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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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한 파리, 트렌디한 밀라노

  • 파리=김현진 패션칼럼니스트 kimhyunjin517@yahoo.co.kr

    입력2006-05-10 14: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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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럭셔리한 파리, 트렌디한 밀라노

    파리지앵은 옷차림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려 하는 반면, 밀라노 여성들은 대담한 스타일로 과시욕을 만족하려 한다.

    나는 서유럽에선 프랑스에, 특히 파리에 미인이 가장 많다고 여긴다. 프랑스 여자는 유전적으로 다른 유럽국가의 여성보다 체구가 작고 얼굴선이 섬세하다. 파리에 사는 외국인 남자들도 비슷한 생각인지 “남자들에 비해 여자가 너무 아깝다”는 말을 많이 한다.

    프랑스 여자가 아름답게 보이는 데는 패션의 영향도 적지 않다. 요란하게 치장하지 않아도 미모가 돋보이는 이유는 파리지앵의 몸에 밴 특별한 감각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이런 감각을 ‘프렌치 시크(French Chic)’라고 부르며 동경하기도 한다.

    최근 파리의 집 앞에서 마실 나온 이웃 할머니의 패션 감각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다. 할머니는 광택이 나는 회색 투피스 정장에 고동색 모피 숄과 짙은 에메랄드빛 토끼털 베레모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파리지앵 모두가 트렌드에 민감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나라 여성들보다 최신 트렌드에 둔감한 사람도 많다.

    역사 따라, 국민성 따라 패션 양대 수도 확연한 차이



    프랑스 못지않게 패션이 발달한 이탈리아의 여성은 어떨까. 파리와 함께 패션의 양대 수도로 불리는 이탈리아 밀라노를 찾아 두 도시 여성들의 패션을 비교해봤다. 파리에 에르메스와 샤넬, 입생로랑이 있다면 밀라노에는 프라다, 아르마니, 에트로 등이 있다.

    밀라노 여성들은 대담했다. 얼굴을 다 가릴 만큼 큰 선글라스에 과장된 실루엣의 의상, 펜디·구찌 등의 로고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액세서리를 하는 것은 기본. 가슴선이 드러나는 ‘쫄티’며 각선미를 200% 보여주는 ‘쫄스타킹’으로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그렇다면 파리와 밀라노의 차이는 무엇일까. 파리의 패션스쿨 에스모드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브랜드 제냐의 디자이너로 근무한 필자의 친구 도로시의 분석이다.

    럭셔리한 파리, 트렌디한 밀라노
    “파리 여성들은 옷차림을 자신의 성격과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매우 개인적이다. 반면 밀라노 여성들은 패션을 자신의 내면보다는 ‘환경’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덜 개성적인 반면 과시적이고, 눈에 확 띄는 브랜드 라벨이나 패션 코드를 선호한다.”

    밀라노 보코니대학 패션디자인 매니지먼트 과정의 클로디아 사비올로 교수는 이탈리아 여성들이 파리지앵과 비교해 패션에 더 과감한 이유에 대해 두 나라의 산업을 비교하며 이렇게 설명해줬다.

    “프랑스의 패션산업이 역사와 영원성, 희소성에 기반을 둔 ‘럭셔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탈리아 브랜드는 트렌디하고 대중적이고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태생적으로 두 나라의 패션 스타일은 다를 수밖에 없다.”

    남성 패션에선 더욱 확실하게 두 도시의 차이가 드러난다. 다소 단조로운 파리 남자들의 패션에 비해 밀라노 남자들은 클래식하거나 반대로 매우 트렌디한 차림으로 거리를 누빈다.

    파리가 미녀들로 유명한 것처럼 밀라노는 미남들로 유명하다. 거리의 이탈리아 남성을 보며 감탄하는 유럽 친구들에게 “왜 그렇게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넉살 좋고 친절하고, 무엇보다 화끈하다”고 답한다.

    범접하기 어려운 새침함이 매력인 파리의 미인들, 그리고 개방적이고 화끈한 밀라노의 미남들. 이들의 패션이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민성을 각각 나타낸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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