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0

2004.04.15

별자리 찾아 밤하늘로 출발!

  • 글·사진=허시명/ 여행작가 www.walkingmap.net

    입력2004-04-08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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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자리 찾아 밤하늘로 출발!

    천문대에 온 학생들이 불곡반사망원경을 보고 있다(큰 사진). 야외에서 천체를 관측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두 곳의 국립천문대가 있다. 별 관측하기 좋은 곳(대기가 맑은 높은 산)에 자리잡은 소백산천문대와 보현산천문대다. 하지만 전문연구기관인 두 곳은 일반인이 이용할 수 없다. 다만 제한된 낮 시간에 천문대 시설과 장비만을 관람할 수 있다. 그러니 밤하늘의 천체를 관측하려면 천생 시립이나 사설 천문대를 찾아가야 한다. 현재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천문대는 10여곳에 이른다. 그중 한 곳인 여주 세종천문대를 찾았다.

    세종천문대는 여주청소년수련원 안에 있다. 학생들이 단체로 많이 이용하는데, 천문대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교사들에게서 호평받는 곳이다. 수련원 건물 4층에 천문대 시설이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무게 3.5t에 지름 66cm짜리 불곡반사망원경이었다. 불곡은 조선 세종 때 천체관측기구인 ‘혼천의’ 제작에 관여한 이천 선생의 호다. 국내에서 제작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지름이 큰 반사망원경이다.

    저녁식사를 한 뒤 천체 학습과 관찰이 시작됐다. 천문대장 김영진씨(30)가 안내를 맡았다. 먼저 컴퓨터 프로그램인 ‘Starry night pro’를 통해서 별자리 시간여행이 시작됐다. 개기월식이 벌어지는 올 5월5일로 미리 가보고, 1000년 뒤인 3004년의 밤하늘도 볼 수 있었다. 1만2000년이 지나자 북극점이 직녀성 부근으로 움직이고, 2만6000년이 지나자 북극점이 다시 지금의 북극성 자리로 돌아왔다. 순식간에 2만6000년 동안 별자리 여행을 한 것이다.

    그 다음 천문대장이 안내해준 곳은 천체투영관이었다. 천문대마다 있는 축소판 밤하늘이다. 천체투영관은 천문대를 찾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공간이다. 세종천문대를 만든 홍영광 대표(52)는 학창시절 세종문화회관 앞에 있던 천체투영관에서 보았던 별자리가 너무 환상적이어서 천문대를 갖고 싶다는 꿈을 꾸었고, 결국 이를 실현해냈다고 말한다. 투영관의 불이 꺼지자 천장에 무수한 별들이 떴다.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별들이 좀더 선명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하늘은 그야말로 별천지다. 4등성 이상의 별 500여개가 떠 있었다. 원형 돔이 지구가 자전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돌아가자 내 몸이 먼 우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가상의 천체와 축소판 밤하늘을 보고 난 뒤 망원경이 설치된 옥상에서 밤하늘을 직접 관찰했다. 개폐식 지붕이 있는 옥상에는 20배율에서 200배율에 이르는 쌍안경, 굴절망원경, 반사망원경이 쇠기둥에 고정돼 있었다. 버튼을 누르자 천장이 열리고 밤하늘이 드러났다. 반달이 떠 있어서 하늘은 밝은 편이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별은 선명하지 않았다. 저녁 8시30분, 서쪽 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 금성이었다. 올 봄은 행성을 관찰하기 아주 좋은 시기란다. 통상 동시에 한두 개의 행성을 볼 수 있을 뿐인데 올 봄에는 동시에 5대 행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성은 이미 지고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 태양의 궤적을 따라 일직선으로 서 있었다. 망원경을 목성과 토성에 고정시켰다. 조작 버튼이 많아 초보자는 망원경을 고정하기가 어렵다. 고정된 망원경에 눈을 대니 목성이 선명하게 보인다. 목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이다. 그런데 목성 옆에, 작은 액세서리 같은 별 4개가 줄줄이 서 있다. 목성을 도는 위성이다. 망원경을 만들어 최초로 천체 관측을 시도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가 처음 발견했다고 해서 ‘갈릴레오 위성’으로 불리는 것들이다. 400년 전에 갈릴레오가 본 별을 한심하게도 나는 이제야 본 것이다.

    토성을 바라보니 반지 같은 둥근 고리가 둘려 있다. 토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행성이다. 행성의 이름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을 외우면서 책에서 보았던 모양 그대로다. 둥근 고리는 얼음조각과 먼지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 발견된 토성의 위성은 31개라는데, 망원경으로 보이는 위성은 1개뿐이다.

    별자리 찾아 밤하늘로 출발!

    직시관측법으로 태양을 살피고 있다.투영관측법으로 나타난 태양의 흑점.투영관측법을 통해 모인 빛으로 종이를 태우고 있다(왼쪽부터).

    천체망원경으로 직접 별들을 관측하니, 하늘에 점점이 흩어져 있던 무심한 별들이 비로소 내 안에서 따뜻한 생명을 얻게 된 것 같다. 잠자리에 누우니, 목성과 그 위성들은 보석목걸이처럼 빛나고 토성은 신기한 비행접시처럼 여겨졌다.

    천체 관측은 밤에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이튿날 아침을 먹고 나서는 태양 관측이 이뤄졌다. 태양은 낮에 관측할 수 있는 유일한 천체다. 태양 관측은 필터를 끼우고 직접 바라보는 직시관측법과 망원경에 맺힌 상을 하얀 판에 비춰보는 투영관측법이 있다. 하얀 판에 비친 태양에서는 잡티 같은 3개의 흑점이 관찰됐다. 그런데 조심할 점은 투영관측법을 할 때 빛이 나오는 렌즈를 직접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종이를 갖다대면 금방 연기가 날 정도로 강렬한 빛이 나오기 때문에 거기에 눈을 가까이 대면 자칫 실명할 수도 있다. 직시관측법으로 태양을 살펴보니 필터색 때문에 태양이 황도(黃桃) 빛깔을 띠었다. 흑점은 역시 3개였다. 태양의 둥근 외곽선이 아주 깔끔하고 완벽한 곡선을 이루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태양 관측을 하고 나면 천문대의 체험여행은 끝이 난다. 그러나 하늘 위의 별과 태양만 보는 것으로 끝이 나는 것은 아니다. 과거로부터 전송되어온, 몇 억 광년 떨어진 별들을 보면서 인간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 100년 세월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를 자인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내가 중심이 되어 거대한 천체를 떠받들 듯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시린 일인지도 깨닫게 된다.

    천문대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꼭 오고 싶은 우주의 중심이다.

    별자리 찾아 밤하늘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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