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5

2005.05.17

쫄깃쫄깃 감기는 맛 “복갈비 끝내줘요”

  • chjparis@hanmail.net

    입력2005-05-12 12: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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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쫄깃쫄깃 감기는 맛 “복갈비 끝내줘요”

    복갈비, 복국, 복탕유, 복유산슬, 복튀김 등 복으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무궁무진해 보인다. 불고기판에 얹어 요리해 먹는 복갈비는 이 집의 비법 ‘복 엑기스’로 깊은 맛을 낸다.

    시원하고 담백한 것을 먹고 싶을 때 찾는 음식이 복국이다. 복국의 참맛은 뭐니 뭐니 해도 맑은 국물에서 나온다. 훌훌 떠먹는 따스한 국물의 뒷맛이 한없이 깨끗하고 시원하다. 게다가 미나리에서 퍼져나오는 은은하고 상쾌한 향은 산뜻함을 더해준다. 하얀 살이 쫄깃하게 씹히는 복어에 이르면 ‘이래서 복국을 찾는 거야’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기름기 하나 없는 담백한 생선과 미나리·콩나물의 절묘한 조화, 바로 이것이 복국의 매력이다.

    복어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한 생선이다. 그래서 몸이 쇠약한 사람의 기력 회복에 아주 좋다. 탄력이 있어 씹을 때 쫄깃한 복어 껍질에도 각종 무기질과 칼슘이 풍부하다. 또 복국의 시원한 국물은 독을 푸는 데 그만이다. 술독은 물론이고 담배나 각종 공해로 생긴 독성물질의 배출에도 좋다고 한다. 개운하게 속을 풀어주고 머리까지 맑게 해주는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이 복국을 찾게 하는 이유임은 틀림없다. 요즘은 복국뿐만 아니라 다양한 복요리들이 입맛을 당긴다.

    서울 영등포 영일시장 안에 있는 ‘부환복집’(옛 부일복집)은 시장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집이다. 과일, 채소 가게들 사이에 있어 눈에 잘 띄지도 않고 산뜻한 분위기가 나는 곳도 아니지만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정감 넘치는 식당이다. 작은 입구와는 달리 널찍한 이층과 별실이 있어 모임이 많다. 주인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서 복 다루는 법을 배워 복 요리에 남다른 자부심이 있다. 이 집 차림표를 보면 복으로 이런 요리를 다 할 수 있구나, 싶다. 복갈비, 복탕유, 복유산슬, 복튀김, 찜, 수육, 지리, 매운탕, 복어회 등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낯설지만 흥미를 끄는 이 많은 종류의 요리들은 주인이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다. 지금도 끊임없이 요리를 개발하고 있단다. 그중에서도 ‘복갈비’는 주인도 적극 추천하는 인기 메뉴다.

    복갈비라는 이름 때문에 갈비구이를 연상했는데, 눈앞에 나온 것은 도톰하게 편으로 썬 복어살과 모자처럼 생긴 불고기 불판이다. 양념에 버무려져 있는 복어살이 아닌 편으로 썬 복어살은 전혀 뜻밖이다. 조리 과정은 간단하다. 불고기판 가장자리에 복 육수를 붓고 미나리와 팽이버섯, 부추를 얹은 다음 복어살을 구워주고 중간중간 육수를 끼얹으면 된다. 한 점 집어든 복갈비는 쫄깃하면서도 입에 착 감기는 맛이 아주 독특하다. 불에 살짝 그을리면 고소한 맛과 어우러져 감칠맛이 더하다. 요란하진 않지만 진하고 깊은 맛이 느껴지는데, 그것은 바로 복 육수에서 나온다. 이 집에서는 ‘복 엑기스’라고 한다. 주인이 직접 개발한 것으로 복을 푹 고아서 뽑아낸 진액이란다. 냉장고에서 막 꺼낸 복 진액은 묵처럼 굳어 있었다. 깊은 감칠맛의 정체를 알겠다.

    복갈비를 먹으면서 끓는 복 육수에 한숨 죽은 미나리나 팽이버섯, 부추를 곁들여 먹는 맛이 일품이다. 그렇게 먹다 보면 복 진액에 입술이 끈적거릴 정도다. 복어의 고단백과 껍질의 젤라틴 성분까지 녹아나온 것이니, 이것으로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아무리 다양한 복요리가 있다 하더라도 복집에서 ‘복국’을 지나칠 수 없다. 이 집의 복국이나 복지리는 비싸지 않으면서도 양이 만만치 않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미나리부터 건져 초장에 찍어 먹는다. 향긋하게 퍼지는 향에 입 안이 상큼해진다. 어느새 우러난 국물에 ‘시원하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육수에도 복 진액을 넣었는지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남다르다. 복어살의 담백하면서도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재료의 신선함을 그대로 말해준다. 먹는 음식은 속이지 말아야 한다는 주인의 말이 생각난다. 마늘도 여느 마늘보다 4~5배나 비싼 의성 마늘만 쓴다는 주인의 말에 신뢰가 간다. 꾸미지 않은 말투가 음식 맛의 정직함으로 나타난다. 복지리를 다 먹고 나면 국물에 밥과 김치를 넣고 비벼주는데, 배가 불러서 다른 복요리를 맛볼 여유가 없어진다.

    쫄깃쫄깃 감기는 맛 “복갈비 끝내줘요”

    ‘부환복집’ 이부곤 사장은 부친에게서 복 요리법을 전수받은 전문 요리사의 성실함으로 다양한 조리법을 개발했다. 소박한 인테리어의 부환복집은 입맛 까다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음식 맛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음식을 먹고 있다 보면 시키지도 않은 음식이 나온다. 넉넉한 인심이다. 보통 복유산슬과 복튀김이 나온다. ‘복유산슬’은 말 그대로 세 가지 재료를 가늘게 썰어 전분을 넣고 걸쭉하게 만드는 중국요리 형태의 복요리. 복어살을 가늘게 썰고 느타리버섯, 팽이버섯, 청피망과 함께 볶아낸 복유산슬은 느끼하지 않으면서 담백한 복어 맛을 최대한 살려준다. ‘복어찜’은 아구찜처럼 나오는데, 찹쌀가루나 녹말을 섞지 않아 걸쭉하지 않다. 매콤한 맛과 함께 아삭아삭 씹히는 콩나물이 쫄깃한 복어와 잘 어울린다.

    반찬으로 나오는 복껍질무침은 초장이 아니라 초로만 묻혀 깔끔하고 시원해 더 달라는 요청이 많다. 여름에 먹기 좋은 ‘복냉면’은 복 육수로 국물을 내 시원하고 깊은 맛이 있으나 주방 공간 문제 때문에 아쉽게도 면을 직접 뽑지 못한다고 한다. 이 집의 복어요리를 모두 맛보고 싶으면 복어회까지 나오는 ‘부일 정식풀코스’를 시키면 된다. 물론 4인 이상이어야 한다.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 따로따로 시켜서 먹는 것보다 몇 배나 싸다. 여럿이 갈 경우에는 예약하는 것이 좋다. 손님 중에는 여의도에서 오는 이들이 꽤 있는데, 특히 금융감독원과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자주 이곳을 찾는다. 이 집을 나서는 사람들 모두의 입가에는 주인의 정직함에다 음식 맛의 정직함에 흐뭇한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 부환복집

    위치 : 서울 영등포 영일시장 안 김안과 건너편의 청과도매상회 뒤편에 있다.

    연락처 : 02-2635-1961

    쫄깃쫄깃 감기는 맛 “복갈비 끝내줘요”


    추천 메뉴 : 부일 정식풀코스(1인 6만, 8만원), 복갈비·복탕유(5만원), 복유산슬·복튀김(3만원), 복지리·복매운탕(1만7000원), 복국(1만3000원), 복냉면(5000원)

    영업시간 : 10:00-22:00

    휴무 : 설, 추석 명절

    주차 공간 협소, 신용카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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