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8

2002.06.13

눈길 닿는 곳마다 빼어난 ‘산수화’

  • < 양영훈/ 여행작가 > www.travelmaker.co.kr

    입력2004-10-12 15: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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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길 닿는 곳마다 빼어난 ‘산수화’
    우리 국토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짝수 번호의 국도는 서쪽 끝이 시발점이다. 반면 남북을 종단하는 홀수 번호의 국도는 남쪽에서 시작해 북쪽에서 끝난다. 2001년 8월에야 전체 노선이 확정된 59번 국도도 남해안의 광양에서 시작해 동해안의 양양에서 끝난다. 이 국도의 총길이는 562km. 56개 노선의 일반국도 가운데 세 번째로 길다. 더욱이 국도로 승격된 지 얼마 안 된 탓에 선형(線形)이 복잡하고 노폭(路幅)도 비좁은 데가 적지 않다. 심지어 울퉁불퉁한 비포장 산길 구간도 일부 끼여 있다. 그래서 59번 국도를 따라가는 여정은 전체 구간을 양양~단양, 문경~광양의 둘로 나누었다. 또한 서울 방면에서는 남쪽으로 내려가는 게 더 편리하고 자연스럽기 때문에 59번 국도의 원래 종점인 양양을 이 여행의 시발점으로 삼았다.

    양양읍내와 양양군 현남면 어성전리 사이의 남대천 물길을 따라 달리는 길은 원래 415번 지방도 구간이었다가 59번 국도로 승격되었다. ‘연어의 고향’으로도 유명한 양양 남대천은 연어뿐만 아니라 은어 황어 메기 꺽지 뚜거리(동사리) 등 다양한 종류의 민물고기가 서식한다. 특히 어성전리는 민물고기가 많아 천렵(川獵)이나 민물낚시의 명소로 소문난 마을이다. 어성전(魚成田, 또는 漁城田)이라는 지명조차 ‘물고기가 많아 밭을 이루었다’는 뜻이라고 한다. 또한 이 구간에는 잘 가꾸어진 소나무숲이 길을 따라 연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서 자연산 송이가 가장 많이 난다는 바로 그 숲이다. 이 준수한 소나무숲은 어성전리를 지나 강릉시 연곡면 부연동(가마소)으로 가는 길에도 계속된다.

    눈길 닿는 곳마다 빼어난 ‘산수화’
    어성전리의 웃말에서부터 전후치를 넘어서기까지의 10여km는 희뿌연 흙먼지를 피워 올리며 첩첩산중을 비집고 달리는 비포장 구간이다. 부연동 약수로 목을 축이고 나서 이 구간의 가장 난코스인 전후치를 넘어서면 연곡면 삼산리 회골에서 6번 국도와 만난다.

    진고개를 넘고 월정사 입구의 병내 삼거리를 지나온 59번 국도와 6번 국도의 중용구간(重用區間·서로 다른 노선이 겹치는 구간)은 평창 하진부 삼거리에서 끝난다. 왼쪽으로 갈리는 59번 국도는 옛적의 33번 지방도 구간이다. 하진부에서 정선의 나전 삼거리까지 80리 가량 이어지는 이 길은 남한강의 최상류인 오대천 물길과 나란히 달린다. 물길 좌우에는 해발 1000m 이상의 고봉들이 우뚝하고, 그 사이를 헤집고 흐르는 물길은 긴 협곡을 이룬다. 내내 거대하고 육중한 산자락 아래로 달려야 하는 탓에 여느 강변길의 장쾌한 맛은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곳곳마다 무성한 숲과 기기묘묘한 바위와 맑은 물길이 어우러져 빼어난 풍광을 연출한다.

    59번 국도는 강이나 하천의 물길과 나란히 달리는 구간이 유독 많다. 정선 나전 삼거리에서 정선읍내까지 42번 국도와의 중용구간은 조양강, 정선읍내와 덕우 삼거리 사이는 동대천, 쇄재 너머의 남면 선평마을과 별어곡까지는 동남천, 남면 소재지인 별어곡에서 마차치를 넘어 영월읍내까지 이어지는 38번 국도와의 중용구간에서는 영월 동강의 지류인 석항천을 따라간다. 영월 읍내를 지나는 도중에는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 그리고 아득한 절벽 위에서 영월 서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선돌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눈길 닿는 곳마다 빼어난 ‘산수화’
    영월읍내를 지나온 59번 국도는 소나기재, 연당교 삼거리를 거쳐 창원 삼거리에서 남쪽으로 꺾어진다. 여기부터는 33번 지방도의 옛 구간이라, 노폭이 좁고 굴곡도 많은 편이다. 한적한 시골 풍경 속으로 달리는 길은 슬그머니 충청북도 단양 땅에 들어서더니 이내 군간나루에 이른다. 단양군 영춘면에는 고구려 장수 온달에 관련된 지명과 전설이 여럿 있다. 이 군간나루도 그중 하나인데, 지금은 군간교가 놓여 있어 나루터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단양 땅의 길은 크게 두 가지다. 강물을 따라가는 길, 아니면 하늘로 오르는 듯한 길이다. 낮은 곳에서는 강 따라가는 길이 강물처럼 굽이치고, 높은 땅에서는 산등성이를 휘감은 길이 하늘과 맞닿아 있다. 그리 순탄치 않은 길인데도 그 변화무쌍한 율동감은 온몸이 절로 들썩거리게 한다.

    단양지방의 자연풍광은 산과 물과 돌의 어우러짐이 아주 절묘하다. 백두대간의 첩첩한 산자락과 남한강의 맑은 물길이 가시버시처럼 서로 부둥켜안은 덕택이다. 산자락에 가로막힌 물길이 주춤거리거나, 물길에 깎인 산자락이 은밀한 속내를 드러낸 곳에는 어김없이 기기묘묘한 바위 하나가 우두커니 서 있다. 단양 땅을 지나는 59번 국도는 단양팔경 중 세 절경, 즉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이 있는 선암계곡을 거슬러 오르다가 경상북도 문경 땅으로 넘어간다. 충청북도 단양군과 경상북도 문경시의 경계를 이루는 곳은 단양군 대강면 방곡리 도예촌(陶藝村)의 적성교라는 작은 다리다. 이제부터 59번 국도는 높고도 깊은 백두대간 동쪽의 내륙지방을 내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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