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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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의 원조 로랑 페리에

  • 조정용 ㈜비노킴즈 대표·고려대 강사

    입력2009-09-02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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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샴페인의 원조 로랑 페리에
    돈 클래드스트럽의 ‘와인전쟁’에는 프랑스 와인을 둘러싼 나치와 프랑스군의 대결이 잘 묘사돼 있다. 때는 제2차 세계대전 말기. 알프스에 있는 히틀러의 여름별장 ‘독수리 요새’를 접수하라는 명령이 프랑스군에게 떨어졌다. 그러자 하사관 한 명이 탱크부대를 이끌고 쳐들어갔다.

    그는 작전을 수행하기 전 요새의 와인셀러에서 5년 전 고향집 앞에서 독일군에게 침탈당한 수백 상자의 샴페인이 보란 듯이 저장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벅찬 감격에 젖었을 것이다. 결국 프랑스는 자유를 찾았다.

    히틀러에 항거한 그 군인이 바로 현재 세계 4대 샴페인 그룹 가운데 하나인 로랑 페리에의 오너 베르나르 명예회장이다. 프랑스인에게 자존심과도 같은 샴페인은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미세한 기포, 특유의 이스트 향, 정신이 번쩍 드는 싱싱한 신맛으로 일찌감치 그 이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역사와 전통을 지키려고 참전한 샴페인 생산자 베르나르, 그가 수호하려 한 샴페인은 진정 어떤 것일까. 오늘날 유럽에서는 ‘샴페인’이라는 이름이 남용되지 않는다. 다른 지역에서 샴페인이란 이름을 쓸 수 없게 하는 조약도 체결됐다. 1891년 마드리드 조약은 샴페인 지역에서 나오는 스파클링 와인에만 샴페인이란 칭호를 붙일 수 있게 했으며, 1919년 베르사유 조약은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체제에 항거한 정신은 혁신에도 둔감하지 않았다. 대형 오크 캐스크에서 발효하던 것을 스테인리스스틸 통으로 바꿨고, 단일 빈티지를 선택해 프레스티지 샴페인을 생산하는 기존의 방식 대신 좋은 빈티지 와인을 여럿 혼합해 만드는 새로운 방식도 만들었다. 드골 전 대통령은 이 와인을 시음한 뒤 ‘그랑 시에클’(찬란한 시대)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최근 대한항공이 기내 제공용 샴페인으로 로랑 페리에를 택했다. 이 회사 컨설턴트인 방진식 박사는 “로랑 페리에를 선택한 것은 매우 뛰어난 균형감과 세련된 맛을 보여주는 와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인지도가 낮은 로랑 페리에를 채택한 것은 대한항공이 국내 와인 취향을 선도하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일까.

    그들은 오래전 기내 와인으로 샤토 탈보를 채택한 후 이 와인이 국내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얻게 됐다고 여긴다. 이 회사의 샴페인 선택에 소비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소비자 가격 15만원대의 로랑 페리에 브뤼를 추천한다. 수입 동원와인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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