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0

2009.11.10

한심한 떡볶이 국제화

  • 입력2009-11-04 1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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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심한 떡볶이 국제화
    현재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는 한식의 세계화에 대해 주위에서 자주 의견을 물어오지만, 대답은 늘 같다. ‘잘못되고 있다’는 것. 자기 것을 널리 알리자는 데 누가 마다하겠냐마는 그 방법에 문제가 있다.

    근본을 흔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듬는 정도여야 하는데, 지나치게 비틀고 바꿔놓는다. 요리경연대회를 열고 연구소를 세우며 하나의 브랜드로까지 떠오른 ‘떡볶이’가 대표적이다.

    떡볶이의 근본은 매운맛과 단맛의 조화다. 그런데도 치즈와 크림으로 버무린 정체불명의 음식을 만들어놓고 그게 세계인이 사랑할 떡볶이라며 칭찬을 해댄다. 정체성을 팽개치면서까지 팔아서 얻는 이득이 무엇인가.

    서양 식재료인 치즈, 크림소스에 버무린 떡볶이를 사먹으며 한국 전통 음식문화에 감탄하고 한국에 대한 애정이 샘솟을 것이라 기대하는 사고방식이 한심하다. 일부에서는 한식 세계화의 목표가 고용창출, 식재료 수출 증대에도 있다고 주장한다.

    떡볶이는 한국인밖에 못 만드는 어려운 조리법이 아니며, 한국산 재료여야만 제맛이 나는 음식이 아니다. 그런 주장은 헛된 상상이다. 우리는 카레를 먹으며 인도여행을 꿈꾸거나, 자장면을 먹으며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고 느끼지 않는다.



    떡볶이 하나로 한국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쑥쑥 올라가리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발상이다. 누군가는 떡볶이 같은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다져나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작은 시작’부터 잘못되고 있는데 더 큰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체성을 지키는 한도 안에서 한식의 세계화가 이뤄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kr.blog.yahoo.com/igundown
    Gundown은
    높은 조회 수와 신뢰도로 유명한 ‘건다운의 식유기’를 운영하는 ‘깐깐한’ 음식 전문 블로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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