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1

2009.11.17

‘J에게’ 바치는 캘리포니아 질감 ‘J’

  • 조정용 ㈜비노킴즈 대표·고려대 강사

    입력2009-11-13 0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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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에게’ 바치는 캘리포니아 질감 ‘J’
    스산한 가을 ‘J에게’를 위한 와인이 있다. 라벨 위에 덩그러니 붙은 ‘J’자를 보니 이선희의 노래 “J, 스치는 바람에…”가 들리는 듯하다. J는 캘리포니아의 러시안 리버 밸리에 있는 양조장에서 나온다.

    애호가라면 이 대목에서 미국 지도를 찾는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태평양과 나파 카운티 사이에 자리한 소노마 카운티의 대표적 와인산지는 소노마 밸리와 러시안 리버 밸리다. 둘 중에서 러시안 리버 밸리가 바다에 더 가깝다.

    태평양이 있고, 해안산맥이 있고, 그 경사면에 러시안 리버 밸리가 있다. 적도를 기준으로 데칼코마니를 만들어보면 칠레의 카사블랑카 밸리와 대칭이 될 것이다.

    지명을 왜 러시안 리버 밸리라고 지었을까. 19세기 초 소노마 카운티에 처음 정착한 러시아인들이 바로 그 강가에 정착촌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강에서 잡은 수달로 모피 코트를 만들어 멀리 알래스카(러시아는 1897년 알래스카를 미국에 팔았다)에 식량과 함께 내다 팔았다.

    정확하게 언제부터 러시아인들이 포도를 심고 와인을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들이 새로운 지역으로 떠나고 남은 빈자리는 유럽 이민자들로 채워졌으며, 그들이 오늘날 이 지역 와인을 중흥한 주축인 것은 분명하다.



    1960년대 캘리포니아 대학의 자문역 피터 시슨은 소노마에서는 부르고뉴처럼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 위주로 재배할 것을 권했다. 기후적 특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그를 따른 생산자들은 지금까지 양조장을 유지하고, 그의 제안을 무시한 양조장은 모두 도태했다. 풍토에 맞는 와인을 만들어야 성공하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바닷가에서 쉴 새 없이 이는 물안개가 만들어내는 서늘하고 온화한 기후는 포도를 오랫동안 서서히 여물게 한다. 그래서 프랑스 내륙의 부르고뉴나 알자스에서와 같이 고품질 청포도를 얻기 쉽다. 알프스의 영향이 큰 북부 이탈리아의 프리울리와도 통한다. 여기서는 피노 그리를 피노 그리지오라고 부르지만.

    J 피노 그리는 알자스 품종으로 만든다. 2006 피노 그리를 맛보면 그럴 것 같기도 하다. 풍성하고 도톰한 질감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지금이 마실 때다. 더 두면 곤란하다. 신선하고 묵직한 느낌은 14.3% 알코올 도수에서 비롯된다. 독하진 않다. 사과와 자몽 맛이 난다. 결실의 계절에 어느 요리에나 무난히 어울릴 여유로움이 풍긴다. 수입 동원와인플러스, 가격 6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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