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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시명의 체험여행 | 술 빚기

누룩은 꼭꼭, 술내음은 솔솔~

  • 글·사진=허시명/ 여행작가 www.walkingmap.net

누룩은 꼭꼭, 술내음은 솔솔~

누룩은 꼭꼭, 술내음은 솔솔~

참가자들이 우리술 페스티벌에서 술 빚기 체험을 하고 있다

술 빚기 체험, 우리에게는 좀 낯선 일이다. 오랫동안 술 빚기가 범법 행위로 단죄돼 가정에서 술 빚는 걸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누룩 만들고, 술 빚는 일이 자유롭게 된 시점은 1995년이다. 이때 조세범 처벌법 제8조에 ‘개인의 자가 소비를 위한 (술)제조를 제외한다’는 조항이 추가되면서 자가 양조가 가능해졌다. 이제 옛날처럼 제사 또는 명절을 앞두고 떡 찌듯 술을 빚어도 된다. 하지만 엄격하게 따지면 법은 또 하나의 맹점을 안고 있다. 술을 직접 빚는 것은 허락했지만, 그 술을 자신이 마셔야지 남에게 건네는 것은 불법이란다. 세상에 이런 법도 있나 싶다.

투박한 술이라도 직접 빚어 그리운 친구와 함께할 수만 있다면-그게 죄가 된다 하더라도-그 아니 행복하지 않겠는가.

최근 두 군데에서 술 빚기 체험행사가 열렸다.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우리술 페스티벌(8월25~29일)과 충북 영동에서 치러진 포도 페스티벌(8월28~29일)이 그것이다. 두 행사 모두 지역 특산물을 부각시키기 위해 마련된 축제다. 우리술 페스티벌은 농림부가 주관했는데, 우리 농산물의 가공상품인 전통술과 농민들이 직접 빚은 술을 전시 홍보하는 뜻 깊은 자리였다. 영동축제는 포도 주산지에서 열린 규모 있는 행사다. 두 곳의 축제장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이 술 빚기 체험행사였다.

와인 만들기 체험행사도 열려

우리술 페스티벌의 술 빚기 체험행사는 남선희씨가 주관했다. 남씨는 서울 북촌문화센터에서 술 빚기 강의를 진행하는 전통술 연구가다. 전시장에 우연히 들른 사람들이 “우리도 빚을 수 있어요? 빚어도 되는 거예요?” 하면서 펼쳐진 자리에 앉았다.



누룩은 꼭꼭, 술내음은 솔솔~

누룩은 발뒤꿈치로 꼭꼭 밟아야 한다.

먼저 누룩 만들기부터 시작됐다. 누룩은 우리 술의 기본이다. 누룩의 힘을 빌려, 그 딱딱하고 멍멍한 쌀을 흐물거리는 술로 만들 수 있다. 누룩을 만들려면 누룩틀과 광목, 빻은 통밀이 필요하다. 누룩틀은 높이 5cm에 지름이 한 뼘쯤 되는 둥글거나 네모난 모양의 틀이다. 누룩틀에 광목을 깔고, 그 안에 빻은 통밀을 한 줌씩 꽉 쥐어 담는다. 이때 물을 약간 축인 통밀은 손아귀에 쥐었을 때 물기가 묻어나지 않고 뭉쳐질 정도여야 한다. 물기가 많으면 누룩이 너무 단단하게 뭉쳐져 곰팡이가 잘 번식되지 않는다. 빻은 밀을 누룩틀에 넣고 광목으로 덮은 다음, 발뒤꿈치로 꼭꼭 밟아댄다. 누룩 만드는 것을 ‘딛는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렇게 만든 누룩은 20일 넘게, 메주 띄우듯 해야 한다. 요즘은 누룩을 쉽게 살 수 있다. 시장에 가도 있고, 인터넷에서도 구할 수 있다.

잘 만들어진 누룩을 콩알만 하게 빻아서 고두밥을 지어 비비면 술이 된다. 이날 체험장에서는 초보자들이 집에 가져가서도 술을 쉽게 발효시킬 수 있도록 물 대신 생막걸리를 이용해 누룩과 고두밥을 비볐다.

술 빚기에 참여한 사람들은 누룩을 딛고 술을 만들어보면서, 쉽게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고 즐거워하는 표정이었다.

영동포도축제에는 인터넷 동호회 와인만들기 카페 사람들이 원정대를 모집해 출동했다. 카페 회원이 2200명인데, 120명이 이날 행사에 참여했다. 버스 한 대를 빌리고, 23대의 차량이 뒤를 따랐다. 와인 열기를 느끼기에 충분한 행렬이었다.

누룩은 꼭꼭, 술내음은 솔솔~

영동에 있는 와인코리아의 포도주 저장고. 일제시대 탄약창고로 쓰던 깊이 60m의 토굴이다

영동천변에 마련된 축제장에는 와인만들기 천막이 마련돼 있었다. 공동구매한 포도를 쌓아놓고, 20ℓ 발효통에 포도를 15kg씩 담기 시작했다. 한국산 오크통을 제조하는 김도영씨(011-9706-3100)는 작은 욕조만한 오크통을 만들어왔다. 그 안에 포도를 넣고 발로 밟아대는데, 포도와인 축제가 꼭 프랑스에서만 벌어지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영동, 김천이며 화성, 안성은 요즘 한창 포도 수확철이다. 지중해 포도보다 훨씬 맛있는 탱글탱글한 포도가 이 땅에서 난다. 대량 생산된 값싼 수입 와인에 밀려 우리 와인이 고전하고 있지만, 우리 포도로 맛있는 우리 와인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와인은 과일주다. 포도로 술을 담그는 것은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와인만들기 동호인들의 열정을 보면서, 포도농가에서 다양한 포도와인 만들기 체험행사를 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도알과 포도껍질이 분리되고, 포도껍질의 즙이 진하게 배어나올 때까지 포도를 짓이긴다. 엄마 아빠를 따라온 아이들은 신이 나서 포도를 밟아댄다. 동호인들은 흡족하게 포도주 발효통을 들여다본다. 마치 당장 발효통을 들고 포도즙을 포도주인 양 마시고 싶어하는 표정들이다.

포도를 짓이긴 뒤에 티스푼 반 분량(2g)의 아황산염을 넣는다. 잡균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다음에 포도량의 10%에 해당하는 백설탕(1.5kg)을 넣는다. 우리 포도의 당도가 12~14브릭스(당도를 측정하는 단위)이므로, 당도를 26~28브릭스로 높여주는 작업이다. 당도가 28브릭스에서 알코올 발효가 끝나면 알코올 14도의 포도주가 된다.

다음 발효 과정은 인터넷 카페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주니 이를 참고하라는 카페운영자 정재민씨의 말을 들으면서, 동호인들은 효모 한 봉지(10g)씩을 받아들고 차에 올랐다. 효모는 5시간이 지난 뒤, 집에 도착할 즈음에 넣으면 된다. 이렇게 와인을 담그고, 이제 하루에 한 번씩 위로 떠오른 포도껍질과 알갱이들을 주걱으로 뒤집어주면 된다.

술 만들기, 그리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함께 빚고, 함께 나누고, 함께 즐기는 것이 축제다. 이제 오래된 축제, 추석이 다가온다. 내가 직접 만든 술로 축제를 준비한다면, 그 축제는 나의 축제가 될 것이다.

누룩은 꼭꼭, 술내음은 솔솔~

한 가족이 통에 담긴 포도를 발로 으깨고 있다

여 행 메 모

서울북촌문화센터 술 빚기 체험/ 서울 종로구 계동. 참가자가 10명이 넘을 경우 술 빚기 당일 체험행사 가능. 고두밥을 찌고 누룩과 술밥을 버무려서 3ℓ의 술을 빚어 가져가는데, 재료비를 포함해 참가비는 2만원이다. 3개월 단위로 술 빚기 강좌도 진행된다. 남선희 017-767-6411

배상면주가 산사원 술 빚기 체험/ 경기도 포천군 화현면 화현리. 10명이 넘을 경우 술 빚기 강의와 체험행사 진행. 체험행사 비용 1인당 1만원. 재료를 준비해야 하므로 인터넷이나 전화로 예약하는 것이 좋다. 관람은 무료. 031-531-9300, www.soolsool.co.kr

와인(과일주)만들기 체험/ 와인만들기(cafe.daum.net/winemania) 인터넷 카페 동호인들은 매주 목요일을 와인데이로 정하고 와인을 담그고 맛보는 행사를 한다. 매월 첫째 주와 셋째 주 토요일 오후 2시에는 초보자 교육시간을 마련한다. 정재민 011-703-3719

술 장비 및 재료 인터넷 구입처/ 와인2080(www.wine2080.com)에서는 발효통, 에어록, 증류기 세트, 약재, 누룩, 효모, 아황산염 등을 인터넷으로 판매한다. 공장일 02-2293-2026, 016-366-5256



주간동아 452호 (p84~85)

글·사진=허시명/ 여행작가 www.walkingmap.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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