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98

2011.08.01

내 남자 기죽이는 그 말

  • 입력2011-08-01 11: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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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남자 기죽이는 그 말
    “문영이 그 녀석도 마누라 복은 있어서…. 주제에 글쎄 이번에 50평형대 아파트로 바꿔 탔데. 마누라가 꼬깃꼬깃 모아놓은 돈 풀었다고 하더라고….”

    회사에서 퇴근하고 집에 들어온 남편이 저녁 식탁에서 이런 소리를 노래 부르듯이 하면 아내가 기분 좋을 리 없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남편은 아내 앞에서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아내의 비윗살 괜히 건드릴 필요 없을뿐더러 남자라는 자존심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결혼한 여자에게 부탁한다. 출근하는 남편이나 퇴근한 남편에게 무심코라도 제발 이웃집 남편이나 친구 남편 이야기는 하지 말자. 그런 여자의 단골 세리프는 대개 이렇다.

    “1405호 옆집 남자 말이야. 이번 달 보너스 엄청나게 탔나 봐. 어제 엘리베이터에서 와이프를 만났는데 온몸이 비까번쩍하잖아….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명품 백 이리저리 흔들어대며 자랑하느라 정신없었어….”

    남편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불쾌해하고 듣기 싫어하는 소리는 바로 아내가 하는 남의 남자 자랑타령이다. 밤늦게 술 취해 들어오는 남편이 밖에서 편히 술 먹는 줄 알면 착각이다. 쓴 소주 목구멍에 처넣으며 한마디씩 하는 말이 있다. 어디서 돈벼락 맞아 내 마누라, 내 새끼들 번들거리게 해주고 싶다고 절규를 한다. 사나이로 태어나 나는 왜 남들처럼 번듯하게 살지 못할까? 왜 내 마누라 비까번쩍하게 차려주지 못할까? 왜 코딱지만 한 아파트에서 대출이자 갚으며 헐떡대고 있을까?



    남편 스스로 패닉에 빠져 있다. 은근슬쩍이라도 절대로 이런 말은 하지 말자. 내 남편 기죽여서 좋은 일이 뭐가 있나. 남자는 여자의 사랑을 먹고사는 동물이다. 출근하는 남편의 등을 손바닥으로 툭 치면서 “당신 참 멋진 남자야! 자, 아자 아자 파이팅 하는 거야!”내일 아침에 이렇게 한번 해보자.

    내 남자 기죽이는 그 말
    * ‘자기는 엄마 편이야? 내 편이야?’의 저자 강춘은 남자와 여자를 그리는 사람이다. 여자보다 여자를 더 잘 아는 남자이며, 세상에 존재하는 부부의 수만큼 많은 사연 속에서 사랑의 의미를 캐내는 이야기꾼이자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을 그림으로 닦아주는 화가다. ‘사랑하면 그리는 거야’ ‘여보야’ 등 그림에세이집 다수 출간. 1994년 한국어린이 도서상 문화부 장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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