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7

2005.03.22

남성들은 왜 ‘생머리 유행’을 좋아할까

  • 이인성/ 이화여대 섬유직물학과 교수

    입력2005-03-18 1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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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들은 왜 ‘생머리 유행’을 좋아할까

    \'봄날\'에 나오는 고현정의 검고 긴 생머리가 올봄 헤어스타일의 트렌드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엔 패션뿐 아니라

    헤어스타일도 복고풍 영향을 받아 여성적이고 낭만적인 스타일이 강세였다. 길고 웨이브가 있는 머리 모양이 가슴을 설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엔 새해 시작부터 드라마의 영향을 받아선지 긴 생머리가 유행을 하는 모양이다. 하긴 가장 선호하는 헤어스타일 1위는 늘 긴 생머리였다.

    드라마 ‘봄날’의 고현정은 한없이 순수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하얀 피부에 검고 긴 생머리로 표현하며 ‘외모 나이 25세’라는 평가를 받는다. 성형외과 의사가 뽑은 완벽한 미인 김희선은 ‘슬픈 연가’에서 긴 생머리로 보호해주고 싶은 청순 가련형의 전형적 스타일을 연출하여 심금을 울리고 있다. ‘해신’에서 기품이 흐르는 수애의 긴 생머리는 우아한 귀족주의를 지향하는 젊은 여성들의 환호를 받고 있고, 섹시 가수의 이미지 탈피를 시도한 ‘세잎 클로버’의 이효리 역시 긴 생머리를 찰랑거리면서 순박하면서도 다정한 매력을 보여준다. 각종 미디어 스타들의 이미지는 새로운 트렌드를 낳고, 어느덧 여성들의 헤어스타일도 그들을 닮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헤어스타일의 변화는 다른 어떤 패션 아이템을 착용하는 것보다 이미지 변신에 도움이 된다. ‘봄이 왔기 때문에’ ‘새로운 시작을 위해’ ‘기분전환이 필요해서’ 등 여성들이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이유는 많기도 하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눈에 띄는 변화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온 친구는 십중팔구 남자친구와 싸웠거나 헤어진 사연을 갖고 있다.

    남성들은 왜 ‘생머리 유행’을 좋아할까

    머리 모양과 색깔은 여성의 인상을 결정짓는 패션 아이템이다.

    긴 생머리 유행 소식은 사실 일종의 ‘머리카락 팬터지’를 가진 남성들을 더 만족시켜 주는 것이기도 하다. 많은 남성들이 자신의 여자 친구나 아내는 청순 가련형의 생머리 스타일이기를 원한다. 섹시하고 지적인 커트 머리의 여성과 사귀던 남성들도 시간이 지나면 ‘친근함’을 가장해 “머리 좀 길러보면 어떨까” “긴 생머리가 역시 가장 여성스럽다”고 말하거나 긴 생머리의 연예인들을 극찬하는 식으로 무언의 압력을 가한다. 또한 이 말에 적잖은 여성들이 미용실에서 남성들의 팬터지에 맞춰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테크놀로지 시대를 맞아 가치관이 변하고 유행이 엽기적일 정도로 변화무쌍해도 결코 변하지 않는 이 긴 생머리에 대한 환상에는 언제나 순종적이고 연약하기를 바라는 전통적인 여성상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



    세계적인 헤어 디자이너 비달 사순은 “2005년 헤어 트렌드는 좀더 가볍고 자연스러운 이미지가 강조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해엔 성숙하고 우아한 여성미가 강조되었다면, 올해는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소녀풍이 강세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의 예상에 맞춘 듯 TV 미녀 스타들이 일제히 긴 생머리 스타일을 하고 나와 올해에는 특별히 더욱 길고 검은 생머리가 인기를 끌 것 같다. 여기에 고전적인 앞가르마가 유행할 것이란 전망도 덧붙여진다.

    숱도 없고 볼품없는 머릿결을 가진 여성들을 위해 패션가발 회사에서도 올해 긴 생머리 아이템을 많이 내놓고 있다. ‘생머리=자연스러움’이란 남성들의 환상은 말 그대로 ‘눈속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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