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었다.

    전국적으로 1000여 명의 후보가 출마했으니 약 10%만이 선진적인 홍보전략을 사용한 셈이다. 실제로 IP광고를 집행한 후보자들의 당선률이 높게 집계됐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곰곰 따지고 보면 근래에 치러진 대한민국 선거 중 이번처럼 온라인이 무력했던 선거도 없었다. ‘노무현 현상’ 이후 온라인 전략을 강조하던 선거홍보 대행사들이나, 선거팀 내부에 감초처럼 들어섰던 ‘인터넷팀’도 유명무실해졌다는 것. 후보자들 역시 의무감에 홈페이지를 열어놓기는 했지만 팸플릿 수준의 홍보성 운영에 그치고 말았다.

    바야흐로 뉴미디어가 쇠퇴하고, 다시금 거리의 정치가 힘을 발휘하는 시점이 됐다. IP광고의 힘이 아니라 부동산(뉴타운)의 힘이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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