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2

2000.02.24

라데팡스에 가면 ‘첨단’이 보인다

텐트로 구름모양 천정 만든 그랑 다르슈 등 일품… ‘미래공원’ 라빌레트는 현대 건축 전시장

  • 입력2006-07-24 10: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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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데팡스에 가면 ‘첨단’이 보인다
    파리는 세계적 건축가들의 실험적인 작품들로 가득 찬 보물 창고라 할 수 있다. 그만큼 파리는 그 어느 곳에 비해도 기념비적 건축물들이 많다. 미래공원이라고 일컬어지는 라빌레트(Parc de la villette)는 현대 건축가들의 건축전시장 같은 곳이어서 건축사진을 전공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신명나는 곳이다.

    파리의 동북지역에 있는 라빌레트 지구는 원래 파리의 모든 공원에 조성할 물을 공급하기 위해 1812년에 파놓은 운하와 도살장으로 사용하던 가축시장이었다.

    라빌레트는 1979년 미래형 도시를 만들기 위한 파리시의 10대 프로젝트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주관한 건축계획의 하나로 탄생하게 된 공원이다. 이 공원을 만들 당시 파리시는 ‘21세기형 도시공원’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세계의 유명한 건축가들을 참여시켰다. 그리하여 36개 나라의 건축가들이 471개의 작품을 출품하기에 이르렀는데, 그 가운데 스위스 출생으로 미국에서 활동중인 건축가 버나드 추미는 21세기 도시형 공원이라는 주제에 어울리게 세계에서 가장 불연속적인 건물을 계획했다. 이는 조화보다는 분열과 분리를 강조한 매우 파격적인 건축물이었다.

    버나드는 환경에 대한 해체주의 개념을 도입해 미래 도시환경의 실험정신을 구현했는데, 인공 운하를 따라 점을 찍듯 서 있는 ‘폴리’(folie)라 불리는 건축구조물은 건축에서의 해체주의적 양식이 태동되게 하는 계기가 됐다.

    폴리는 공원 전체에 반복돼 서 있는, 빨강으로 채색된 구조물이다. 120m의 간격으로 높이가 일정한 10m 규격의 입방체 모양을 한 35개의 구조물이 마치 점으로 찍혀 있는 듯한 모습으로 이곳 저곳에 배치돼 선과 면에 의한 새로운 설계 개념이 무척 재미있게 느껴진다. 이 구조물들은 카페로 사용하든지 공원 관망대로 사용하든지 마음대로 하라는 식의 미완성 형태들이다.



    라빌레트 부지 전체에 균등하게 배치된 폴리가 점(点)의 공간개념이라면, 공원 내에서의 보행을 위한 산책로들은 선(線)의 요소가 되고, 공원내 광장이나 스포츠 그라운드 등이 면(面)적 요소가 되어, 점-선-면의 세가지 구성요소는 예기치 못한 다양한 ‘시각적 사건’을 만드는 즐거움을 준다.

    라빌레트 기본 건물 가운데 1867년 메론돌이 설계한 소시장 건물은 19세기 철조 건물 중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꼽힌다. 건축가 레이첼과 로베르는 이 건축물을 공연 전시 음악회 등 각종 문화행사를 치를 수 있으면서도 원래 모습을 잃지 않도록 배려했다. 2헥타르에 달하는 공간을 재보수하여 중앙 홀 부분에는 철골 받침대가 없도록 설계하고, 지하에 내장된 이동 방음벽을 사용하여 공연장을 분할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이동 트랩이나 이동 무대를 사용함으로써 공연장을 변조시킬 수 있고 무대장치를 설치할 수 있게 했다. 지하에는 300석 규모의 홀과 바가 있다. 정면 입구는 유리를 사용하여 건물의 전체적인 투명감을 높이는 동시에 외부 쪽으로 회랑을 만들어 놓고 있다.

    5700~6400석의 수용 규모를 자랑하는 음악회장 제니트(Le Zenith)는 실험적으로 중간 기둥을 사용하지 않고 팽팽한 천을 사용하여 건축한 것이 특징이다. 이 건축물은 기술적인 면에서 성공한 하나의 모범 사례로써 가시도, 안락성 등 장점이 많아 라빌레트 공원 내로 이전됐다. 건축가 셰이와 모렐이 고안한 이 방식을 모델로 삼은 다른 홀들이 프랑스 내에 건축되고 있다. 무대공간을 넓게 혹은 좁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이동식 좌석배치 방식 덕분에 제니트는 버라이어티쇼, 로큰롤 공연, 권투 경기, 국제회의 등 여러 다양한 형태의 문화행사에 적합한 장소로 활용된다.

    라데팡스에 가면 ‘첨단’이 보인다
    파리의 신도시 라데팡스는 파리 교외 서쪽에 자리잡고 있다. 파리의 중심지역에 있는 튈르리 공원, 콩코드 광장, 샹젤리제 거리, 개선문 등은 라데팡스 지구까지 일직선으로 뻗어 도시를 관통하는 축을 형성한다.

    라데팡스의 상징물로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거대한 조각적 입방체는 그 규모가 초기안보다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100m×100m로 루브르궁의 사각 궁전과 거의 비슷한 척도를 가지고 있다. 이는 내부 중앙이 빈 입방체로 구성돼 있으며 흰 대리석으로 마감되어 아이들의 유희처럼 아주 단순하지만, 그 열린 공간은 ‘세계를 향한 창’을 표방하면서 전지구적인 하나의 공감대를 의미한다. 유행과 양식적인 형태를 벗어나 주변의 건물들과 달리 친근감을 주는 순수한 기념비적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상부 옥상을 지탱하고 있는 두 개의 아치에는 옥상으로 올라가는 5대의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이 엘리베이터는 양쪽 끝을 반원형 유리 돔으로 막은 유리 원통모양으로 고안됐다. 비록 유리원통이라고 하지만 그 강도와 기술적 정교함은 비행기의 창유리와 비교될 정도로 단단해 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라데팡스는 다른 지역에 비해 우수한 현대 건축물들이 많이 들어서 있는데, 시내 중심부에서는 건축물 보호에 따라 대규모의 신축건물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크게 상업지구와 주택지구, 공원지구로 나뉜다. 프랑스혁명 200주년을 맞이하여 미테랑 전대통령이 열렬히 지지했던 그랑 다르슈라 불리는 초현대식 건물도 이곳에 자리잡고 있다.

    그랑 다르슈는 하이테크 건축 기법을 사용, 천정을 구름모양의 텐트로 덮은 구조물이다. 이 앞의 넓다란 광장은 파리의 새로운 만남의 장소로서 여름이면 음악회나 연주회 등 많은 행사가 열린다. 새로운 현대식 건물이나마 또 하나의 역사적인 장소로 만들어 내고자 노력한 그들의 건축의식과 설계 개념이 돋보이는 건물이다. 이곳을 현대의 개선문이며 미래를 향한 희망의 심벌이라 표현했던 덴마크 건축가 스프레켈센(Johan Otto von Spreckelsen)의 디자인과 논리적인 창의성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는 그랑 다르슈가 준공된 것을 보지 못한 채 타계했다. 그랑 다르슈는 그가 죽은 뒤 프랑스 건축가인 폴 앙드로와 프랑수아 델로지가 함께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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