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5

2008.03.04

‘구글코리아’를 대하는 코리안의 고민

  • 입력2008-02-27 14: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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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코리아’를 대하는 코리안의 고민
    구글처럼 일개 단일회사가 지구촌 전체를 호령하는 사례는 자본주의 역사를 살펴봐도 흔하지 않다. 가까운 예로는 IBM과 마이크로소프트(MS) 정도만이 그 지위를 누렸고, 정보기술(IT) 혁명 이전에는 몇몇 자동차 메이커나 메이저 석유회사가 그와 비슷한 위상에 있었다.

    구글의 시가총액이 200조원을 넘나들자, 그 위세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 인재들을 싹쓸이하고, 현재 전 세계 언어를 대상으로 검색기술을 다듬고 있다는 소식이다. 궁극적으로 언어 차이와 상관없이 전 세계 사람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든다니, 그들의 꿈을 지지하는 일도 영어가 힘겨운 한국인들에게 그리 나쁠 것 같지 않다.

    게다가 광고 하나 없는 깨끗한 창, ‘Don’t be evil!(악해지지 말자)’이라는 고결한 창업 비전, Web2.0으로 대변되는 이상적인 비즈니스 모델까지. 구글이 전문 개발자들은 물론, IT업계에서 밥을 먹어본 거의 모든 젊은이들의 ‘유토피아’로 부각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렇게 ‘이상계(理想界)’를 향해 진군하던 구글은 시간이 갈수록 점차 현실에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거칠 것 없이 사업 영역을 확장하더니 결국 돈이 더 필요했는지, 처음에는 부인하던 IPO(기업 공개)까지 해치웠다. 자연스레 한국 시장까지 진출해 ‘구글코리아’라는 현지법인도 세웠다. 2006년 말,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세운다는 발표에 대한민국 정부까지 황송해했을 정도다. 문제는 구글의 행보가 점차 평범한 ‘다국적 기업’의 그것과 차이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UCC(사용자 손수 제작물) 열풍의 주역인 ‘유튜브’가 최근 한국어 버전으로 선을 보였다. 그러나 결코 ‘새롭다’는 표현을 쓰긴 힘들 듯하다. 기존 영어 플랫폼을 한국어로 번역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메일과 구글어스 등 여타 구글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구글코리아’에서 한 일이란 사무실을 예쁘게 꾸민 것밖에는 없다는 조롱이 나올 정도다. 오히려 광고영업에만 힘을 쏟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까지 나온다.



    또 다른 고민은 구글과 우리 토종 인터넷 포털의 불편한 관계다. 사실 불편할 것도 없지만, 철저히 ‘글로벌 플랫폼’을 지향하는 구글의 성장은 아시아 인터넷 시장의 강자를 노리는 한국 인터넷 포털에게는 커다란 걸림돌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배어 있다.

    1월30일 구글코리아는 ‘유니버설 서치’라는 새로운 검색 모델을 한국 유저들에게 선보였다. ‘획기적인 검색 철학’이라는 자화자찬을 앞세웠지만, 누리꾼들은 오히려 “네이버 통합검색을 따라한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내비쳤다. 쉽게 말해 구글코리아가 선보인 서비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푸념이다. “예쁜 사무실만으로 한국의 파워 유저들을 설득하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지적을 구글은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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