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8

2012.10.15

거짓말처럼 술독에서 건져내는 명약

알코올 해독

  • 김대성 한국차인연합회 고문·차 칼럼니스트

    입력2012-10-15 09: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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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처럼 술독에서 건져내는 명약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지인들과 저녁내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취기가 오르고 다음 날 아침이면 속 쓰림에 힘들어 하는 게 술꾼 일상이 아닐까. 이럴 때 녹차나 홍차, 보이차 등 차를 우려 마시면 속이 한결 편해진다. 이렇게 마시는 것이 여의찮으면 편의점에서 파는 봉지 녹차 2개를 뜨거운 물에 넣어 진하게 우려 마셔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예로부터 차는 알코올을 해독하는 명약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초의선사(1786~1866)는 우리 차의 고전 ‘동다송’에서 “술을 깨우고 잠을 적게 하는 것은 주나라 때 주공이 이를 증명한다(醒酒少眠證周聖)”고 기록했다. 지금으로부터 3300년 전 옛 시대에 차가 이미 숙취에 효험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과음 뒤 찾아오는 숙취는 체내 알코올이 완전히 분해되지 않아 대뇌가 마비되는 현상이라는 것을,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상식으로 알고 있다. 인체가 감내할 수 있는 소량의 알코올은 간이 쉽게 분해하지만, 간이 소화해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을 섭취하면 유해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 양이 증가한다. 혈액 중에 포도당이나 비타민C가 충분하면 아세트알데히드 분해 능력이 높아지는데, 바로 찻잎에 들어 있는 카페인과 비타민C가 포도당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해 차를 마시면 숙취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실험을 통해 입증한 내용이다. 여기다 이뇨작용이 뛰어난 차가 체내에 퍼진 알코올을 빨리 씻어내는 구실도 한다.

    취음선생(醉吟先生)이란 별명을 가진 당나라 시인 백거이(772~846)도, 고려 말 주당인 이규보(1168~1241)도 취하고 싶으면 술 마시고, 깨고 싶으면 차를 마셨다는 술과 차의 달인이었다.

    “하늘과 땅을 베고 덮고, 강하를 술독 삼아 천일 동안 마시어 취해서 태평시대 보리라”는 이규보의 시처럼 필자 역시 평생 술독을 안고 살면서도 아직 건강을 유지하는 이유는 차 때문이라는 게 주위 사람들의 해석이다.



    차 산지에 사는 술꾼은 차로 속풀이를 하는 비책을 알고 있다. 과음한 다음 날 집 주위 차밭에서 생찻잎을 한 주먹 따와 주전자에 물과 함께 넣은 뒤 팔팔 끓여 찻물이 진한 쑥색으로 우러나면 그 물에 달걀노른자와 꿀을 타서 한 사발 마신다. 그러면 숙취는 물론 피로까지 말끔히 가신다고 한다.

    생찻잎을 구할 수 없는 곳에서는 아침에 일어나 잎차를 티스푼으로 수북이 담아 주전자에 넣은 뒤(3스푼 분량) 물 300cc를 붓고 한번 끓인 다음, 찻잔에 따라 뜨거울 때 꿀을 타서 마시면 확실하게 속풀이가 된다. 거북했던 속을 거짓말처럼 잠재울 수 있다. 찻주전자에 찻잎 6g을 넣고 뜨거운 물 200cc를 부은 뒤 1분 정도 우려 따라 마셔도 해독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차가 해독작용을 한다고 과음을 일삼으면 ‘술에는 장사 없다’는 속담처럼 몸이 상하고 만다. 술이든 차든 적당히 마셔야 차 정신인 중정(中正)의 도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차향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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