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5

2013.02.18

몸 깨우는 봄 향기 한 잔 어때요?

냉이차

  • 김대성 한국차인연합회 고문·차 칼럼니스트

    입력2013-02-18 1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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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 깨우는 봄 향기 한 잔 어때요?
    국토 70%가 산으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예부터 식물 뿌리와 열매, 잎을 차(茶) 재료로 즐겨 사용했다. 곡류로 만든 메밀차, 콩차, 율무차가 있으며 연근, 무말랭이, 우엉 같은 뿌리차도 있다. 미나리, 시금치, 방풍으로 만든 채소차도 신선하며 매실, 구기자, 복분자, 오미자 등을 발효한 차는 소화가 안 될 때 약용으로 마신다. 모과차, 대추차, 생강차는 사계절 감기 몸살을 이겨내는 면역력을 키워준다. 녹차, 박하차, 뽕잎차, 쑥차 등 잎차를 마신 지는 2000년도 넘었다. 매화, 아까시 꽃, 국화, 구절초로 만든 꽃차는 생활에 활력을 준다.

    식용은 모두 차가 될 수 있지만, 나른함을 이겨내는 데 효과적인 냉이차를 이른 봄날 차로 선정해봤다. 볕바른 언덕에서는 누렇게 말랐던 냉이 잎사귀가 하나 둘씩 녹색으로 되살아나 입맛을 돋운다. 봄 식탁에서 냉이나물, 냉잇국, 냉이고추장무침, 냉이김치, 냉이부침개 등으로 만날 수 있는 식용 냉이가 최근에는 마시기 좋은 차로도 인기다.

    보기만 해도 청량감을 주는 맑은 냉이차는 잎과 뿌리 성분을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어 좋다. 제철에 만들어두면 사계절 내내 봄 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음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냉이는 채소 중에서 단백질 함량이 가장 높은 식품이다. 칼슘이 풍부하고 비타민 A, B, C, D가 풍부하다. 베타카로틴 함량도 일반 채소에 비해 월등히 높다. 당 성분도 있어 춘곤증을 물리치고 간 기능을 돋운다고 한다. 특히 눈이 침침하고 글씨가 겹쳐 보이는 등 시력 저하를 막고 안구 건조증, 봄철 꽃가루 눈병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고혈압이나 빈혈에도 효능이 있어 달여서 물처럼 마시면 좋다. ‘동의보감’엔 냉이가 “몸을 따뜻하게 하고, 달고 독(毒)이 없으며, 간 기능을 도와 해독작용을 한다. 눈을 밝게 한다”고 나와 있다.

    냉이는 밭두렁에서 캔 야생 냉이여야 겨울을 이겨낸 생명력 덕에 향기와 약성이 강하다. 이를 구입해 깨끗이 다듬어 씻은 다음 뜨거운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살짝 데쳐 베수건으로 꼭꼭 눌러 물기를 없앤다. 손으로 짜면 냉이 맛이 달아나므로 주의해야 한다. 잎이 어린 냉이는 그냥 두고, 길게 자란 냉이는 잎을 줄기 하나로 모아 돌돌 만 뒤 따뜻하고 햇살 바른 창가에 베보자기를 깔고 겹치지 않게 놓아 7일 정도 말린다. 바짝 마른 냉이를 은근한 불에 서서히 덖으면 구수한 향기가 난다. 잘 덖은 냉이를 지퍼 백이나 병에 넣어 냉장실에 보관하면 된다.

    마실 때는 세 묶음 정도의 냉이를 티포트에 넣고 뜨거운 물 150cc를 부은 다음 10분 정도 우린다. 찻잔에 담긴 연초록빛 냉이차는 매콤하면서도 알싸한 향기, 혀끝에 달달하게 감기는 맛이 그야말로 공감각(共感覺)적인 음료다. 여러 번 우려낸 냉이는 버리지 말고 양념해서 무쳐 먹는다. 냉이차를 넉넉히 끓여 보온병에 넣은 뒤 출근하는 남편이나 학교 가는 아이 손에 들려 보내도 좋다. 치아를 상하게 하는 탄산음료 대신 자연이 선물한 차가 변화무쌍한 봄 날씨로부터 건강을 지켜줄 것이다.



    말리지 않은 냉이로 차를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먼저 깨끗이 다듬어 씻은 냉이를 소쿠리에 담아 바람에 물기를 말린 다음, 세 뿌리 정도 티포트에 넣고 뜨거운 물 150cc를 부어 10분 정도 우린다. 말린 냉이보다 향이 신선하고 청량감을 준다.

    주말에 온 가족이 바구니를 들고 냉이 캐러 야외로 나가는 것도 자녀에게 좋은 추억을 선사하는 훌륭한 정서교육이 될 것이다. 냉이차는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앞산 마주하고 혼자 마셔도 좋고

    손님 찾아와 둘이 마시면 더욱 좋고

    파르스름한 연둣빛 찻잔에 번지는

    이른 봄 스님 마을 냉이차”

    임길택(1952~97) 시인의 시구처럼 냉이차 색은 연둣빛이다.



    차향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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