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2

2001.12.06

中 10억의 힘 ‘창하오 밀어주기’

  • < 정용진 / 월간 바둑 편집장 >

    입력2004-12-01 17: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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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10억의 힘 ‘창하오 밀어주기’
    얼마 전 월드컵 본선 진출로 난리가 난 중국대륙이 요즘 바둑으로 또 한번 들썩이고 있다. 제6회 삼성화재배 준결승 3번기에서 예상을 뒤엎고 창하오(常昊) 9단이 난공불락으로만 여긴 이창호 9단을 2대 1로 잡고 결승에 올랐기 때문. 공한증(恐韓症)에 시달린 중국축구처럼 바둑 역시 이창호 9단에 대한 공이증(恐李症) 수렁에서 허덕여 왔다. “왜 중국은 이창호 같은 기사를 배출해 세계를 석권하지 못하느냐?”는 팬들의 빗발치는 원성을 견디다 못한 중국기원이 오죽했으면 “우린들 이창호 9단이 한국에서 태어난 걸 어떡하란 말이냐”는 읍소형 성명까지 발표했을까.

    반상의 터미네이터 같은 이창호 9단을, 그것도 단판 승부도 아닌 3번기에서 누른 것에 대해 중국팬들은 “우승보다 값진 승리”로 받아들이며 환호하고 있다. 이전까지 창하오 9단은 역대 전적 2승 14패로 도통 ‘판맛’을 보지 못했다. 이창호 9단의 패배도 충격적이다. 이 9단은 이제까지 세계대회에서 3판이나 5판을 두어 승부를 가리는 번기(番棋)에서 딱 한 번 조훈현 9단에게 졌을 뿐(99년 춘란배 결승 3번기), 외국기사에게 무릎 꿇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중국바둑리그 진출 문제로 한국기원과 신경전을 벌이는 여파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일부 분석도 있다.

    중국 발음으로 ‘창호’와 비슷해 ‘중국의 이창호’로 불리는 창하오 9단이 마침내 오리지널 이창호를 꺾고 모처럼 우승 기회를 잡자 중국바둑계는 범국가적인 ‘창하오 밀어주기’ 체제를 급조했다고 한다. 중국기원이 최정상 기사들을 소집하여 창하오 9단과 합숙훈련을 시키며 12월 중순 결승 3번기를 벌일 조훈현 9단에 대한 공동연구에 돌입하게 한 것.

    그동안 창하오 9단은 세계대회 결승에 세 번 나섰으나 이창호 9단에게 두 번, 조훈현 9단에게 한 번 지는 등 한국기사에게 막혀 우승이 좌절되었다. 조훈현 9단과는 작년 후지쯔배(富士通杯) 결승에서 진 바 있다. 두 기사간 역대 전적은 4승3패로 조훈현 9단이 간발의 차로 앞서고 있으나 삼성화재배 결승전은 3번기로 치러지므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과연 이번 기회에 ‘반상의 공한증’을 극복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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