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7

2009.08.04

엘도라도의 선물, 러더퍼드 랜치 나파 밸리 샤르도네

  • 조정용 ㈜비노킴즈 대표·고려대 강사

    입력2009-07-29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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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도라도의 선물, 러더퍼드 랜치 나파 밸리 샤르도네
    나파 밸리는 19세기에도 와인 산지였다. 어릴 적 동심을 흔든 ‘보물섬’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이곳을 여행하기도 했다. 그가 신혼여행에서 경험한 일을 묶은 얘기는 오늘날 ‘실버라도 무단점유자(The Silverado Squatters)’라는 단편소설로 남아 있다.

    당시 나파 밸리는 지금의 유명세와 딴판이었지만, 과거를 훑어보는 재미가 있다. 와인 애호가이던 작가는 나파 와인이 실험적인 수준에 불과하다고 썼는데, 오늘날의 나파 와인을 마시면 아마 그 품질에 깜짝 놀랄 것이다. 또한 소설에서는 가짜 와인 양조의 풍조도 지적됐다. 저급한 이미지로만 알려진 캘리포니아 와인을 팔기 위해 스페인산으로 둔갑시켜 허위로 라벨을 붙이는 행태를 고발한 것.

    오늘날 나파 밸리는 소설 속의 공간적 배경과는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달라서 상전벽해란 말이 딱 어울린다. 나파 밸리는 이제 캘리포니아의 핵심 지역이다. 아니, 미국 와인의 본산이다. 과학적 분석과 기술개발을 통해 환골탈태했다.

    포도를 재배하는 데 천혜의 조건을 갖췄으며, 성공한 이들은 하나같이 나파 밸리에서 포도밭 가꾸며 사는 것을 제2의 인생으로 꿈꾸기도 한다. 그래서 일부 열광적인 애호가를 겨냥, 극소량의 와인을 지극정성으로 만든 컬트 와인이 생겨났고 영화의 소재가 됐다.

    하지만 나파 밸리에도 단점은 있다. 양조자의 철학에 따라 품질이 들쑥날쑥하다. 온화한 태양이 가끔씩 포도를 태워버릴 기세로 뜨겁게 내리쬐는 것도 품질에 악영향을 미친다. 포도는 적당한 양의 햇볕을 받으며 오랜 기간 서서히 익어야 좋은 와인이 된다. 이에 일부 고급 생산자들은 시행착오 끝에 서늘하게 오랫동안 익어가는 포도밭을 발견했다. 그래서 나파 밸리는 양조가들에게 엘도라도와 같은 곳이다. 러더퍼드 양조장도 그런 곳이다.



    러더퍼드 랜치(Rutherford Ranch)의 나파 밸리 샤르도네 2007은 상큼하고도 풍성한 화이트다. 맛깔스런 질감을 지니며 배, 파인애플, 오렌지 느낌이 난다. 미디엄 보디에다 풍부한 청포도 향기를 지녔다. 로버트 파커도 90점으로 평가한 가격 대비 훌륭한 와인이다. 수입 동원와인플러스, 소비자가격 6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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