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8

2009.10.27

발효 포도의 온화한 질감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 2007’

  • 조정용 ㈜비노킴즈 대표·고려대 강사

    입력2009-10-21 11: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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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효 포도의 온화한 질감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 2007’
    와인산업에는 두 가지 영원한 로망이 있다. 하나는 소비자에게 이름을 각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능한 한 대량으로 양조하는 것이다. 전자는 와인이 브랜드로 팔리는 상품이기 때문이고, 후자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이익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스스로 미세한 품질의 차이를 따져 선택하기보다는 친숙한 와인에 먼저 손이 가기에, 와인 회사들은 브랜드 관리를 품질 관리만큼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확고한 브랜드로 자리잡아도 제한된 생산량으로는 수익을 내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양조장에게는 대량으로 양조하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큰 소망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잔뼈가 굵은 켄달 잭슨 브랜드가 있다. 캘리포니아 도처에서 여러 양조장을 운영한다. 현대자동차처럼 여러 가격대의 제품을 소유하는 켄달 잭슨은 소비자에게는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름만으로도 팔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양질의 와인을 대량 생산하지 않는다면 확실한 브랜드가 되기 힘들다.

    와인은 일상생활에서 능히 그 기능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곳에서나 쉽게 쇼핑할 수 있도록 충분히 유통돼야 한다. 매년 200만 병이 동질의 균일한 맛으로 태어나는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는 켄달 잭슨의 확고한 경쟁력이 된다. 대량 생산의 편익은 대개 생산량을 확대해 원가를 줄이는 데 있으나, 그러면서도 일정 수준의 품질을 유지해야 진정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된다.

    켄달 잭슨은 대량 생산과 함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자체 농장에서 전량 조달한 샤르도네로만 이 와인을 만든다. 2007년산 빈트너스 리저브 샤르도네는 포도 전부를 오크통에서 알코올 발효처리하고, 그 결과 생성되는 특유의 시큼한 사과산을 유산 발효를 통해 젖산으로 변모시켜 매력적인 맛을 만들어낸다. 멜론 주스를 마시는 듯 상큼하고 온화한 맛이 난다.



    배나 살구 향내가 풍기며, 잘 익은 무화과 플레이버도 있다. 노란 색깔이 돋보이며 바닐라 향취가 질리지 않고 질감이 도톰하여 삼키는 즐거움이 있다. 지난 9월 초에 출간한 필자의 세 번째 책 ‘올댓와인2’에서도 이 와인을 추천 와인으로 들었다. 로버트 파커는 90점을 줬다. 후한 평가라고 볼 수 있겠지만, 실제로 이상적인 조건으로 시음한다면 파커 점수의 공평무사함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수입 아영FBC, 가격 6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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