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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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적 광물 향, 파스칼 졸리베 상세르

  • 조정용 ㈜비노킴즈 대표·고려대 강사

    입력2009-09-16 14: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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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초적 광물 향, 파스칼 졸리베 상세르
    상세르. 발음부터 뭔가 상서로운 느낌이 드는 상세르는 소비뇽 블랑으로 익히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는 마을 자체가 명소인 곳이다. 파리에서 기차가 들어오면서 관광지로, 와인 생산지로 유명해졌다. 상세르가 루아르 강 좌안에 위치한 화이트와인 명산지란 사실은 메독이 지롱드 강 좌안에 터를 잡은 레드와인 명산지란 사실과 대조를 이룬다.

    보르도 레드의 대표가 메독이듯, 루아르 화이트의 대표가 상세르이기 때문이다. 다만 메독이 하류인 데 비해 상세르는 상류란 점이 다르다. 상세르는 소비뇽 블랑의 요람 같은 곳이다. 생기 있고 산뜻한 드라이 화이트로 유명한 상세르는 강변에 자리해 뱃길이 편리하다. 강물이 무더운 날씨를 중화하며, 가파른 경사면은 일조량과 배수에 유리한 조건이 된다.

    또한 구릉에 펼쳐진 석회암 토양 덕분에 로마 시대부터 와인을 양조해왔다. 19세기 말에 ‘필록세라’라는 해충이 유서 깊은 포도밭들을 황폐화하고 말았다. 대안을 찾던 일단의 생산자들은 미국산 대목에 접이 잘 붙는 소비뇽 블랑에 눈을 떴다. 하지만 이것으로 만든 와인은 1970년대 이전까지는 그리 의미 있는 와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 지역의 많은 포도밭이 오랫동안 식용 품종인 샤슬라 한 가지로 화이트와 레드를 양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스칼 졸리베(Pascal Jolivet)와 같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양조가들이 소비뇽 블랑의 참맛을 빚어내는 데 성공하면서 파리 레스토랑에서는 상세르가 화이트 메뉴로 인기상품이 됐다.

    포도밭의 특질을 빚어내는 고급 상세르는 오크통 숙성에서 오는 굵직한 질감 속에서 피어나는 부싯돌 향취 같은 원초적인 광물 향이 특징이다. 파스칼 졸리베의 상세르는 주말에 거실 소파에서 편히 마실 와인으로 충분하다. 소비뇽 블랑의 전형적인 플레이버, 즉 풀을 벤 다음에 퍼지는 듯한 과일 향이 오후의 나른한 육체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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