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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훈의 주말여행 가이드 ① | 보성 차밭과 낙안읍성

늘 푸른 그곳에 서면 당신도 CF 주인공

  • 양영훈/ 여행작가 www.travelmaker.co.kr

늘 푸른 그곳에 서면 당신도 CF 주인공

  •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업체가 크게 늘어나면서 주말여행 상품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각 여행업체들이 내놓는 주말여행 상품의 종류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이 시리즈에서는 주말여행 상품을 일반 여행객의 입장에서 직접 이용해보고 비용, 일정, 서비스 등의 장·단점을 짚어볼 예정이다. 보다 넉넉해진 주말시간을 활용해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여행상품을 선택하거나 이용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한 시리즈다.
늘 푸른 그곳에 서면 당신도 CF 주인공

봇재의 다향각에서 바라본 보성 차밭.

보성 차밭은 봄철, 그것도 녹차 잎이 막 돋아나기 시작하는 곡우(4월20일경) 전후의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파릇한 찻잎이야 사시사철 언제라도 볼 수 있지만, 다른 철에는 봄철 차밭의 싱그러운 느낌을 맛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가을날의 차밭 여행은 아무래도 좀 어색하다. 그런데도 요즘 여행사와 답사 단체들마다 앞다투어 내놓는 무박2일의 주말여행 상품 가운데에는 보성 차밭 여행이 빠지지 않는다.

70여년 역사의 보성 차밭이 요즘 들어 갑자기 사계절 여행지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TV 드라마와 CF의 영향이 크다. 곧게 자란 삼나무에 둘러싸인 푸른 차밭을 배경으로 촬영된 TV 드라마나 CF는 보성 차밭의 아름다운 풍경과 정취를 순식간에 널리 알렸다. 물론 콜레스테롤과 혈당의 저하, 당뇨병 억제, 암 예방 등의 효능을 가진 녹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녹차 재배단지인 보성 차밭에 대한 인지도가 함께 높아졌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 덕택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여행에도 40인승 버스 한 대를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다. 참가자 중에는 미혼의 20대 직장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나머지도 30, 40대의 여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남성은 연인이나 아내와 함께 길을 나선 네댓 명이 전부였다. 동반자 없이 혼자 따라나선 필자는 꼬박 23시간 동안 그야말로 ‘꽃’에 둘러싸인 채 ‘군중 속의 고독’을 감내해야 했다.

이번 여행의 첫 경유지는 보성 율포해변의 녹차해수탕. 제법 서늘한 가을비가 오락가락하는 밤길을 꼬박 여섯 시간 동안이나 달려온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해수탕을 이용하는 시간은 1시간 30분쯤 주어졌다. 뜨거운 욕탕에 있기를 워낙 싫어해서 간단히 샤워만 하고 나왔는데도 피곤하던 심신이 날아갈 듯 가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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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단풍숲에 둘러싸인 선암사 승선교.

하늘은 잔뜩 찌푸린 상태였지만, 율포해변에서 바라보는 득량만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고 평화로웠다. 모처럼 도시를 벗어난 여행객들은 철 지난 바닷가의 고즈넉한 새벽 풍경을 마음과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느덧 아침식사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아침식사는 기대 이하. ‘맛의 고장’ 남도의 음식점치고는 밑반찬이 부실했다. 특히 네 명이 자리한 상마다 하나씩 올린 매운탕은 밑간조차 제대로 맞지 않았다.



예정된 시간은 거의 정확하게 지켜졌다. 다행히도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는 바람에 여러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한 주라도 바깥바람을 쐬지 않으면 답답해서 못 산다”는 젊은 여성 가이드는 빠듯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 남들보다 훨씬 더 부지런히 뛰고 살피면서 일행을 인솔했다. 그리고 버스가 다시 출발할 때마다 마이크를 잡고 다음 일정과 행선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빼놓지 않았다. 사실 패키지 여행의 성패는 가이드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곳을 여행한다고 해도 가이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이용객들은 뭔가 불편하거나 불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날의 일정을 이끈 가이드는 사명감과 책임의식이 투철해 보였고, 웃는 모습을 잃지 않았다.

늘 푸른 그곳에 서면 당신도 CF 주인공

제 9회 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열리는 낙안읍성 민속마을의 인파.

율포해변과 보성 차밭은 지척이다. 10여분만 달리면 온통 차밭이고, 고갯마루를 넘어서면 이내 보성군 제일의 관광명소로 자리잡은 대한다업(061-852-2593)의 보성농원에 들어선다. 아름드리 삼나무 숲과 늘 푸른 차밭이 그림처럼 어우러져 있어 TV드라마, CF, 영화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곳이다. 대부분 초행길인지, 입구의 삼나무 숲길에서부터 “우와~” 하는 탄성을 연발하고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녹차아이스크림의 인기도 대단했다. 영상물을 통해 눈에 익은 곳이라 너나없이 영화나 CF의 주인공이 된 듯 포즈를 취했다.

비탈진 차밭을 오르내린 탓에 보성 차밭에서 낙안읍성 민속마을까지의 약 1시간 동안은 눈을 붙였다. 마침 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는 ‘제9회 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열리고 있었다. 가는 곳마다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 탓에 이 마을 특유의 향토적 정취를 음미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남도의 풍성하고 맛깔스런 음식을 한자리에서 보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었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나주의 유명한 맛집인 하얀곰탕집(061-333-4292) 코너에서 곰탕 한 그릇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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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음식문화큰잔치에 출품된 갖가지의 남도 음식을 구경하는 관광객들.

다음 행선지는 선암사. 이번 여행은 가장 아름다운 민속마을인 낙안읍성과 가장 아름다운 사찰 선암사를 돌아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선암사 주변의 곱고 화사한 단풍숲을 감상하기에는 좀 일렀다. 조계산 자락의 선암사와 송광사 단풍은 원래 11월 초에 절정에 이른다. 그래도 해학적인 표정의 목장승이 반기고, 신선이 내려와 노닐었다는 승선교와 강선루를 지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환경친화적인 화장실이라는 해우소가 있기에 선암사 가는 길은 늘 뿌듯하다. 게다가 절 뒤편의 야생차밭은 얼마나 상쾌한지….

귀경길은 열차를 이용했다. 선암사에서 약 1시간 거리인 남원역까지 버스로 이동한 다음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실었다. 전체적인 일정과 코스가 거의 비슷한 다른 업체의 패키지여행상품에 비해 1만원쯤이 더 비싼 것도 열차를 귀경 교통편으로 삼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그 돈을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했다. 아무리 버스전용선을 타고 간다고 해도 고속도로에서의 정체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 여행은 아침식사가 부실했다는 점과 후반부의 일정이 좀 빠듯했다는 점말고는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주간동아 358호 (p92~93)

양영훈/ 여행작가 www.travelma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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